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이 최초로 인쇄되어 책으로 나온 곳은 어딜까? 이슬람권에서는 당시 활자 인쇄를 하지 않았을뿐더러 인쇄 자체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었다. 베네치아의 출판업자 알레산드로 파가니니가 상업적인 목적으로 그 출판에 나섰는데, 아직도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그 책들이 모두 사라져 전설로만 남아 있었다.
1987년 7월2일 파가니니를 연구하던 젊은 문헌학자 안젤라 누오보는 베네치아 인근의 한 수도원에 16세기의 희귀본이 소장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스승인 조르조 몬테키 교수와 함께 그 수도원을 찾았다. 누오보는 수도원의 사서에게 소장 도서 목록을 요청했다. 거기에는 <연대 불명의 아랍어 코란>이라는 제목이 들어 있었다. 눈이 번쩍 뜨인 그는 그 책을 보여 달라고 청했다. 여자가 수도원 회랑에 들어설 수는 없는 법이어서 그곳엔 몬테키 교수가 따라갔다.
이윽고 돌아온 몬테키 교수의 손에 들린 그 책이 500년 동안의 전설이었음은 교수도 제자도 모두 알아챌 수 있었다. 이것은 문헌학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최초의 발견자에게 국제적인 명성이 보장되어 있으리라는 것도 확실했다. 그 공은 누구에게로 돌아갔을까?
몬테키 교수는 목록에서 그 책을 먼저 알아본 것이 누오보라는 이유로 모든 공적을 누오보에게 돌렸다. 여성이 그 책을 먼저 발견했다는 사실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책의 신빙성을 문제 삼던 사람들이 있었다. 일부 문헌학자들이 그러했고, 그 책이 수도원에 있었던 것을 알아채지 못했던 수도승들과 여성 비하의 전통이 강한 이슬람권에서 동조했다. 몬테키는 그들의 비난도 학문적으로 일축했다.
누오보는 우디네 대학의 교수가 되었고,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누오보는 명성에 우쭐대지 않고 그 코란을 서지학적으로 정밀하고 세심하게 연구함으로써 스승에게 보답했다. 여러 일로 마음이 뒤숭숭한 이 시기에 모두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