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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적 독자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5-10-07 19:48:13
추천수 27
조회수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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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제목

창의적 독자
내용




세르반테스는 에스파냐의 문호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랑받는 소설가로 꼽힌다. 그의 <돈키호테>는 근대 소설의 효시로 회자되며, 에스파냐의 언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 에스파냐어를 ‘세르반테스의 언어’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돈키호테>의 큰 성공 때문에 그는 소설가로만 알려져 있지만 그는 시와 희곡도 많이 썼다. 게다가 그의 다른 소설 작품들마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게 가려진 작품 중에 <모범 소설>이라는 것이 있다. 12개의 단편 소설을 모았는데, 작가로서의 명성이 이미 확고해진 말년에 자신의 역량을 더욱 가다듬어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작품집에 마지막으로 실린 단편은 제목조차 붙이지 않았지만 오늘날에는 ‘개들의 대화’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두 마리의 떠돌이 개 시피온과 베르간사가 있다. 뒷골목을 유랑하기에 이 두 마리는 에스파냐 사회의 다양한 어두움을 목격하며, 그런 이유로 이 작품은 당대의 에스파냐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담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런데 다른 측면에서 이 작품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인물이 있는데, 바로 정신분석의 원조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다. 그는 이 소설의 형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이 작품이야말로 정신분석의 기원이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두 마리의 개 중 한 마리만 주로 이야기하며, 다른 한 마리는 듣기만 하다가 간간이 한 마디 거들 뿐이다. 그 특이한 개들의 대화의 핵심적인 내용은 성(性)적인 것이다. 정신분석 임상 병실의 한 장면이 그대로 떠오른다.

 

 
프로이트는 이 작품을 원어로 읽기 위해 에스파냐어를 배웠다고 토로한 바 있다. 게다가 그는 소년 시절에 친한 친구에게 보낸 55개에 달하는 편지에서 자신은 시피온이라는 이름으로 서명하고 친구에게는 ‘친애하는 베르간사’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작가의 창작뿐 아니라 독자의 독서에도 창의성이 개입되면 창조적 결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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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2015-10-07 20:48:12
답글

로시난테와 산쵸 밖에 기억 안나면 갈 때가 된거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한욱 2015-10-07 23:01:36

    그거 기억하시면 성(性)적인 문제로 의사분 만날 때가 되신 겁니다^^

하승범 2015-10-08 10:43:23
답글

4학년때 전공 심화 과정에 모범소설 12편이 걸렸었는데...
조한욱 교수님이 이걸 언급하시니 정말 오랫만에 기쁜 마음이 들면서도 더불어 머리가 (참말로) 지끈지끈 아파오는군요...ㅠㅠ

조한욱 2015-10-09 12:03:52

    스페인 문학을 전공하셨나봐요? 반갑습니다.

하승범 2015-10-10 06:46:56
답글

평소 교수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먹고 살기 위해 스페인어를 이용하는 보따리 장사입니다.
돈 키호테를 원어로 읽기위해 스페인어를 공부했던 것은 치기 어린 판단 착오였고요...너무 어려워서 ㅠㅠ (뒤쪽을 읽다보면 앞을 까먹고...)
원래 오페라를 좋아해서 이태리어를 복수전공하였습니다.

모범소설뿐 아니라 사실 돈 키호테라는 스페인 황금세기의 걸작이 한국에서만은 그저 미친 늙은이 이야기로 (잘못) 치부되는 것은 제가 아주 꼬맹이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문학은 영미권 주류에 프랑스 독일 정도...러시아는 그놈의 인명때문에 복잡시럽고, 스페인 문학? 그러면 외면 받기 쉽상이죠...

게다가 찾아보니 모범소설...품절이군요. 절판아닐까 하는 의심도 들기는 하지만...누가 사겠나요...?아님 많이 팔려서 절판인가? ㅎ

그저 전공했어도 나만 아는 숨겨둔 패물 같은 심정으로 그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건필을 -보이지는 않지만 골방에서나마- 응원합니다.

조한욱 2015-10-10 07:41:15

    아, 이탈리아어까지... 승범님 같은 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요즈음은 좋은 책들이 다 절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안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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