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를 맹글어서 오디오에 관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는 글을 올리는데 그 중 하나 입니다.
정리를 하려하다보니 정작 기기들 사진 찍어 놓은게 별로 없네요. 좀 찍어 놓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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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2때이던 1982년
내가 직접 만든 오디오가 있었지만 항상 아쉬운 점이 있었다. 그것은 카세트 데크가 없어서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편법으로 대한전선 카세트를 AUX입력으로 하여 녹음을 할 수는 있었지만 모노였고 이 카세트도 5,6년 지나면서 뚜껑도 사라지고 골골 거리기 시작해서 절대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슨 용기가 났는지 부모님께 제대로 된 전축 하나 사달라고 절대로 조르진 않았고 요구를 했다.
당시에 내가 딱 눈에 점찍어 놓은 기종이 있었다. 열심히 공부할테니 사달라고하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했고 아무튼 말만 잘하면 사주지 않을까 오랜기간 머리를 굴려서 얻은 나름의 수 였다.
점찍은 모델은 독수리표 쉐이코 전축인데 당시 광고사진을 찾았다. 저 여자모델 당시에 참 좋아했던 기억이...지금은 반 할매가 됐겠지만 ^^
<사진 : 구글 이미지>
광고를 보면 가격이 보이는데 앰프만 169,000원이고 턴테이블과 스피커까지 사려면 30만원 돈 이었다. 당시 30만원이면 대기업 신입사원 초임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무렵 큰형이 럭키금성에 입사 했는데 그때 월급이 30만원이 조금 안됐으니 말이다.
아무튼 이걸 사달라고 하려고 어디에서 파는지 까지도 찾아냈다. 학교부근 남영동 성남극장 옆에는 별표전축 천일사에서 에로이카로 이름을 갓 바꾼 에로이카 대리점이 있었는데 거기에 타사제품 이지만 이 모델이 있었다.
그리고는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는데 의외로 흔쾌히 그러마 하셨다.
신난 나는 얼마후 부모님과 함께 성남극장옆 에로이카 대리점에 갔다. 나는 뭐 다른건 눈길도 주지 않았는데 매장을 한바퀴 휘 돌아보던 아버지는 이게 모양도 예쁘고 더 좋아보이니 이걸로 하는게 어때 하시는 것 이었다.
그것은 에로이카 5단 미니 콤포넌트 였다
<사진 : 구글 이미지>
풀세트 사진을 못 구해서 아쉽다. 사진을 보면 4단인데 원래는 5단 구성이다. 사진에 보이는 파워앰프, 프리앰프, 튜너, 데크 그리고 사진에 없는 디지털 LED 시계가 달린 타이머가 있었다. 그리고 세트의 디자인과 맞는 디자인과 크기의 아담한 2웨이 스피커 그리고 턴테이블 이런 구성이다.
아버지가 이걸 권하신건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이거 가격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턴테이블까지 합쳐서 72만원인가 아무튼 70만원이 넘는 거액 이었기 때문이다.
철없이 나는 이게 왠 떡 이냐하고 좋아했지만 아버지는 이걸 1년간 할부로 갚으셨다. 당시에는 신용카드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대신 할부제도가 있었는데 매달 수금원이 집에 그 달치 할부금을 받으러왔고 돈받으면 할부카드에 도장찍고 가고 그랬다.
이걸로 정말 신나게 음악을 듣고 음반도 많이 모았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조건을 걸고 산건데 아버지 눈에는 그래 보이질 않아 몇번의 위기도 오곤 했다. 사실도 그랬다.
기억에 남는 아버지의 경고는 아버지 친구도 아들이 너처럼 얘기해서 매킨토시를 사줬는데 이 녀석이 공부는 안하고 음악만 들어서 얼마전에 마당에다 내동댕이쳐서 부숴 버렸다더라, 너도 그런꼴 당하지 않도록 해라
헉 매킨토시를? 다행히도 나는 그런 참사는 겪지 않았다.
이 녀석들도 내 손에 의해 업그레이드 시킨다고 무수히 배를 따이고 개조를 당했지만 사망하지 않고 결혼후까지 계속 사용했다. 다른건 다 쓸만했으나 스피커가 작아서 스피커에 불만이 제일 커서 대학 2학년 여름방학때 명동의 한 오디오 점에서 JBL 4344도면을 구해서 그걸 직접 만든다고 여름방학 내내 집마당에서 톱질 해가며 음향렌즈도 어떻게 구해서 달아 비슷하게 만든 적도 있었다. 결과는 나름 성공적이라 원래 스피커는 보조스피커로 사용하고 직접 만든 짝퉁 4344를 메인으로 사용했다.
나는 LP 주로 음반을 모았기 떄문에 CD는 결혼 후에 접했는데 크기를 맞춰주려고 93년경에 소니 미니 CDP를 추가했다.
<사진 : 구글 이미지>
1993년 신혼때 우연히 주부생활이란 여성잡지에서 "요리하는 남편" 시리즈 탐방이 있었는데 거기에 우리집이 소개된 적이 있다. 기자가 왔을때 은은하게 클래식 음악을 틀어 놓았는데 그 소리가 기자가 듣기에도 무척 좋았는지 잡지기사에 이렇게 제 멋대로 써놓았었다. " 수수한 집안 인테리어인데 반해 오디오는 최고급이 놓여 있더라 하면서 남편이 다른건 몰라도 오디오 만큼은 최고를 고집해서 그렇다"라고 아내가 혼수로 오디오를 한 것 처럼 소설을 쓴걸 보고는 기가 막혔었다.
이런식으로 결혼후 계속 사용하다가 94년경 회사 동료가 우리집에 놀러 왔는데 집에서 음악을 들어본 회사 동료도 그 소리가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자신에게 팔기를 원해서 회사동료에게 오랜기간 미운정, 고운정든 에로이카 세트를 넘겼다. 대학 2학년때 만든 짝퉁 JBL4344까지 몽땅
실은 속으로 얼씨구나 하면서 팔긴 했다. 왜냐하면 대학교때 부터 고급 외제 오디오에 대한 갈망이 너무나도 컸는데 드디어 판을 갈아엎을 꺼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도 가끔 이 녀석들이 그립다. 내 인생의 젊은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일거고 또 정도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