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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의 서양사람] 장미의 이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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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9 20:00: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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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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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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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의 서양사람] 장미의 이름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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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세대를 풍미했던 작가이자 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별세했다. 소설가로, 문학비평가로, 철학자로, 언어학자로 큰 족적을 남긴 그였는데, 세계적 명성의 출발점에는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이 있다. 신비한 제목의 이 소설에서는 서양 중세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기호학의 이론이 추리소설 속에서 결합한다. 마치 작가의 모든 경력이 이 작품 속에 집약된 것 같다.
열렬한 독자로서 제목의 연원이 궁금했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가문의 이름 때문에 사랑의 시련을 겪는 줄리엣이 한탄한다. “이름이란 무엇일까? 장미라 부르는 것은 다른 이름으로 불러도 향기로울 텐데.” 이 대사가 그 제목의 한 출처는 아닐까 알아봤다. 그러나 <장미의 이름>은 10개 정도의 후보군에서 저자가 출판사와 합의해 고른 제목임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어쨌든 먼 나라의 일개 서생에게 지적 궁금증을 자아낼 만큼 이 소설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 책은 사라졌다고, 또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고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2부를 둘러싼 이야기다. 그것은 희극, 즉 웃음에 대한 책으로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웃음을 “교육적 가치가 있는, 선을 지향하는 힘”임을 인정한다. 중세의 지식인 계층인 수도승들은 그 책을 읽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도서관장 요르게는 책장에 독을 묻혀 그 책을 보려 하던 수도승들을 살해한다. 요르게는 경망스런 웃음은 악마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것은 수도승의 참된 신앙에 방해가 될 뿐이라는 수도원의 규칙에만 충실하다. 그는 신학의 한 규범으로 숭상받게 된 아리스토텔레스가 웃음을 긍정하는 책을 썼다는 사실 자체가 못마땅하다. 수사를 맡은 주인공 윌리엄에 의해 내막이 드러나자 요르게는 독이 묻은 그 책장을 씹어 삼킨다. 실랑이 속에 불이 붙어 기독교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도서관이 수도원과 함께 재로 바뀌었다.
독선에 사로잡힌 요르게에게서 권력의 민낯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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