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동안 저와 같이 했던 CDP가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습니다.
어떤 CDP를 들일까 많은 시간을 고민하다가 마란츠를 들였습니다.
전에 자유게시판에 어떤 CDP를 들일까 고민하는 글을 올렸더니 그 글을 보시고 와싸다에서 전화를 주셨네요.
(이장님과 사모님께서 와싸다 자게와 자자실의 글을 모두 보신다더니 정말 인가봐요....@.@)
제가 고민하고 있는 CDP 구입에 도움을 주시겠다는 말씀을 하시네요.
후보군 하나였던 야마하는 와싸다에서 취급도 하지 않으시는데도 저보다 먼저 시장조사를 하셔서 단종 모델이고 시장에서 구하기 어렵단 정보도 전해주시고, 또 혹시나 마란츠를 구입하신다면 도움을 주신다고 하셔서 와싸다에서 마란츠를 구입했습니다.
덕분에 원래 CDP는 입문기나 중급기 초반대에서 구입하려했는데 그만 덜컥 고급기를 사버렸지만요. ㅠ.ㅠ
이거 CDP가 왜 이리 무겁나요? 마치 앰프 같네요. 무려 20kg이 넘네요.
허리가 부실하다보니 랙에 수납하느라 좀 고생했습니다.
블랙과 샴페인 골드 색상 중에 잠깐 고민을 했었는데 이제 보니 블랙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쳐지나갑니다.
전에 쓰던 오디오는 LP랙, 오디오랙, 턴테이블까지 올 블랙이었습니다만 나이가 들다보니 이제 블랙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실버, 골드로 바꾸게 되네요. 나이의 변덕인가 봅니다.
트레이에 음반을 올릴 때 정성을 다해 정확하게 올려놓아야 됩니다.
조금 틀리면 트레이가 들어갈 때 걸리네요.
LP를 듣는 입장에서 조금도 불편함은 없습니다만...
저는 원래 CDP는 일제가 젤 좋다는 이상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맘에 두고 있던 모델이 디자인이 맘에 들었던 야마하, 티악 이었었습니다만 막상 마란츠를 들이고 랙에 넣어두니 이것도 이쁘게 보입니다.
이제 내 음악의 동반자가 됐잖아요. ^^
모양도 맘에 들고 음질도 맘에 듭니다.
전에 쓰던 오디오메카사의 크레아투라의 소리가 인상파 화가의 화려한 색채같았다면 마란츠는 고전파 화가의 중후한 색감에 극사실주의의 묘사가 곁들여진 느낌이 듭니다. (오로지 제 주관적인 생각과 느낌입니다)
마란츠의 음색이 점잖다는 풍문을 들어 선입감이 있었서 음질에 대해 불안감이 조금은 있었지만, 비록 막내이긴 하지난 마란츠의 프리미엄 시리즈답게 아주 훌륭합니다.
제가 음악을 들을 때 옆에서 가만히 듣던 딸이 묻지도 않았는데 이런 소리를 하네요.
"전에 듣던 소리보다 더 넓게 들리고 힘차고 박력이 있게 들려요"
딸의 표현이 그럴 듯 하다 생각합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어쨌든 요즘 이놈 덕분에 음악 듣는 게 즐겁습니다. ㅎㅎ
좋은 기기를 소개해 주시고 좋은 가격으로 주신 와싸다에게 감사드립니다. ㅎㅎ
(인터넷 최저가를 봐도 와싸다가 젤 싸네요)
바로 이 놈이 저와 같이 23년을 같이 지낸 아이입니다.
저를 위해 많은 시간 음악을 들려준 착하고 성실한 아이였는데... 이제 이 아이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고장품이니 중고로 내치기도 어렵도 그렇다고 부품용으로 내놓기도 그렇고...
제 손때가 묻은 기기를 그냥 버릴수는 없고 아마도 수리가 가능하면 수리해서 평생 가져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진처럼 지금 자리를 못잡고 거실 바닥에 덜렁 놓여있는데... 마님께서 빨리 조만간에 치우란 말씀을 하시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