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는 지금까지도 영화와 연극, 또는 만화로 새로운 해석이 생성되고 있다. 그만큼 대중적 성공을 거뒀다는 말인데, 그 이유의 하나는 로빈슨 크루소가 실재 인물이라 착각할 정도로 상황의 묘사가 생생했다는 것이다. 사실주의의 효시로 꼽히는 이 소설은 루소도 <에밀>에서 아동이 12세가 되기 이전에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작가 디포는 런던에서 큰 피해를 입힌 흑사병과 대화재를 직접 목격했고, 훗날 그에 대해 소설을 썼을 정도로 주변 사물을 예리하게 관찰했다. <로빈슨 크루소>에서도 그런 면모는 두드러진다. 디포는 무역으로 성공과 좌절을 모두 맛본 인물이었다. 무역선과 항로, 선박과 내부 물품 등에 대한 상세한 기록은 실무에 밝은 무역업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1703년 영국 역사상 최악의 폭풍우에 대한 목격담도 기록했다. 난파 장면이 생동감 있게 그려진 이유다.
디포는 <완벽한 영국의 무역업자>라는 책을 낼 정도로 부국강병에서 차지하는 무역업자의 중요성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해상 강국으로 발돋움하려던 영국의 위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당시 영국은 아메리카나 인도에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해군력을 강화하고 있었다. <로빈슨 크루소>가 브라질의 농장이나 오리노코강 어귀 무인도에서 영국인이 벌이는 모험 이야기라는 사실은 우연한 설정이 아니다.
유럽인은 식민지를 건설하며 원주민을 미개인 취급했다. 크루소는 함께 지내게 된 야만인에게 ‘프라이데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를 만난 요일이 이름이 되었다. 프라이데이는 주인에게 절대적 충성을 보이며 그의 종교와 말을 배운다. 반면 크루소가 프라이데이의 문화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해보려는 시도는 없다.
프랑스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는 <프라이데이>라는 소설로 프랑스 학술원상을 받았다. 프라이데이가 주인공인 이 소설은 로빈슨 크루소가 그에게 깊이 감화되어 결국 섬을 떠나지 않는다는 결말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