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줍짢은 일본어 그것도 한자좀 읽는다고 자만하고
간자체 정도는 다 읽어 뜻을 아니까 "오빠 한번 믿어봐" 라며 외국어는
중학영어 정도 밖에 모르는 아내를 모시고 오늘은 시모노세키 가라토어시장(가라토오우이치바)
가서 명품 복어회 스시 맘껏 먹게 해주겠다며....
둘째날 일정을 시모노세키로 정했습니다.
시행착오와 헛 삽질의 시작이 되는줄도 모르고.... ㅋㅋㅋ
시모노세키행 열차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입구를 나오면서 아직 이른시간이라 역내 할인점으로 들어가 봅니다.
음료수 정도만 구입하려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아내가 일본에 오면 꼭 구입하고싶다는 고체 카레가격이 많이 저렴해서
한 박스 담으려는것을 여행중 들고다니기 힘들다며 만류하고
다른 체인점에서 같은 가격에 구입하면 된다고 설득해서 음료수 2병과
과자 한봉지만 구입해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올때 시모노세키 漁港 방향을 잘 봐뒀다가 역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찾는곳은 가라토漁市場이라 어항 방향으로 한참을 걸었습니다
시모노세키항구를 지났고 그리고 또 계속 어시장을 찾아서 걸었건만
어시장은 보이지 않습니다.
오전이라 길가에 사람도 보이지 않아서 계속 걷다가 마침 현지인을 만났습니다.
유창하게(말만 잘하지 알아듣진 못합니다 ㅋㅋㅋ)
"센세이 스쯔레이데스가 가라토오우이치바와 고찌라 데스까"
하고 물으니까 반대방향을 가리키며 버스를 타라고 합니다.
물론 그 말을 아내가 알아듣진 못했지만 반대방향으로 30분 이상을 걷게 만든
장본인인 나를 향해 그 큰 두눈에서 섬광이 번쩍 하는 것을 느끼고 모골이 송연해
졌습니다.
버스를 세우고 운전자에게 가라토오우이치바? 하고 물으니
타라고 합니다.
일단 올라타고 가라토 어시장쪽으로 그동안 한참 걸어왔던길을 보상하고
걸어왔던 만큼 반대방향을 더 가서 내려줍니다.
한 시간 가량 지체되었습니다.
내려서 재빨리 버스정류장 안내판을 섭렵합니다.
눈에서 계속 섬광을 내뿜어 내등짝을 뜨겁게 만드는 아내의 눈길을 느끼면서...
가라토어시장방향을 가리키면서 "길만 건너면 되네 ㅎ ㅎ ㅎ"
그렇게 걸어갑니다.
바빠 죽겠는데 남의 나라 거북산이 어쩌니 저쩌니 신사는 건성 건성으로 보면서...
가라토시장에 도착했는데
오는 날이 장날이라는 속담도 있는데 오늘은 시장 휴점일 이랍니다.
진짜 어렵게 왔는데 말입니다. ㅋㅋㅋ
이때 참았던 아내가 폭발합니다.
참 걷기싫어하는 사람인데 저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30분 이상을 걷고
다시 어렵사리 꺼꾸로 왔는데
그 전날부터 "스시" 노래를 부르는걸 참아서 먹으면 맛있다면서....
얼르고 얼러 기차도 두번 갈아타고 왔는데 시장이 휴업입니다.
남의 나라에 와서 무서운 마누라 바가지 끍혀 보셨습니까?
참 지랄같은 경험도 다 해봅니다.
아이들에게 급하게 카톡으로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어시장 옆에 "모지코"가는 배 타고 모지코 가서 유명한 "야키카레" 먹으라고
알려줘서 모지코행 배타러 선착장으로 갑니다.
배타러 가는길에 내 모습... 진짜 피곤한 모습입니다.
이제 겨우 둘째날의 시작인데, 젠장
모지코행 배를 타고가면서 본 젠장의 가라토시장과 연륙교 입니다
투덜 투덜... 사전 조사를 하지않고 아내를 끌고온 내 잘못 입니다만
재수 없는 날 입니다. 한입 가득 뽈따구니 안에 욕이 가득차 있는데 누구하나
얻어걸리면 확 뺕어 버리고 싶은거 꾹꾹 삼켰습니다.
금방 모지코에 도착하네요
예전 우리 아이들 어릴때 영도 남항동에서 건너편 자갈치 시장까지 가는 딱 그 거리
그러나 배삮은 그보다 5배 이상 비쌉니다.
하여간 일본이란 나라의 교통비는 정말 너무 비싸게만 느껴집니다.
아내만 아니면 성큼 성큼 걸어다니고 싶을 정도로....
금방 모지코 항에 닿아서 도개교를 건너갑니다.
도착하자 마자 도개교가 이어져 있어 기분이 좋습니다만
저 도개교가 들려있는 시간이 많아 우리 부부처럼 딱 맞게 건너기 쉽지않다고
합니다.
속으로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 싶습니다.
도개교가 열릴때 가장 먼저 건너는 커플은 헤어진다는 전설도 있고
오늘 같은날은 일부러 딱 기다렸다가 그렇게 건너고도 싶었습니다.
하여튼 도개교 건너 왼쪽에 아이들이 가르쳐준 "야끼카레" 잘하는 집이 있답니다.
그리고 들어가서 카레 시켜 먹고
그 집의 별미인 수제맥주 한잔 하라는 큰딸의 카톡 지시에 따릅니다.
저 맛있어 보이는 "야끼카레" 역시 짭니다.
그래서 그 집 맥주한잔이 더 시원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렇게 식사를 하면서 창 밖을 보니 우리가 수월케 건넜던 도개교는 평소의 모습처럼
들려 있습니다.
그 건너편으로 중국 관광객이 때로 몰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카레집에서 짠 음식을 먹었던 아내에게는 내가 마신 맥주값만큼의 벌꿀
아이스크림을 사주었고
유치한 모지코 항에서 다시 화해의 손길을 잡아 봅니다.
다시 하카타로 돌아오는길 환승역인 고쿠라에서 잠시 여유가 있어서
아내는 쇼핑을 보내고 나는 환승역 백화점에 있는 서점에 들러봅니다.
일본 서점의 흔한 누드집이라도 한번 볼려고 했었으나
빈틈없는 일본은 구입해서 개봉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그나마 잡지들 사이 한류열풍은 잘 보여집니다.
군대가는 이승기와 현빈이 표지를 맡고 있고...
공짜 누드집은 표지도 볼 수 없도록 되어 있더군요 ㅋㅋㅋ
하카타에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서 유후인이나 벳부같은 온천여행을 경비때문에
생략하는 대신 무료셔틀을 이용한 세이류온천행 셔틀버스로 온천이나 다녀오려던
계획도 하카타역 9번출구를 찾지못해 4시 50분 셔틀을 놓치고....
5시50분 버스를 타고 온천에 도착했을땐 거의 오후 7시 가까이 되었습니다.
결국 넉넉히 온천에 몸 담그고 나온 시간은 오후 8시가 넘었고
다시 하카타로 돌아오는 셔틀버스는 끊겼습니다.
세이류온천 입욕료 1,200엔에
가장 가까운 전철역까지 택시비만 해도 2,000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온천체험에
허탈했지만
아내가 여탕에서 한국여대생 2명을 만나 택시비 부담을 반으로 줄였습니다.
일본의 좁디 좁은 택시에 4명이 타고 가장 가까운 하카타 미나미역으로 와서
다시 하카타로 오는 전철을 타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소문난 맛집 "텐진호르몬"이란 소 곱창 구이집에 가장 마지막
손님으로 들어가서 일본식 곱창을 먹었습니다.
소문난 맛집이라는 곳... 일본음식의 질 보다는 양으로 소문나서 맛집인가 싶은
그런 곳, 한결같은 것이 공기밥과 된장의 무한리필이
인색하고 절제된 少食의 일본 식사와 결부되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은
다 맛집이라도 소문나는 것인가 싶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없는 나라에서 그나마 무한리필의 식사가 제공되니 당연히
맛집 아닐까 나는 그리 생각했습니다.
소고기와 곱창이 특출나게 맛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수준이 아니었으므로...
그렇게 헛걸음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던 둘째 날이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