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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부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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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29 07:2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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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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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
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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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부재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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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라는 별 주위를 도는 행성 하나에 미크로메가스가 살고 있었다. 지구보다 2160만배 큰 세계의 주민답게 그의 키는 8마일에, 수명은 1050만년에 달했다. 지적 능력도 뛰어난 그가 현미경으로도 관찰하기 힘들 만큼 100피트 크기밖에 되지 않는 곤충을 해부한 책을 냈다가 이단 재판에 회부되어 800년 형을 살게 되었다. 그는 이 기간에 자신의 지성과 영혼을 계발시키려고 우주여행을 떠났다.
토성에서 키가 6000피트밖에 되지 않는 난쟁이를 만나 친하게 되었다. 자신들이 거주하는 행성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은 더 많은 세계를 보기 위해 함께 철학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지구에 도착했다. 36시간 만에 지구를 일주한 그들은 그곳에 생명체가 없으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깊은 바다라고 해봐야 미크로메가스의 발목만을 적실 정도로 작은 곳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바다에 뭔가 떠다니기에 현미경으로 관찰했더니 고래였다. 이어 그 옆에서 사람들을 태운 배도 발견했다. 너무 작아 지능도 없을 것 같은 그들이 뭔가 말하는 것 같기에 이 여행자들은 곧 보청기 같은 기구를 개발했고, 뛰어난 지력을 갖췄기에 그들이 하는 말도 알아듣게 되었다. 그들은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 로크와 같은 철학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들의 논지는 결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다가 이야기가 토마스 아퀴나스에 도달했을 때 그들은 포복절도했다. 우주가 지구를 위해, 지구에 사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결론 때문이었다. 그 주장을 펼친 자는 박사모를 쓰고 있었는데, 시리우스의 주민은 그 조그마한 인간에게 우주는 그렇게 구성되어 있지 않다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그 보잘것없이 작은 존재는 그의 설명에 콧방귀를 뀔 뿐이었다. 그 오만불손함으로부터 받은 모욕감이 사라지지도 않은 채 그들은 지구를 떠났다.
볼테르의 우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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