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에 보기드물게 눈이 내렸습니다.
이상기후 탓에 최근 겨울마다 폭설을 만난것이 몇 번..
일기예보에도 없던 눈이 내립니다.
잠시 그쳤던 눈이 퇴근무렵 또 샇이기 시작해서 꽤 많이 내리는군요
낮에 내렸던 눈은 녹았지만 기온이 떨어진 저녁무렵 내린 눈은 차 지붕에 샇였습니다.
난방을 위해 아궁이에 불지피러 나왔다가 현관문 옆에 작은 자루가 눈에 뜁니다.
뭘까요?
쌀 자루였습니다.
누가 가져다 놨을까? 안에서 삐뚤삐뚤 꼼꼼하게 적힌 이름이 나옵니다.
가끔 신작로 출퇴근길에 뵙는 발걸음 어렵게 걸으시는 동네 어르신 한분이십니다.
그 어려운 발걸음이 안타까워 같은 방향이면 모셔다드리곤 했었는데
오늘 출근 후 집이 비었을때 가져다 놓으신것 같습니다.
우리집 오르막을 자루를 들고 힘들게 오셨을것을 생각하니 콧날이 찡 합니다.
즉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뭘 이런걸 다 가져다 놨어요" 하니까
"주사님이 고마워 뭔가 드리고 싶었는데 농사꾼이 그것 밖에 더 없어 내가 더 미안해"
하십니다.
고맙고 감사하게 잘 먹겠습니다 라면서 전화는 끊었지만,
속으로 열번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되뇌이면서...
가끔 술 좌석을 가지는 과거 예비군 면대장님도 "니 양식은 내가 책임진다"며 벌써
추수이후 두 번이나 쌀 푸대를 가져다 놓으셨는데
큰 딸이 떠난 후 그 방은 나눔받은 양식으로 가득한 광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랫목 군불지피고 양식을 나누어주신 어르신들께 감사드리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따뜻합니다. 불과 함께...
아궁이 군불은 사진처럼 항상 하방연소를 합니다.
불을 다루며 배우고 알게된 하방연소 입니다.
불은 위에서 부터 타 내려가면 완전연소를 하면서 연소 효율이 극대화됩니다.
불이 나무를 거슬러가면서 탄소화 시키던 과거 불쏘씨개위에 장작을 얹는 방식은
더 많은 연기를 배출하고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상식을 배운 시골살이 입니다.
아궁이 불 붙이고 눈 오는 밤 오랫만에 라떼에 한번 또 도전해 봅니다.
그러나
역시 결과는 비쥬얼 빵점....
내 결과물을 참고 마셔주는 착한 아내는 아직 퇴근전이고
부어버리나 내가 마시나 갈등합니다.
라떼 아트 참 어렵네요
아메리카노는 이렇게 크레마 풍성하게 잘 빠지는데....
며칠전 일요일 아침 끙끙거리며 고쳤던 턴테이블을 쳐다보면서?
오랫만에 LP판을 골라봤습니다.
실패한 커피 마시면서 김광석의 목소리 가사를 음미하면서
눈 내린밤 그렇게 시간을 보내봅니다.
실패한 맛 없는 커피지만 맘 행복한 밤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