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은 1963년에 출간된 에드워드 톰슨의 역작으로서 이미 현대의 고전 반열에 올라 있다. 마르크스주의자를 자처하면서도 정통 마르크스주의에서 벗어난 시각에서 노동계급의 의식이 문화적으로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한 이 저작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문화 연구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렇듯 학자로서 명망을 높여가던 톰슨이 1970년대부터 교수직을 박차고 나왔다. 인간보다는 이윤에 우선권을 부여하며, 학문적 논쟁보다는 경영을 위한 통제를 선호하는 대학 체제에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자유기고가이자 평화운동가가 된 톰슨은 <워릭대학교 회사>라는 책을 써서 자신이 사직한 학교를 고발했다. 짧다 하여도 단 일주일 만에 명문으로 엮어낸 책이었다.
국립대학이지만 인근의 기업들로부터 재정지원을 받던 워릭대학교에서 학교와 학생들 사이에 마찰이 일어났다. 학생들은 학생회관의 건립을 원했지만 학교에서는 임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회의실을 만들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학교 쪽이 기업과 결탁하여 학생들을 감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초빙교수까지 혐의를 잡아 기소할 가능성을 알아보고 있다는 문건이 유출되었다. 기업과 대학이 공모하여 감시를 자행하고 학문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려 한 것이었다.
톰슨은 “대학이란 정부의 포고령에 의해 설립 허가가 떨어졌을 때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은 그 구성원들이 공동의 관심사와 정체성을 갖고 있음을 인식할 때 태어난다”고 주장함으로써 학생들의 명분에 힘을 실었다. 학생들의 저항은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학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의 출발이라는 것으로서, 대학은 ‘회사’가 아니라 학문적 탁월성과 지식의 추구라는 이상을 실현할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퇴출된 사학 비리 재단이 속속 복귀하는데 정치권에서는 방관한다. 범죄 수준에 버금가는 비리 재단의 폭거에 합당한 응징이 가해지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