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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55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5-07-29 21:18:24
추천수 17
조회수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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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민재 [가입일자 : 2014-10-22]

제목

시가 있는 풍경 55
내용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 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 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 시킬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 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식사를 준비할 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놓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 안이 솜사탕 문 듯할 거야

이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넛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담아

이제 잉크냄새 나는 신문을 볼거야

코에 걸린 안경 너머 당신의 눈빛을 읽겠지

눈을 감고 다가가야지

서툴지 않게

당신 코와 맞닿을 수 있어

강아지처럼 부벼 볼 거야

그래보고 싶었거든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 햇빛 물러 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어쩌면 그 때는

창 밖의 많은 것들

세상의 분주한 것들

우리를 닮아 아주 조용하고

아주 평화로울 거야


봄엔

당신 연베이지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이른 아침 조조 영화를 보러 갈까?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같은…


여름엔

앞산 개울가에 당신 발을 담그고

난 우리 어릴 적 소년처럼

물고기 잡고 물장난해 보고

그런 날 보며 당신은 흐릿한 미소로

우리 들 깊어가는 사랑을 확인하려 할 거야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 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두어야지


겨울엔

당신의 마른 가슴 덮힌 스웨터를 뜰 거야

백화점에 가서 잿빛모자 두개 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 거야

눈이 내릴까…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 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 들고 서재로 가는 거야

지난 날 우리 둘 회상도 할 겸…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울고 싶어

장작불 같던 가슴

그 불씨 사그러들게 하느라 참 힘들었노라

이별이 무서워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노라

사랑하기 너무 벅찬 그 때

나 왜 그렇게 어리석었을까 말할 거야


나 늙으면

당신과 그렇게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

황정순 

※ 출전 : 사랑하니까,괜찮아, 김용택 外, 나라원, 2006  P.45-51 故 황정순 여배우

 


※ 시 낭송 : https://www.youtube.com/watch?v=G-KZdOzVMW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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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8585@yahoo.co.kr 2015-07-29 21:30:13 채택된 댓글입니다.
답글

한시절의 명배우도 세월이 지나고보니 몇달전에 가고 없네요. 75년도인가 김희갑과 팔도강산 드라마에 열연했던 배우.
좋은시 감상 잘했어요.

이종호 2015-07-30 10:34:37 채택된 댓글입니다.
답글

고 황정순님께서 쓰신 시 처럼은 못해도 비슷하게나마 지금 실천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느 부분은 실천하고 있는 중이고.....
헤이즐넛 보온병은 읎고
나겐낙 보온병에
여름엔 얼음물 겨울엔 녹차타서....
스웨터는 울 마님이 뜰줄 모르니
그건 사서입고,,,,
모자는 mt 도봉 등산용품점에서 종종 사지만
배카점에선 생일날 울 딸래미가...


말년에 참 불우하게 살다 가신 이 시대의 어머니상이셨는데...

이숭우 2015-07-30 16:16:42 채택된 댓글입니다.
답글

머리 끄뎅이를 아주 꼬옥 붙들고 놓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민재 2015-07-30 12:48:30

    선태님. 우리의 인생이 그런가 봅니다. 친인척 및 지인 장례식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다 보면 허무하기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김주항 2015-07-29 21:30:52
답글

내가 그리던 사랑이 충만한 전원 생활이여라...^.^!!

김승수 2015-07-29 22:08:08

    영감님 , 전원생활 허실거민양 종다리알 줏을수 있는 보리밭 허영 많은디서 하십서양 ^^

진성기 2015-07-29 22:11:24
답글

음...

이민재 2015-07-30 12:58:30

    삼봉 어르신 시중에 떠도는 이 말 "있을 때 잘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후 참회.

지금은 고인이 되신 제 가운데 외숙의 평소에 하신 얘기가 이렇습니다. "살아서 같이 조그만 것이라도 나누어 먹고 잘해야지 죽어 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면 살만 하니 저 세상으로 가시더군요. 제 외숙도 그러했고요.

두 분께서 사이 좋게 오손 도손 지금처럼 잘 사세요.

이민재 2015-07-30 21:42:03

    하하~~ 숭우님께. 아마도 그렇게 안봤는데 요즘 시대의 법 체계로는 은팔찌, 전자 발찌 및 동네방네 주홍글씨, 영광의 3관왕이셨겠습니다. 숭우님께 '영광 있으라!' 3=33==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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