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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52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5-05-17 13:50:41
추천수 16
조회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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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민재 [가입일자 : 2014-10-22]

제목

시가 있는 풍경 52
내용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산복도로에 아슴한 그녀의 방이 정박해 있다.
저 방에 올라타기 위해선 먼저 계단을 올라야 한다.
백마흔 여섯 계단이었던가, 그녀의 방은
바람이 불 때마다 외로운 돛대로 흔들렸다
마음이 잠잠해지면 방금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능청스럽게 딴청을 피우는 그녀의 방은
1m 높이의 파도에도 갑판이 부서질 만큼 작고 연약한 쪽배다.
저 쪽배엔 오래된 코끼리표 전기밥통이 있고
성냥개비로 건조한 모형함선이 있고
태풍주의보를 발령하는 14인치 텔레비전이 있다.
마도로스 김을 집어삼킨 것은 20m의 파고라고 했던가,
사모아제도에 배가 침몰하는 순간 마도로스 김은
어쩌면 산복도로에 뜬 저 쪽배의 항해를 걱정했을지 모른다.
가랑잎 같은 아이를 쪽배에 싣고
혼자된 그녀는 신출내기 선장이 된 그녀, 
멀미보다 견디기 힘든 건 지독한 그리움이었다.
그리움이 쌓일수록 계단 숫자도 늘어
어느덧 산꼭대기까지 밀려온 쪽배 한 척
그녀에게선 사모아제도의 깊은 바다냄새가 난다.
높은 곳에 올라야 아빠별을 볼 수 있다고
밤마다 전갈자리별에 닻을 내리는 쪽배의 지붕으로
백년 만에 유성비가 쏟아져 내린다.

※ 출전: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고영, 천년의 시작, 2005
※ 참고: https://mirror.enha.kr/wiki/%EC%82%B0%EB%B3%B5%EB%8F%84%EB%A1%9C

산복도로(山腹道路)는 산(山)의 중턱(腹)을 지나는 도로를 뜻하며, 다음과 같은 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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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선 2015-05-20 00:19:10
답글

그녀의 방은 바람이 불 때마다 외로운 돛대로 흔들렸다.
밤마다 전갈자리별에 닻을 내리는 쪽배의 지붕으로 백년 만에 유성비가 쏟아져 내린다.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나올 수 있을까요.. 실성할 만큼 담금질의 백년이 필요한가요...

이민재 2015-05-20 09:17:49

    "소주병을 흔드는 여자"처럼 그녀는 어지럽고 위태롭지요. 그래도 그녀에게 쪽배라는 희망이 있잖아요. 대선님께서도 잔잔한 일상사를 그리시면 어느새 알찬 열매를 맺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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