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을 넘어가는 방법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 경쟁사회라는 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 그런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건 이 경쟁이라는 것이 사회를 움직이는 유일한 잣대여야 하는 것처럼, 심지어 무슨 숭고한 가치나 고결한 미덕인 것처럼 추앙되는 풍토다. 물론 경쟁이 때때로 필요하다는 데는 나 역시 동의한다. 그렇지만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것이 곧 옳은 것이라는 사고는 가장 천박한 수준의 실용주의일 뿐이다.
어찌 됐든 이러한 경쟁사회에서 살다 보니 누구나 앞서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이 땅의 학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반드시 '혼자 1등으로 벽을 넘어가는 담쟁이 잎'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종교 수준의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리더'로 넘쳐나고 있다. 직장에선 리더십 양성 프로그램이 수시로 행해지며, 서점에 가보면 제목에 '리더'가 들어간 책들이 한가득 깔려있다.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아이들이 '리더십 학원'이라는 곳을 다닌다고 한다. 그런데 누구나 이렇게 리더(이끄는 자)가 되려고 한다면 도대체 누가 팔로어(따르는 자)가 된다는 걸까. 어차피 경쟁사회니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리더가 되고, 진 사람은 팔로어가 되라는 것일까.
담쟁이는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절망의 벽'을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지금 이 땅에 사는 우리가 미친 듯이 경쟁하며 벽을 넘으려고 할 때, 담쟁이는 오로지 굳건한 공동체적 연대와 우정의 힘으로 벽을 넘는다.
만일 천국이 있다면 어떤 곳일까. 흔히 천국을 그 어떤 벽도 없는, 그 어떤 장애와 절망도 없는 곳으로 묘사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곳에도 크고 작은 벽들은 있을 것이다. 다만 그곳의 사람들은 그 벽을 담쟁이처럼 넘어갈 것이다.
※출처: 시 읽기 좋은 날, 김경민, 쌤앤파커스, 2011 P314-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