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방에 살던 그리스인들이 지적 혁명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질문들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 그들은 세계의 기원과 그 본질에 대해 사색하면서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하지 않고 완전히 자연현상의 관찰에 근거한 결론을 도출해냈던 것이다. 탈레스가 우주를 이루는 근본적인 요인이 물이라 했을 때 그 주장은 나일 강의 삼각주가 물로부터 걸러진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경험적 관찰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근본 요인이 불이라 한 사람도 있었고 공기라 한 사람도 있었으며, 최종적으로는 원자론까지 등장했다. 이들의 생각을 통틀어 자연철학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미미하나 끝은 창대한 과학의 출발점이었다.

 


한편 자연철학은 우주의 근본에 대한 생각을 물질에 국한시키지 않고 개념의 영역까지 확장시켰으니, 피타고라스는 만물의 본질이 일종의 추상적 원리인 수학적 비례에 있다고 보았다. 또한 파르메니데스는 표면적인 변화는 환상에 불과한 것이니 변하지 않는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합리적 이성의 사용을 옹호했다. 에페소스 출신의 헤라클레이토스는 파르메니데스에 반대하며 만물의 본질은 항상 변화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변화만이 불변의 진리라는 역설인 것이다.

 


그런데 헤라클레이토스는 자신의 철학에 정반대되는 것처럼 보이는 말도 남겼다. “올라가는 길과 내려오는 길은 같은 길”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강을 바라보면서도 거기에서 언제나 ‘다름’을 봤던 사람이 다른 두 길에서 ‘같음’을 보다니. 그러나 약간의 추론으로 그 모순은 제거된다. 모든 것이 변화하니 성공을 거두어 올라가는 그 길이 곧바로 실패하여 내려오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을 쥐고 있는 위정자들은 언제나 그 권좌에 있을 것처럼 힘을 과시하고 남용하지만 그들이야말로 더욱 자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