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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수필 17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6-03-29 11:23:25
추천수 22
조회수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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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민재 [가입일자 : 2014-10-22]

제목

내가 사랑하는 수필 17
내용







제가 소장하고 있는 검과 펜, 만년필 Waterman edson 




책(冊)만은 "책"보다 "冊"으로 쓰고 싶다. "책"보다 "冊"이 더 아름답고 더 "책"답다.
책은, 읽는 것인가? 보는 것인가? 어루만지는 것인가? 하면 다 되는 것이 책이다. 책은 읽기만 하는 것이라면 그건 책에게 너무 가혹하고 원시적인 평가다. 의복이나 주택은 보온만을 위한 세기는 벌써 아니다. 육체를 위해서도 이미 그렇거든 하물며 감정의, 정신의, 사상의 의복이요 주택인 책에 있어서랴! 책은 한껏 아름다워라. 그대는 인공으로 된 모든 문화물 가운데 꽃이요 천사요 또한 제왕이기 때문이다.

물질 이상인 것이 책이다. 한 표정 고운 소녀와 같이, 한 그윽한 눈매를 보이는 젊은 미망인처럼 매력은 가지가지다. 신간란에서 새로 뽑을 수 있는 잉크 냄새 새로운 것은, 소려라고 해서 어찌 다 그다지 신선하고 상냥스러우랴! 고서점에서 먼지를 털고 겨드랑 땀내 같은 것을 풍기는 것들은 자못 미망인다운 함축미인 것이다.
서점에서 나는 늘 급진파다. 우선 소유하고 본다. 정류장에 나와 포장지를 끄르고 전차에 올라 첫페이지를 읽어보는 맛, 전찻길이 멀수록 복되다. 집에 갖다 한번 그들 사이에 던져버리는 날은 그제는 잠이나 오지 않는 라 밤에야 그의 존재를 깨닫는 심히 박정한 주인이 된다.

가끔 책을 빌리러 오는 친구가 있다. 나는 적이 질투를 느낀다. 흔히는 첫 한두 페이지밖에는 읽지 못하고 둔 책이기 때문이다. 그가 나에게 속삭여 주려던 아름다운 긴 이야기를 다른 사나이에게 먼저 해버리기 때문이다. 가면 여러 날 뒤에, 나는 아주 까맣게 잊어버렸을 때 그는 한껏 피로해져서 초라해져서 돌아오는 것이다. 친구는 고맙다는 말만으로 물러가지 않고 그를 평가까지 하는 것이다. 나는 그런 경우에 그 책에 대하여는 전혀 흥미를 잃어버리는 수가 많다.
빌려 나간 책은 영원히 "노라"가 되어버리는 것도 있다.
이러는 나도 남의 책을 가끔 빌려온다. 약속한 기간을 넘긴 것도 몇 권 있다. 그러기에 책은 빌리는 사람도 도적이요 빌려주는 사람도 도적이란 서적 논리가 따로 있는 것이다. 일생에 천 권을 빌려보고 999권을 돌려보내고 죽는다면 그는 최우등의 성적이다. 그러나 남은 한 권 때문에 도적은 도적이다. 책을 남에게 빌려만 주고 저는 남의 것을 한 권도 빌리지 않기란 천 권에서 999권을 돌려 보내기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빌리는 자나 빌려주는 자나 책에 있어서는 다 도적됨을 면치 못한다.

그러나 책은 역시 빌려야 한다. 진리와 예술을 감금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책은 물질 이상이다. 영양(令孃)이나 귀부인을 초대한 듯 결코 땀이나 때가 묻은 손을 대어서는 실례다. 책은 세수를 할 줄 모르는 미인이다.

책에만은 나는 봉건적인 여성관이다. 너무 건강해선 무거워 안 된다. 가볍고 얄팍하고 뚜껑도 예전 능화지처럼 부드러워 한 손에 말아 쥐고 누워서도 읽기 좋기를 탐낸다. 그러나 덮어놓으면 떠들리거나 구김살이 잡히지 않고 이내 고요히 제 태로 돌아가는 인종이 있기를 바란다고 할까.

※ 출전: 무서록, 이태준, 범우사, 1993, P69~ 71
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D%83%9C%EC%A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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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2016-03-29 11:47:42
답글

어제그제 일요일 등산 갔던 친구가 전화가 와 시내의 모처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갔더니 도가니탕 집은 그새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꿩 대신 닭이라고 닭내장 부속 음식으로 유명한 황O집도 문을 닫아 걸어서 터덜터덜 충무로에서 세운상가를 가로질러 종묘로 낙원상가까지 갔습니다.

아귀찜으로 허기를 달래고 나니 커피가 간절,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에 에스프레소 한 잔하고자 가회동 초입 재동초등학교까지 진출, 장소가 장소이고 가는 날이 장날인지, 청춘 남녀들이 한복을 맞춰 입고 나들이하는데 보기는 좋은데 뭔가 옷태가 안 나는 것 있지요.

개량한복이라 그런가 아니면 평소에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생활을 안해서 그런가 눈에 익숙하지 않는…….

커피는 마시는데 에스프레소는 왜 이리 쓴맛만 나는 것인지 속이 쓰렸습니다.

역시 제 입맛은 거리의 카페(자판기 커피)가 제격이고 좋은 것인데 다음부터는 주제파악하고 거리에서 마셔야지 이렇게 다짐하고 수분 만에 나왔습니다.

몇 년 사이에 북촌이 많이 변했더군요. 고즈넉했던 장소가 왁자지껄해지고 상점 및 음식 및 커피점들이 진출해 인사동처럼 저잣거리로 변해버려 상당히 실망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오랜만에 청계천 중고서점에 둘러보았습니다. 무서록을 비롯하여 범우사 문고판을 보니 반갑더군요.

몇 권을 구입하고 보니 하루가 다 가더군요.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의 일상도 이랬었나? 잠시 착각을 하며 귀가

(추가) 다이얼리에 찾아보니 엉뚱한 커피점에 갔더군요. 제가 착각해서 갔던 곳은 우O&브X이란 곳이고 정작 가고자 했던 곳은 4M 이곳인데 맞은편 십여 미터 떨어진 곳이네요.

다음에 다시 에스프레소에 도전해 봐야 하는데 "돼지목에 진주 목걸리를 걸친 격일텐데" (커피 맛을 제대로 알아야지요) 그래도 칭찬을 한 분의 안목을 믿어 보기로 합니다.

차라리 청춘때 자주 찾았던 정독도서관이 더 좋은데, 이곳에서 마시는 자판기커피가 맛이 좋습니다. 추천합니다. ㅎ

용정훈 2016-03-29 13:18:49
답글

저도 아끼는 수필집입니다. 후배 병문안으로 시작되는 첫편부터 마음을 사로잡죠. 나중에 친구분이랑 수연산방에 가셔서 차한잔 하세요.^^

이민재 2016-03-29 13:52:20
답글

수연산방 좋지요. 저는 가끔 법정스님이 주석하셨던 길상사를 갑니다. 백석시인과 길상화의 사랑을 음미하면서 한때 요정이었던 곳을 걷다보면 한 여름도 시원해지지요.

전성일 2016-03-29 14:23:40
답글

남이 하는건 도적이고, 내가 하는건(책 빌리는 것) 로맨스 인걸로..

이종호 2016-03-29 16:45:44
답글

먹진 좋은글 읽고 마음을 정화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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