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퓨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많습니다. 불편한 분은 피하시기 바랍니다.)
독일 유보트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라이언 일병구하기와 특전 유보트를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2차대전 영화가 없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 퓨리도 개봉 첫날, 가장 빠른 상영을 손꼽아 기다리기 보다는 IPTV에서나 즐길 생각이었죠.
전투장면을 제대로 표현했다... 특히 전차전에서 감동이었다... 해서 갈등끝에 어제 봤습니다만... 역시IPTV가 정답이었습니다.
영화 마이웨이와 명량에서 고증이 잘못된 부분을 정리했더니 몰려와서, 심지어 "영화 주인공은 죽는 법이 아니다"라는 소리까지 하는데 질려서 퓨리에 대해서는 제가 친절하게 결론을 내기 보다는 그 당시 주요 장면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설명하겠습니다. 그래도 저를 믿는 분을 위해 "영화는 영화고, 고증은 고증입니다"라는 당부를 드립니다.
먼저 눈썰미가 있는 분은 워 대디(브레드 피트)가 AK47과 같은 이상한 소총을 사용하는 장면이 기억날 겁니다.
세계최초의 돌격소총 StG 44를 노획해서 사용한 것입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이 세계최초로 만들어서 이후의 전쟁양상을 바꾼 무기가 많았는데 제트기와 탄도미사일과 같이 거대한 것도 있었지만 돌격소총과 같은 작은 것도 많았습니다. 이후 전세계 자동소총의 기본모델이 되었습니다. 다만 너무 늦게 나왔고 폭격으로 제대로 공급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중간에 나오죠? 하늘 가득히 날아가는 폭격기들... 그들이 아니었다면 워 대디는 프랑스 땅도 못 들어갔습니다.
영화 장면 곳곳에 포로로 잡힌 독일군의 군복을 보면 패턴 위장복이 많이 보였을 겁니다. 세계최초의 패턴 위장복이었는데 좋은 것은 친위대부터 주다보니 무장친위대 복장이었습니다.
어린 소년병(히틀러유겐트)이 전차를 격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히틀러유겐트는 나치의 청소년조직으로 무장친위대못지 않게 광신도들이어서 영화에서처럼 관용을 베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패전 직전에 독일 나치는 14세 이상의 소년뿐만 아니라 여성과 노인도 국민돌격병(폴크스툼)으로 징집해 동원했습니다.
전차를 격파한 소년병이라고 합니다.
소년병이 영화에서처럼 전차격파 훈련을 받고 있습니다.
영화 몰락에서도 베를린 시내사수를 고집하는 어린 여성 유겐트가 나오죠. 표정이 너무 밝다 싶었는데 바르샤바 봉기의 시민군이었습니다. 제 실수입니다.
히틀러유겐트까지는 그래도 무장과 훈련을 시켰지만, 국민돌격대는 훈련도 없이 1차대전 구식소총이나
사냥총으로 무장시켜 내보냈습니다.
타이거 전차와의 맞대결은 지난 번에도 정리했으니까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웃음이 저절로 나왔습니다만... 원래 전차를 비틀어서 포탄이 튕겨나가게 운전하는 것이라고 하는데야 싸우기 싫으니까 셔먼 전차를 이번 기회에 다시 보게 되었다고 칭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피날레 장면으로 넘어가보죠.
2차대전 말기, 무장친위대 정도이면 어느 정도로 대전차 전투훈련을 받았을까요?
동부전선에서 워낙 심한 고생을 했기 때문에 훈련과 경험은 대단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전차를 잡으면 팔에 저렇게 기장을 다는데 교관은 전차 4대를 잡은 사람이군요.
교관 앞에 이상한 물건들이 많죠?
먼저 가장 원시적인 화염병입니다. 보기에는 상당히 무식한 방법같지만 전차의 시야가 워낙 좁기때문에 의외로 큰 효과를 냈습니다. 핀란드의 겨울전쟁처럼 전차를 부수는 효과는 사라진 지 오래되었지만 전차병의 시야를 가리는 데에는 여전히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편법도 사용되었습니다. 전차의 엔진데크에 올려서 엔진을 부수는 방법입니다.
이것말고도 화약통이나 지뢰에 신관을 연결한 무기도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엔진 위나 차체와 포탑 사이에 끼워서 터트리면 효과가 대단했죠.
영연방 병사의 발 옆에 놓인 대전차지뢰가 그 용도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대전차무기가 등장하는군요. 흡착지뢰입니다. 사진에서 처럼 몰래 다가가서 옆에 붙이고 신관 동작시키고 튀면 됩니다. 독일이 대대적으로 사용했는데, 연합군도 사용할 줄 알고 전차에 시멘트를 바르는 찌메리트 코팅을 했는데 괜한 고생이었죠. 연합군은 흡착지뢰를 사용하지 않았고 일방적인 공세라 사용할 필요도 없었죠.
영화에서는 수류탄을 마구잡이로 던지던데... 웃음만 나오죠... 이런 식의 대전차 수류탄이 있었습니다. 던지면 낙하산이 펴지면서 포탑 위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런 대전차 무기가 없는 경우에는 집속 수류탄을 사용했습니다. 하나씩 던져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수류탄 탄두를 묶어서 사용한 것입니다.
대전 말에 가면 이런 무기들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상황은 악화되었지만 보병의 대전차 전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으니까요.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팬저슈렉인데 미군의 대전차 무기 바주카를 생각하면 됩니다. 효과는? 150m 거리에서 160mm를 관통하기 때문에 M4 전차 정도는 가볍게 뚫습니다.
아래의 팀은 벌써 전차 3대를 잡았군요.
팬저슈렉보다 훨씬 흔하고 대대적으로 사용된 대전차 화기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히틀러유겐트가 전차를 부쉈던 팬저파우스트Panzerfaust입니다.
굉장히 단순한 무기로 사수가 상체를 드러내야 하고 후폭풍으로 위치가 바로 발각되기 때문에 너죽고 나죽자는 마지막 수단입니다만, 영화처럼 외톨이로 그것도 기동하지 못하는 전차는 그냥 사격훈련용이죠.
30m 사거리에서 200mm를 관통합니다. 영화 클라이막스에서는 별 효과가 없었죠? 88mm도 가볍게 버티는 전차이니 뭐...
실제로 대전말 시가전에서 소련군 전차피해의 70%가 팬저파우스트에게 당했기 때문에 소련군 전차는 물론이고 미군과 영국군 전차도 팬저파우스트를 막기 위한 원시적인 보호장치를 달았습니다.
대전말 전차는 바닥났고 대형화기도 바닥났기 때문에 독일은 팬저파우스트를 대대적으로 보급했습니다. 1943년 8월 이후 무려 6백만 개가 공급되었는데 대전말에 그 물량이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정규군의 가장 일반적인 대전차무기일뿐만 아니라
국민돌격대에게도 소총은 못 줘도 팬저파우스트는 주었을 정도입니다.
그러니 영화에서 등장하는 나치친위대는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무기죠? 그렇습니다. 영화에서도 대거 등장합니다.
기동을 못하는 전차인데도 불구하고... 대전차 전술의 교범에서 분명히 사각을 노리라고 교육을 했는데도... 아무리 대전말 붕괴직전이라고 해도 최정예 SS 대대인데도... 전차 앞에서 줄기차게 뛰어다니면서 학살을 당합니다.
앞에서 설명한 국민돌격대도 푸짐하게 가지고 있던 그 흔한 대전차 무기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줄기차게 MG42만 쏘아대고 수류탄만 던져대면서 자살을 해댑니다.
전차 안의 좁은 공간에서, 그것도 바로 옆에서 수류탄 2발이 터졌는데도 브레드 피트의 얼굴을 보호해야 했던 감독을 생각하면 타이거와의 전차전도 1:4가 아닌 4:1로 타이거를 사냥하고 다니지 않은 것만도 다행입니다.
마지막으로 팬저파우스트를 재미있게 사용하는 국민돌격대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