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작별을 고하고 새해를 맞이할 때면 ‘올드 랭 사인’을 쉽게 듣는다.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인 애국가가 만들어지기 전에 오음계의 이 곡에 맞춰 애국가를 불렀고, 2012년 올림픽 당시엔 김장훈이 이 곡을 ‘독립군 애국가’로 리메이크하여 불러 이래저래 친숙한데, 이 노래에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우리 국민만이 아닌 듯하다. 중국과 타이(태국) 사람들도 이 노래를 자국의 민요라고 생각하며, 프랑스에서는 이별의 슬픔을 다시 만날 기약으로 달래주는 가사로 개사하여 부른다.
그런데 본디 이 노래는 많은 스코틀랜드 시인들이 고향 산천에 전승되던 노랫가락을 다듬고 정성 어린 구절을 덧붙이면서 오늘날 우리가 아는 악보로 정착하게 되었다. 흔히 이 노래의 작사자로 알려져 있는 로버트 번스는 특히 정성을 많이 쏟은 시인이었을 뿐이다. 1788년 이 악보를 완성하여 스코틀랜드 음악 박물관에 보내면서 번스는 이렇게 언급했다. “이 옛 시절의 옛 노래는 제가 어느 노인으로부터 받아 적기 전까지는 인쇄된 적도 없었고 필사된 적도 없었습니다.” 시인 스스로가 작사자라기보다는 채록자였음을 밝혔던 것이다.
실로 번스보다 거의 한 세기 전부터 많은 시인들이 ‘오래전’ 또는 ‘옛 시절’ 정도의 뜻을 갖는 ‘올드 랭 사인’이라는 구절을 사용해왔다. 그리고 이 노래의 역사를 추적하는 사람들은 번스가 완성했던 악보조차 오늘날 불리는 노래와는 가사도 멜로디도 달랐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니 그 이전의 노래는 훨씬 더 달랐을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은 외형적인 변천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아주 먼 옛날부터 스코틀랜드 민중에게 이어져 내려왔던 원래 민요의 오래된 정서는 변함이 없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것은 국경을 넘고 민족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의 영혼을 자극하는 침투력까지 가진 애절함이다.
새해의 전망은 어두워도 기대를 가져보는 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