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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제자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5-10-17 06:03:46
추천수 22
조회수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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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제목

자랑스러운 제자
내용




[자유게시판]에 어느 분이 부끄러운 제자를 말하셨기에, 저는 자랑스러운 제자를 소개합니다.

한국교원대학교 역사교육과 학생이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
예비 교사들이 ‘국정화’ 반대하는 이유

지난 12일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 이유는 근·현대사의 내용이 좌편향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말 그런가? 13학번인 나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시절 국정 ‘국사’ 교과서로 수업을 듣기도 했지만, 검정제로 발행된 ‘한국 근·현대사’를 배우기도 했다. 바로 아래 후배들부터 ‘한국사’ ‘세계사’ ‘동아시아사’ 모두 검정교과서를 사용했으니, 국·검정 역사교과서를 동시에 사용한 마지막 학생들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겠다. 수능 사회탐구 영역은 요즘 정부나 일부 인사들이 문제 삼고 있는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선택했다. 그런데 교과서의 어떤 내용이 좌편향인지 모르겠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이나 후배들에게서도 그런 말을 들어본 경우가 없다.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학생들은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하는데, 사회 일부에서 교과서가 마치 엄청난 문제를 안고 있는 양 떠든다. 일부에서는 국정교과서가 학습 부담을 줄여준다고 선전하며,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를 발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상은 어떨까?

한국사 교과서가 여러 종이어서 서로 다른 내용을 모두 공부해야 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국정교과서 체제에서 ‘고득점’을 받으려면 겉표지 바로 다음 장의 사진들부터 본문 옆의 도움말까지 달달 외워야 한다. 이것은 1974년 국정교과서가 처음 도입된 후 학창시절을 보낸 1970년대 학번부터 국정교과서를 마지막으로 겪은 세대인 우리 13학번까지의 국민들이 직접 경험한 것이다. 오히려 여러 교과서가 존재한다면, ㄱ교과서로 공부한 학생이 ㄴ교과서를 공부하지 않았다고 해서 손해를 보면 안되기 때문에 ㄱ교과서와 ㄴ교과서에 공통적으로 서술된 핵심 내용이 시험에 출제된다. 실제로 나는 고3 시절에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를 여러 권 가지고 공부하는 친구를 본 적이 없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검정제로 발행되는 영어나 수학 같은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 배운 국정 ‘국사’ 교과서가 일방적으로 정부를 홍보하거나 한쪽의 관점만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해석만을 담은 국정교과서는 커다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해석의 다양성은 내가 대학에서 강의를 듣고 역사책을 읽으면서 공부한 역사학의 본질이기도 하다. 유엔도 같은 취지에서 교과서 출판에 국가 통제를 자제할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도 이와 같은 시대 추세에 따라 자유발행제를 채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폐지된 국정제를 다시금 부활시키겠다는 것은 무슨 의도에서일까?

보통 교육과정을 고시하고 3년 후부터 새 교과서를 사용하는데, 정부는 2017년부터 국정교과서를 발행하겠다고 한다. 임기 내에 교과서 집필을 완료해야 하기 때문일까?

나는 다음주부터 ‘교생 선생님’이 된다. 이명박 정부가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을 만들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한, 현행 역사교과서로 수업을 하게 될 것이다. 예비 역사교사인 나에게 첫 현장 경험이라는 점에서 기대가 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쩌면 교육실습 때 이 교과서를 가지고 가르쳤다는 사실을 그리워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든다. 현 정부가 국민들의 높은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강행해 시대를 역행하려는 것을 보면, 어떤 ‘올바른’ 교과서가 탄생할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국정교과서가 쓰이기 시작하는 2017년은 내가 학교를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을 펼칠 해이기도 하다.

나와 친구들은 앞으로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칠 꿈을 꾸는 예비 교사이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해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해석을 담은 역사책을 읽으면서 역사적 사실을 배우고 나 자신의 역사관을 만들어간다. 이렇게 한 공부가 국정이라는 단일한 교과서의 역사관에 파묻혀 별다른 소용이 없게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유’를 중시해서 새로이 ‘자유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나라라면, 교과서 선택에도 마땅히 ‘자유’를 보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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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2015-10-17 06:32:10
답글

예쁜 녀석이 마음도 올바릅니다.

박전의 2015-10-17 07:53:01
답글

아~~~우 제가 10살만 어렸더라면....헤헤
우리 애기들은 이런 샘님들한테 맡기구 싶습니다.!!~!

조한욱 2015-10-17 15:05:45

    요새 너무 알려져서 임고 붙지 못하면 너무 창피할 것이라며 이 일만 끝나면 공부에 매진할 거라 하니 전의님 애기들 맡기실 수 있으실 듯. 세월 흐르는 건 어쩔 수 없으니 아쉬우셔도...

이민재 2015-10-17 13:36:30
답글

"청출어람" 의 고사성어는 이때 쓰는 모양입니다. 제자분이 훌륭합니다. 하하하~~~

닥은 전향적으로 과거가 아닌 미래를 선점했어야 했습니다. 본문에 살짝 언급된 "자유발행제"가 해답이었을텐데 왜 과거(50여년)로 뒷걸음질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조선생님께서는 제자 자랑만(부산의 모어르신께서도 마찬가지) 하지 마시고 뭐 좀 먹거리와 곡차를 제공하시는 것이 최우선이 아닌가 저는 이렇게 봅니다만 아닌가 ㅎ 3=33==333===

조한욱 2015-10-17 15:06:18

    먹거리와 곡차를 어떻게 제공하지요?

이종호 2015-10-17 20:47:16
답글

훌륭한 스승에 자랑스러운 제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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