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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쓴 <로마의 일인자> 서평입니다.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5-08-09 09:33:50
추천수 48
조회수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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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제목

중앙일보에 쓴 <로마의 일인자> 서평입니다.
내용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가시나무새』를 쓴 호주 작가 콜린 매컬로(1937~2015)가 대단한 역사소설을 내놓았다. 한국에서 세 권으로 번역된 『로마의 일인자』다. 고증에만 13년, 집필에만 20년이 걸렸다는 7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1부에 해당한다. 역사와 문학의 결정적 만남으로 꼽을 만하다.

 시리즈 1부의 주인공은 가이우스 마리우스(BC 157?~BC 86)다. 평민 출신인 그는 카이사르 가문의 율리아와 결혼하며 신분 상승을 꾀했다. 누미디아의 왕 유구르타를 물리쳤고, 전통 귀족인 메텔루스도 눌렀다. 그가 로마 군대를 재조직하며 일인자 위치에 등극하는 과정, 여러 차례 집정관 자리에 오르면서 다양한 게르만 부족의 침입을 격퇴하는 과정이 『로마의 일인자』의 주요 얼개다.

 매컬로의 시선이 마리우스에게만 치중된 것은 아니다. 그의 부하이자 친구였던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의 주변인에 대한 음모, 유구르타가 서출로서 갖는 약점이 그의 인간성 형성은 물론 북아프리카의 역사 전개에 갖는 의미 등도 깊이 있게 다룬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등장하는 인물의 지혜와 허세와 이합집산도 이 소설에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한 정교한 플롯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심리적 배경에 대한 설명과 어우러지며 독자는 마치 고대 로마의 격동적 순간순간에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뿐 아니다. 등장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거대한 역사와 그들의 사소한 일상이 절묘하게 엮인다. 그들의 사랑과 결혼은 진실하지만 정략적이며, 외적을 막기 위한 그들의 칼은 내부의 정적을 겨누고 있기도 하다. 로마 귀족층의 사회상이나 게르만족의 침입을 기술한 일반 세계사 책은 이 소설의 빼어난 문체에 녹아 든 풍부한 사실 앞에서 한낱 겉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작가는 유럽과 아프리카의 전체 지도는 물론 로마의 세밀한 골목까지 정밀하게 복원해낸다. 이 소설이 다루는 로마사의 11년을 속속들이 꿰고 있다. 그는 이런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놀라운 문학적 (게다가 역사적) 상상력을 펼친다. 이 소설 속 술라의 아내 율릴라는 마리우스의 아내 율리아의 동생이다. 율릴라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없다. 그렇지만 매컬로는 술라의 아내의 이름이 율리아라는 플루타르코스의 기록에 근거해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차녀이자 술라의 아내로 ‘율릴라’를 탄생시켰다. 그 전말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스스로 집필한 『마스터스 오브 로마 가이드북』에서 밝히고 있다.

 사실에 엄밀해야 한다는 역사가들에겐 이것이 왜곡으로 보일 수 있겠으나, 내겐 이것이 역사의 현장을 간명하게 보이기 위한 적절한 조치로 판단된다. 그것보다 놀라운 게 소설을 읽기 위해 가이드북이 필요하다는 일인데, 그것까지 작가가 손수 썼다. 이번에 『로마의 일인자』와 함께 출간된 이 가이드북을 통해 다른 곳에서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역사적·지리적·인류학적 세부 사실을 알게 됐다. 엄정한 사실을 요구하는 역사가로선 그 인식이 더 뼈저리다.

 매컬로는 뚜렷한 명제를 갖고 ‘마스터스 오브 로마’를 집필했다. 고대사의 거장 로널드 사임이 최초로 제기한 그 명제는 로마가 지중해를 지배하는 제국이 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도시 국가로서의 로마가 유럽을 지배하는 제국으로 확장되면서 이전의 로마 법과 제도로는 통제가 어려워졌다. 그러나 기존 체제에 안주하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은 있게 마련이고, 로마 역시 다르지 않았다. 전쟁을 통해서도 개인적인 이득만을 챙기려는 보수주의자들에 대항하여 민중 전체의 안위를 염려하는 신진 세력의 대표자로 매컬로는 이 책에서는 마리우스와 술라에, 그리고 후속편에서는 카이사르에 지지를 보낸다.

 매컬로의 이러한 역사관은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의 통치자 중심의 시각과 대비된다. 『로마인 이야기』는 성공지상주의·제국주의·엘리트주의·반지성주의의 사례로 남을 만하다.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망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로마의 일인자』의 마지막 권을 채 덮기도 전에 후속편인 2부 『풀잎관』을 기대하게 된다. 미묘하면서도 불가분하게 얽힌 역사와 문학의 화음에 다시 한번 도취하고 싶은 마음이 앞선다.

http://articl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18410126
(제 원고를 신문사에서 아주 약간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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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재 2015-08-09 10:57:12
답글

서평만 읽어봐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군요. 다만 제가 지식이 짧아 작가가 의도한 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겠습니다. 어쩌겠어요 이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며 자책의 깊은 한숨을 쉴 수 밖에요.

소개해 주신 이 책과 더불어 몇 권의 책을 읽다보면 무더위는 성큼 물러가 있겠지요.

박상규 2015-08-09 11:44:19
답글

좋은 서평과 소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행복한 휴가 보내겠습니다.

김주항 2015-08-09 13:51:57
답글

역사와 문학이 제대로 만나 지금에 널리 읽혔을 때

오늘의 역사는 다시 씌여 질수 있다고 생각 됩니다....^.^!!

정정훈 2015-08-09 13:58:25
답글

감사합니다^^
항상 좋은 내용의 서평과, 시대를 담는 칼럼등....
감사한 마음으로, 잘 보고 있습니다~~
마침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사, 그리고 십자군이야기까지, 돈주고 산게 아깝다는 생각이었는데...
잘 되었습니다
꼭 구입해서 읽어 보아야겠네요~~

이숭우 2015-08-09 14:56:14
답글

서평 잘 읽었습니다.
감사도 함께... ^^

이종호 2015-08-10 07:24:20
답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안원일 2015-08-10 09:03:41
답글

가이드 북과 함께 구입해서 읽어 보아야 겠네요. 서평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에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박기석 2015-08-10 10:28:35
답글

분명히 20년 전에 읽은 책이 맞긴 한데요.. ㅎㅎㅎ
이게 소설인지 다큐인지 헷갈리긴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도 책방에서 빌려 읽었으니 이번에는 사서 보관을 해야겠네요..

용정훈 2015-08-12 19:12:29
답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추천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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