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팟, 아이튠스가 등장한 이후로는 앨범 단위의 리스닝이 무너져버린 느낌이 듭니다.
PC나 휴대용기기에서 청취습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고나 할까요.
집에 시디가 천장이 넘어간 이후로는 몇장인지 세어보질 않았는데,
(이젠 몇장인지 세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이고.. 이사할때 까무러칠뻔 했음..)
갑자기 듣고 싶은 곡이 떠오를때 팍팍 플레이하지 않으면 안되는 급한 성격에...
나름 아티스트별/장르별 분류를 해놓고는 있지만 시디 찾는 것이 일이 되어버린 듯합니다.
(그런데 왜 항상 들을만한 시디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건지)
그래서 요즘은 리스트를 양산해가며 랜덤하게 듣고 있습니다.
시간 나면 이런 제가 만든 리스트를 공유해볼까 하는데,
이 리스트대로만 만들면 대략 74분 시디에 딱 들어가는 훌륭한 컴필레이션이 될겁니다.
Vocal Vocal #1
총 19곡, 1시간 13분 20초
1. It's Magic (by Abbey Lincoln) - from It's Magic
애비 링컨은 지금도 활동을 하지만 역시 50년대말 리버사이드에서 녹음한 앨범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살짝 처지는 템포에서 특유의 끈적한 맛이 잘 살아납니다.
알파벳순으로 정렬하다보면 항상 1순위에 오는 싱어
2. Till The Clouds Roll By / Look For The Silver Lining (by Sylvia McNair, Andre Previn) - from Sure Thing
작곡가 제롬 컨의 발라드는 정말 최고입니다. 특히 목소리가 이쁜 성악가들이 부르면 딱이지 않나 싶습니다.
따로 들어도 참 아름다운 곡인데 두 곡이 물 흐르듯이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곡으로 들립니다.
MGM에서 제롬 컨의 생애를 가상화하여 영화로 찍은 것 Till The Clouds Roll By 입니다.
(원래 1917년 뮤지컬 Oh Boy에 수록되었던 곡임)
DVD로도 출시가 되었다는 하니 아마 아마존 같은 곳에서 찾아보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주디 갤런드, 프랭크 시나트라, 리나 혼 등이 출연했고, 주디 갤런드가 여기서 Look for the silver lining 을 불렀습니다.
(유투브에서 찾아보시면 동영상이 있습니다. ㅋㅋ)
이무렵 주디 갤런드가 딸 라이자 미넬리를 임신했다고 하는군요. (따로 태교를 할 필요가 없었을 듯...)
Oh the rain comes a pitter patter.. 로 시작하는 이곡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구름이 걷힐때까지 기다린다는 내용인데,
메들리로 붙어 있는 Look for the silver lining은 Every cloud has a silver lining (먹구름도 뒤쪽은 은빛으로 빛난다; 괴로움이 있는 반면 즐거움도 있다는 영국의 속담) 라는 관용구가 떠오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앙드레 프레빈의 의도였는지 아니면 프로듀서 필 라몬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절묘하게 두곡을 잘 붙였습니다.
(Look For The Silver Lining은 뮤지컬 Sally(1920년)에 삽입되어 많은 인기를 얻은 제롬 컨의 대표곡)
3. Laughing On The Outside (by Aretha Franklin) - from Love Songs
소울의 여왕인 아레사 프랭클린도 데뷔할 때부터 잘 나간 것은 아닙니다.
그녀의 콜럼비아 시절 음반은 그냥 말아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사실 좋은 곡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곡을 듣다보면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라는 노래가 생각나서 말그대로 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I'm laughing on the outside, crying on the inside, cause I'm still loving you...)
쭉쭉 뻗는 아레사 프랭클린의 멋진 보컬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My Man (by Billie Holiday) - from the Complete Billie Holiday On Verve 1945-1959
많은 것을 희생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그것 바로 내 남자.. 잘 생기지도 않고 다른 여자가 있지만 그사람을 사랑한다는..
심지어 나를 구타하기도 하지만 나를 안아주기만 하면 세상이 밝게 보인다는..
내가 그를 떠날 거라고 얘기해봐야 무릎꿇고 돌아올 것을 알기 때문에 아무 소용없다는 정말 딱하기도 하고 안스러운 빌리 홀리데이를 대표하는 곡입니다.
5. Tout Doucement (by Blossom Dearie) - from Blossom Dearie
애기 목소리 같은 블로섬 디어리의 불어곡은 색다른 맛이 있습니다.
블로섬 디어리가 원래 프랑스에서 활동하다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전 다른 프랑스 가수의 원곡이 있는줄 알았습니다.
이곡의 오리지날은 블로섬 디어리가 맞습니다.
제목은 '아주 부드럽게' 라는 뜻.
6. The Shadow Of Your Smile (by Carmen McRae) - from Alive!
리차드 버튼과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영화 샌드파이퍼의 러브 테마로 조니 만델이 작곡하여 아카데미도 거머쥐었습니다.
(전 엘리자베스 테일러 별로 이쁜줄 모르겠던데...)
워낙 애창되는 곡이라 여러 버전이 있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카르멘 맥래의 라이브 버전입니다.
음표 하나 하나를 곱씹으면서 부르는 느낌.
7. Love Is Blindness (by Cassandra Wilson) - from New Moon Daughter
카산드라 윌슨의 다소 단조로운 저음이 빛을 발하는 멋진 곡입니다.
카산드라 윌슨은 워낙에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다른 사람의 곡을 커버할 때에는 대박 아니면 쪽박으로 좀 양극화 현상이 나오는 듯 합니다.
사운드도 너무나 기가 막히기 때문에 오디오파일의 기분을 백배로 해주는 트랙으로 밤에 불끄고 들어야 제맛.
8. Smoke Gets In Your Eyes (by Dinah Washington) - from Dinah!
아.. 또다시 제롬 컨의 절대적인 명작 Smoke gets in your eyes
이런 아름다운 곡은 누가 불러도, 누가 연주해도 명곡일수밖에 없지만,
보컬 버전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이 다이나 워싱턴이 부른 버전.
달콤 쌉싸름한 목소리에 하이라이트에서 쭉쭉 뻗는 목소리는 정말 발군입니다.
빌보드에서 일등을 먹은 플래터스의 곡도 다이나 워싱턴의 버전과 비교해보면 촌발이 날린다고나 할까요.
흑백영화속에선 프레드 에스테어와 진저 로저스가 이곡에 맞추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옵니다. (역시 유투브에 있네요 ㅋㅋ)
9. How High The Moon (by Ella Fitzgerald) - from Hello, Dolly!
엘라 핏제랄드는 일찍이 이곡을 스캣으로 불러서 이름을 날렸지만,
이 앨범에서는 완벽하게 발라드로 다시 해석해서 불렀습니다.
줏 심즈의 멋진 색소폰 연주가 가미되어 있어서 줏 심즈가 역시 색소폰을 연주했던 사라 본의 미스티같은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맑고 깨끗한 어린 목소리로 별다른 기교없이 완벽한 음정으로 부르는 엘라 핏제랄드를 놔두고 다른 버전을 듣는 것이 불경하게 느껴질 정도.
10. I'll Be There (by Etta Jones) - from Lonely and Blue
제가 짝퉁 빌리 홀리데이라고 부르는 에타 존스의 I'll be there
그러나 막상 들어보면 헉! 하고 놀랄 수밖에 없는 출중한 보컬입니다.
(마이클 잭슨, 머라이어 캐리의 I'll be there 와는 제목만 같고 전혀 다른 곡)
11. Greensleeves (by Helen Merrill) - from In Tokyo & Sing Folk
헬렌 메릴이 일본에서 녹음한 것중 독특한 앨범 두장이 합본으로 나왔는데 재밌는 곡들이 많이 실려 있습니다.
영국의 민요로 매우 익숙한 멜로디라서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곡입니다.
헬렌 메릴의 목소리는 이곡에서 매우 애잔하게 들리는데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가 약간은 흐느끼는 듯한 착각을 줍니다.
12. Both Sides Now (by Joni Mitchell) - from Both Sides Now
어떤 팬들은 조니 미첼이 담배를 너무 많이 피워서 목소리가 많이 상했다고 불평하기도 하더군요.
앨범 전체를 듣다보면 빌리 홀리데이의 흔적이 많이 느껴지는 이 앨범은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마지막 트랙인 Both Sides Now 만큼은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멋진 가사를 쓸 수 있는지 놀랄 뿐입니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엠마 톰슨이 남편이 선물로 준 이 앨범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13. Cry Me A River (by Julie London) - from Julie Is Her Name
역시 이곡은 줄리 런던의 오리지널 히트 버전을 빼놓고 얘기할 수가 없겠지요.
허스키한 목소리를 지닌 금발 미녀가 이런 노래를 부르면 남성들은 흐물흐물 녹아내릴 수밖에...
영화 V for Vendetta 중 쥬크박스에서 흘러나오던 바로 그 곡.
앨범 쟈켓을 볼때마다 꼭 비닐 레코드로 소장해야지 하면서도 게을러서 맨날 까먹고 있습니다.
그냥 속시원히 EMI에서 중량반으로 재발매해주면 좋겠습니다.
14. When You Wish Upon A Star (by June Christy) from The Cool School / Do Re Mi
또다른 금발 미녀 준 크리스티의 살짝 허스키한 목소리에 청량감을 유지한채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을 주는 보컬도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별님에게 소원을 빌 때에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는 중요치 않고,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거라는 월트 디즈니의 피노키오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입니다.
준 크리스티의 이 버전은 아주 감미로와서 자장가로 써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15. I Idolize You (by Lizz Wright) from Orchad
굳이 분류를 하자면 목소리는 카산드라 윌슨과이면서 음반사의 기대 측면으로는 노라 존스과라고나 할까요.
리즈 롸잇은 3집 Orchad 에 와서는 정말 만개한 꽃이 된 느낌입니다.
앞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정도만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미드 하우스에서 흑인 여의사가 하우스에 반해서 자신의 위치를 버리고 하우스를 따라오는 에피소드 마지막에 나오던 그곡.
16. Ne Me Quitte Pas (by Nina Simone) from Four Women: The Nina Simone Philips Recordings
'나를 떠나지 말아요'라는 유명한 곡. 니나 시몬의 텁텁한 저음에 약간 코맹맹한 목소리로 부르르르 떨리는 바이브레이션이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역시 목소리가 이쁜 가수보다는 개성이 흘러넘치는 가수가 한 수 위가 아닐까 합니다.
'비가 내리지 않는 곳의 빗방울로 만든 진주를 드리겠어요'라는 가사는 리스트의 헝가리안 랩소디 6번의 테마를 인용했습니다.
17. Overjoyed (by Nnenna Freelon) from Tales of Wonder
스티비 원더는 이름 그대로 경이적인 천재입니다. 그의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네나 프리론의 리메이크는 아주 훌륭합니다. 이 앨범의 모든 곡이 다 뛰어나진 않지만, 이곡만큼은 스티비 원더의 원곡을 새롭게 재창조했습니다.
18. The More I See You (by Sarah Vaughan) from Sassy Swings The Tivoli
디바인 사라 본의 라이브 능력은 스튜디오 녹음을 능가합니다.
가수는 역시 노래를 잘하는 것이 장땡입니다.
저역으로 내려갈 때는 흡사 남자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쭉쭉 뻣을 때에는 트럼펫의 질감도 가진 사라 본의 울림통은 가히 예술입니다.
19. Someday My Prince Will Come (by Helen Humes) from Swingin' With Humes
나이가 무색한 어린 목소리로 신나게 스윙하는 헬렌 흄즈는 명성에 비해 솔로 앨범은 매우 뒤늦게 녹음을 했습니다.
그녀는 노모의 간호를 위해서 가수 생활을 잠시 접기도 했던 효녀로 스윙, 블루스 스타일이 장기입니다.
월트 디즈니의 백설공주에 수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곡입니다.
헬렌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뭐랄지... 고색창연한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