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문지우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라는 영화로 2007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감독이다. 루마니아 최초의 쾌거였다. 이 영화는 불법 낙태의 문제를 고발하면서 독재체제 아래 억압된 여성의 현실을 섬뜩하게 그려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문지우는 낙태에 따르는 연인들 사이의 성별에 의한 미묘한 견해 차이는 물론, 세대 사이의 간격과 사회적 신분에 따르는 차별을 사실적인 연출로 섬세하게 다루었다.
그런 차이는 어느 곳에나 있을 법하다. 하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전대미문의 차우셰스쿠 독재 치하였음을 감안하면 의미는 아주 특수해진다. 수많은 그의 횡포 중에서도 가장 극에 달한 것이 ‘포고령 770’이었다. 출산율이 낮아져 국력이 약화되었다고 판단한 그는 이 법령을 통해 피임과 낙태를 금지시켰던 것이다. 피임약과 도구가 약방에서 사라졌고, 모든 여성이 매달 산부인과 검진을 받아야 했으며, 비밀경찰이 병원을 감시했다.
그럼에도 아이를 가졌으되 도저히 출산할 형편이 되지 못해 낙태에 의존해야 하는 여인들은 많았다. 이 영화는 그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렵게 비용과 장소를 마련하여 아이를 지우려는 젊은 여성과 그를 도우려는 친구가 불법 낙태를 시술하던 자의 협박에 말려 육체를 유린당하기에 이른다. 감시의 눈이 도처에서 번득이는 그곳의 삶이 그 두 여인에겐 버겁기만 하다.
억압된 제도는 불법을 통해 이윤을 챙기는 무뢰한을 양산한다. 낙태를 하다가 죽은 사람이 5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음지에서 이루어진 악의 고리가 밝혀지면서 1989년 차우셰스쿠가 처형된 후 가장 먼저 낙태 합법화가 이루어졌다.
독재 사회는 권력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기에 부패가 가속화되어 특히 약자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해버린다. 요즘 이곳에서도 개인이 결정해야 할 삶의 형태에 세금을 부과하려는 식의 꼼수가 간간히 노출되는데, 농담이라면 최악의 농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