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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47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5-03-28 01:19:16
추천수 34
조회수   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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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민재 [가입일자 : 2014-10-22]

제목

시가 있는 풍경 47
내용





타락천사 1


헤맬수록 왠지 나는 더욱더 쓸쓸하던 것이다

계집 하나 잘못 잡아먹고 목에 비녀 걸린 채

고옥이 배회하는 그런 어떤 야윈 들개처럼

왠지 내 목구멍에도 그런 비녀가 걸려 있었다

그것은 울음이 아니었을까도 모른다

-박상륭*


비가 오는 날 나는 들개다

비루먹은 들개다

진창에 온 털을 적시고

물웅덩이에 비친 자기 몰골을

타인처럼 들여다 보고 있는,

물웅덩이의 하늘을

마치 明鏡처럼 들여다보며

흙 속에 묻힌 수백 년의

세월을 닦아

자기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는,

목에 걸린 비녀를 우는

비(雨)녀(女)다

찌그러진 밥그릇에 담긴

자기 뼈를
핥아대고 있는,

조 윤 희


타락천사 2


혼 위에 뼈며 살을 입고 있다는 것은

무겁고 거추장스러우나 그래도 그 탓에

혼은 좀 덜 추운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좁은 자는 자기 곁을 스쳐 지나가는 것을

언제나 자기와 다른 것으로 보며 마음을

더욱더 오그려 쌓아 더욱더 좁은 것으로

만들려 한다

-박상륭


온 들판을 흔들며 지나가는

들소들,

떼,떼,떼들,

그 들소 발굽 아래

자지러지는

개미

조 윤 희



타락천사 3

자기의 체신보다도 두 배도 더 큰 것을 그

체신 속에 넣어두고도 살쪄 보이는 구석이

라곤 없는 늙은네는 더욱더 지쳐 보였다

하기는 여러 곳에서 나는 삼천대천세계를 다

삼키고도 배가 고파 허리가 휘인 그런

늙은네들을 많이도 보아온 터이긴 했다

-박상륭


들소떼들의 발굽 소리를 넣어두고도

잘록한 개미허리로

두 개의 세상을
만들어 버리는 習性,

입과 항문 사이가 막혀

창자 속에서

독이 되는 똥

조 윤 희


타락천사 4


장소로부터 도망치며 어쩔 수 없이 장소로

드는 죽음, 습속으로부터 계속하여 떠나가며

그 습속 속에서 죽는 죽음, 스승의 어휘로는

계집으로부터 도피해가며 계집의 자궁으로

드는 죽음, 이런 병인은 진맥키 어려운

듯하다

-박상륭


자신 속의 幻滅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빨라

자기가 자기 내장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

다시 토악질하는

바다

조 윤 희


* 박상륭의 소설 『죽음의 한 硏究』에서 부분 발췌


※출전: 슬픈 모서리의 사랑, 조윤희, 세계사, 1999
※참고 하세요:
https://mirror.enha.kr/wiki/%EB%B0%95%EC%83%81%EB%A5%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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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선 2015-03-29 02:30:22
답글

너무 어렵슴다. 한 삼천 번 보면 이해 되려나요.

이민재 2015-03-29 08:29:01

    어려운 거 맞습니다. 박상륭 소설가가 삼천대천세계를 넘나드는 분이니 그렇지요. 꼭 시를 이해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모르면 모르는대로 넘어가고 공감가는 대목은 맞짱구를 쳐주고 이것은 아닌데 이리 읽었다면 이렇게도 세상사를 읽는거구나. 하면서 한 수 배웠네. 이렇게 시를 대하시면 되겠습니다.

이상 시인이 있다면 박상륭 소설가도 있어야지요. 소설 자체가 어려우니 문학평론을 업으로 하는 분들도 이 분 소설을 슬슬 피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도 용감한 시인이 박상륭소설을 자신의 시각으로 읽는다는데 의의가 있지 않겠습니까?

이종호 2015-03-30 21:44:03
답글

장소로부터 도망치며 어쩔 수 없이 장소로

드는 죽음, 습속으로부터 계속하여 떠나가며

그 습속 속에서 죽는 죽음, 스승의 어휘로는

계집으로부터 도피해가며 계집의 자궁으로

드는 죽음, 이런 병인은 진맥키 어려운

듯하다

-박상륭


이 대목은 약간 19금 스럽습니다....ㅡ,.ㅜ^


무쟝 어럽네요....ㅠ,.ㅠ^

이민재 2015-03-31 15:02:26
답글

유.불.선과 기독교 및 우리 전래의 토속신앙까지 만여년 전부터 현대를 넘어 미래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박상륭 소설은 문맥하나 하나가 화두 그 자체입니다. 검고 어두운 세계와 우리 인간의 근원의 문제를 제기하기에 읽어도 읽어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지요. 또한 조윤희 시인도 마찬가지고요. 저도 몇줄 쓰기가 이리 어렵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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