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후다닥 일 벌이기 좋아하는 마눌님... 대학동창이랑 갑자기 뜻이 맞아 뭔가를 꾸미는듯 하더니만...
뚝딱 맥주집을 하나 열었네요. 이전에 하던 사람이 방만한 경영으로 한동안 문을 닫았던 업소를 인수해서는
바닥 및 벽 공사, 전기공사, 청소 및 주방용품 교체 등 내부와 설비를 재단장하고, 메뉴 선별하고, 테스트
하고... 엊그제 월요일 정식으로 개업했습니다.
충무로 대한극장 큰길에서 약간 들어간 골목길이긴 하지만, 동국대 후문에서 충무로역으로 이어지는
샛길인지라 평소 대학생들의 왕래가 잦은 곳입니다. 이전에 그냥 "맥주집"이라고 대충 간판을 달고있던
곳인데 그래도 새로 오픈을 하자니 적당한 이름을 달아줘야 겠고... 식구들끼리 좀 고민을 하다가 제가
발의를 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공포소설 작가로 불리는 스티븐 킹의 원작소설을 대감독 롭 라이너가
영화로 만든 "Stand by Me"를 쓰기로 했습니다. 벤 E 킹의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고 말이죠.... 원체
구닥다리 팝송이라 젊은 친구들이야 잘 알지도 못하겠지만 말이죠...
2층이고 입구가 구석으로 외진 느낌이 들어 좀 걸리긴 하지만, 내부는 널찍한게 주변의 고만고만한
가게들과는 좀 차별화가 된 느낌입니다. 실평수 약 40평 규모에 테이블이 4인 기준 약 스무 개 가량
되는지라 근처의 고만고만한 가게들에 비해 널찍한 편입니다.
일껏 영화 포스터를 구했더니 가용한 것이 스페인어 타이틀을 달고 있는 녀석이네요. 창업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 애를 쓰다보니 내부 인테리어가 욕심만큼 나와주질 않았습니다만, 평가는 그다지
나쁘지 않네요. 와이프가 인테리어하는 사촌오빠에게 부탁해서 바닥과 전기공사 싸게 하고, 전등은
을지로 나가서 이것저것 고른 것으로 직접 사다가 달았습니다. 그야말로 헝그리 개업입니다.
그뿐이겠습니까.... 홀 담당에는 미술을 전공한 큰딸, 주방엔 요리를 전공한 둘째딸이 맡고 와이프는
영업상무 겸 얼굴마담하고 있습니다. 막내는 간판, 메뉴판 등 각종 디자인 작업을 도와줬습니다.
오른쪽은 대학생 손님들을 위한 단체석....
왼쪽은 일반 손님들에게 어울리는 좀 편안한 분위기...
암튼, 물장사가 쉬운 일이 아닌데 그걸 후다닥 해치워버린 마눌님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지가 언제 장사라고 해보길 했나... 참나... 매일 세 시 쯤엔 가게로 나가서 오픈
준비하고, 식자재 주문넣고, 애들은 청소하고.... 세 식구가 새벽 두시 반은 넘어야 집으로 들어오는
올빼미 생활이 되었습니다. 애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죠....
저야 갑작스레 들이닥친 생활의 대폭적인 변화에 그저 눈만 껌뻑거리고 있으면서 반 홀애비 노릇을 감수
하고 있네요.
오픈 전에 며칠동안 시범운영을 했는데, 그 사이에 발 넓은 와이프 모임친구들이 여러 팀 다녀갔습니다.
와이프 초딩 동기회에서는 정모장소를 굳이 변경해 정식오픈 전이니 기꺼이 테스트 대상이 되어주겠다며
한꺼번에 47명이 들이닥치기도 했죠. 주문받는 것부터 안주내어오는 속도와 맛 평가까지 해주고 갔습니다.
그분들이 올려준 매상만 170만원 정도... 하루 매상이 그 정도만 된다면야...
와이프가 맥주집 개업했다는 소식 듣고 여기저기서 화분을 보내주셨는데, 제 군대동기들도
대열에 합류했네요. 감사한 일입니다. 암튼... 잘 돼야할텐데...
?
지하철 충무로역 1번 출구에서 약 50미터 정도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