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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폭력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5-02-12 20:11:55
추천수 33
조회수   1,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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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제목

무모한 폭력
내용




새벽 일곱시. 쿠바 시인의 누추한 아파트에 벨이 울렸다. “누구요?” “전보가 왔습니다.” 위험을 직감한 남편은 문을 열지 말라 했으나, 어차피 문을 부수고 들어올 그들임을 알기에 아내는 문을 열었다. 십수명의 무장 요원들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며 수색을 한 뒤 부부를 압송했다.

 


카스트로의 혁명에 지지를 보냈으나 전체주의적으로 바뀌는 체제를 보며 환멸을 느낀 시인 에베르토 파디야는 비판을 함축한 시집을 낸 바 있었다. 쿠바 정부는 아내 벨키스 쿠사 말레의 시집 <전선의 여성들> 역시 탄압했었다. 이들이 체제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정보를 획득한 정보부의 조치였다.

 


이 일은 쿠바를 넘어 세계 지성의 관심을 끌게 된 사건으로 이어졌다. 체포된 지 한달이 지나 쿠바 정부에서는 파디야가 문인들 앞에서 자아비판을 하고, ‘반혁명’ 작가들을 고발하게 만들었다. 고발 명단에는 동료 문인은 물론 사랑하는 아내의 이름마저 들어 있었다. 이른바 ‘파디야 사건’은 참여에 적극적인 세계의 지식인들을 고뇌하게 만들었다. ‘평등’을 내세우는 사회주의 체제를 단지 그 이유로 계속 옹호해야 하는가? 비인간적 인격 말살의 행태를 묵과할 것인가?

 


장폴 사르트르, 수전 손택,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옥타비오 파스와 같은 문인들이 두 차례에 걸쳐 프랑스의 신문 <르몽드>에 카스트로를, 그리고 파디야의 굴욕적 재판 과정을 비판하는 공개서한을 실었다. 그들은 파디야의 자아비판보다는 시인의 언어인 시에 실린 진실의 힘을 더 믿었던 것이다. “최고의 시는 언제나 간수의 등불 밑에서 태어난다”고 말했던 시인 부부는 결국 석방되었다.

 


법치국가를 자처하는 대한민국에서 일개 비리 사학에 의해 이에 버금가는 폭력이 이른 새벽부터 자행되었다. 상지대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언어도단의 상황이 법의 처단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은 관련 부서의 묵인 아래 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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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예 2015-02-12 23:27:58
답글

지식인은 많아도 지성인이 보이지 않는 시대에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그리고....보편적인 상식을 벗어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는 것은 지적하신 대로 더 큰힘의
묵인이 없이는 어려운 일이겠지요.

조한욱 2015-02-13 14:53:35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 교육분과위에서 들고 일어서는 데도 정작 교육부장관이란 사람은 모른 체 하고 있는 상황이니 말 다 한 거죠.

용정훈 2015-02-13 00:06:18
답글

“최고의 시는 언제나 간수의 등불 밑에서 태어난다”라는 말조차도 부럽습니다. 군사독재시절 "펜도 없고 종이도 없는 자유대한에서, 그 감옥에서 살기보다는 차라리 고대의 노예나 중세의 농노, 일제시대에 태어나고 싶다"고 했던 김남주시인의 절규가 떠오르네요. 이런 면에서는 세계최고 아아 우리조국 아아 대한민국~

이번 교육부의 국립대 총장후보자 임용제청 거부 사태도 그렇고, 황우여장관의 발언도 그렇고, 교육환경도 참 야만적인 시절인듯 합니다.

조한욱 2015-02-13 14:54:35

    닭부터가 사학의 비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형편이니...

이민재 2015-02-13 16:29:08
답글

"최고의 시는 언제나 간수의 등불 밑에서 태어난다."라는 본문의 한 구절을 읽다보니 엉뚱하게 그리 연관이 없는 박학다식한 조x일O의 故이규태씨가 떠오르네요. 이 분은 시중의 식자층에게는 호불호가 있지요.

참고 삼아 故이청준선생의 "당신들의 천국"은 이렇게 탄생했지요.(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에 등장하는 작중 인물 C일보 기자 이정태는 이규태를 모델로 하였다.-부분 인용)

이참에 모씨를 흉내내서 어설픈 아바타 노릇이나 해볼까했는데 이마저도 재주가 영 시원찮은지라 이리 장황스럽군요. 각설하고요

제가 한자에 대해서 잘은 모르고 또한 참고자료로 할만한 것이 주위에 없는 관계로 설명하는 데에 한계가 있겠지만 이왕 나온 김에 뜻을 한 번 풀어 볼까 합니다.

詩는 言(말씀언)은 날카로운 연장(끌)을 나타내는 매울신(辛)과 입구(口)를 합쳐 끌로 돌에 새기는 것처럼 '입으로 확실하게 말한다는 뜻을 나타내고 言이 있는 글자는 입의 역할이나 말에 관계되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변으로 쓰일 때에는 말씀언변이 되고요.

辛자를 풀어보면 辛은 바늘의 모양을 본 떠 곧음을 나타내고 '스스로 생각한 바를 입으로 바르게 말한다는 뜻'입니다. 옛날 노예, 또는 죄인의 이마에 문신할 때 쓰는 침의 모양을 본 뜬 글자로 중죄를 범한 사람에게 혹독한 벌을 내린다는 데서 괴롭다. 맵다의 뜻이 됩니다. 옛날의 형벌이 무척 엄했음을 한 글자에서 알 수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모라면 회사에서 생산하는 제품인 '辛라면'이 있는데 이런 고약스런 뜻이 있음을 알고 먹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寺(관청시) 갈지((土=之의 변형)에 법도 촌(寸)을 받친 글자로 처음 중국에서는 일정한 법도 하에서 일을 해나가는 관청을 뜻 하였으나 후에 불교가 처음 들어 왔을 때 관청에서 불법을 논한 까닭으로 절을 뜻하게 된 글자입니다.

그래서 두 글자를 합쳐 풀이해 보면 말씀언(言)에 관청시(寺)를 짝지은 글자로 '마음 속 깊이 들어 있는 뜻을 말이나 글로 운치 있게 표현한 글'이라 하여 詩가 됩니다.

여담입니다만 이 세상에는 시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눈 먼 권력자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정신을 담는 그릇(시)인 시인을

조한욱 2015-02-14 08:33:34

    역시 민재님께서는 시의 내력과 의미에 대해서도 통달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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