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아침, 아내는 오랜만에 교회 간다며 6시에 일어나 집을 나서면서
"오늘 나 찾지마. 얘기한대로 잠적할거야." 이 말 한마디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절에서 일 할 때는 불공 드리더니, 주변에 교회다니는 친구들 많아지니 종종 교회 나가네요
오늘은 남자 세명도 해방되는 날입니다
미리 예약한 낙동강변 삼락생태공원에 새로 생긴 삼락오토캠핑장으로 향했습니다
1박에 2만5천원입니다. 정말 저렴하죠?
도착해보니 상당히 깔끔하게 잘 해 놓았습니다. 각 사이트는 도로보다 높게 되어 있고
구멍난 블럭을 깔아 놓았습니다.
텐트만 칠 수도 있고, 차를 올려서 함께 세워둘 수도 있습니다
주변에 잔디밭도 있고, 이동식 취사장과 화장실도 있네요.
아침에 늦잠자고 뒹굴거리다 뒤늦게 짐을 챙기느라 이것저것 제대로 준비도 못했습니다
그냥 고무공 하나 들고 왔어요
아빠 닮아 소심한 큰 아이
엄마 닮아 씩씩한 작은 아이
날씨는 춥지도 않고 많이 덥지도 않고, 움직이면 땀 조금 나는 정도로 딱 좋습니다
여긴 낙동강변이라 항상 바람이 문제인데, 이 날은 바람도 살랑거리는 정도네요
잠시 그늘 찾아 차로 들어갑니다
남들 다 치는 집채만한 텐트는 커녕, 그냥 2-3명 겨우 누울 수 있는 그늘막 텐트가 있지만
그냥 의자 2개만 들고 왔습니다
그늘은 우리 올란도가 만들어 줄테니까요.
누구의 방해도 없이 누구도 신경쓸 사람 없이 혼자 있고 싶다며 훌쩍 떠난 아내는
혼자서 맛난 메밀국수를 먹고 있다며 카톡으로 자랑을 합니다
우리도 배고파지기 시작해서 고기를 굽습니다
무려 소고기를 사왔습니다. 등심 한팩에 3만원, 갈비살 한팩에 2만원, ㄷㄷㄷㄷ
집에서 밥솥 박박 긁어서 가져온 밥이랑 먹으니 과식 하지 않고 딱 좋네요 ^^
김치도 못챙겼고 된장, 막장도 못챙기고 그냥 데리야끼소스가 냉장고에 있길래 챙겨왔는데
맛있다며 잘 찍어먹네요, ㅎㅎ
결국 갈비살까지 다 먹었습니다
챙겨간 분무기로 물 뿌려서 숯불 끄고 쓰레기 줍고 이것저것 챙기는 것도 나름 일인데,
대형 텐트치고 테이블 펴고 솥 걸어놓은 분들은 대체 어떻게 챙겨 가시는지 정말 궁금하더라는....
여기 캠핑장이 부산이라 잠자러 차 타고 집에가도 30분이면 가거든요.
여차하면 올란도 2열까지 접으면 3명은 충분히 잘 수도 있지요
주위도 널찍하니 좋습니다
자전거도 무료로 대여해준다는데, 어디 있는지 못찾겠어요
공원의 저 북쪽 끝에는 삼락생태공원이 있는데, 한번도 못가봤습니다
11월부터는 철새 모이는 때라서 일시 폐장 한다고 하네요
조만간 당일치기로 오는 사람들을 위해 1만5천원 짜리 데크도 조성할거라 하네요
집에 들어와서는 뭐하고 싶냐고 물으니 어머니 없는 이 때 영화를 보고 싶다 합니다
셋이서 영화보고 있는데, 아내는 친구랑 보신탕 먹고 있다면서 또 자랑을 하네요, 에궁....
애들에게 우리는 뭘 먹을까 물어보니 어머니 없는 이 때 햄버거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맥딜리버리에 전화해서 세트 주문해서 먹었습니다
세상 참 편리하네요. 집에 앉아 영화보면서 배달해주는 햄버거를 다 먹어보네요, ㅎㅎ
큰 아이는 요즘 햄버거를 맛있게 먹습니다. 어렸을 때는 한입 베어먹고는 안먹더니...
돼지국밥 같은 걸 더 좋아하거든요.
작은 아이는 여전히 절반정도 먹고는 아버지 먹으라고 주네요. 대신 감자튀김으로 배 채웁니다
꿈같은 하루의 자유가 이렇게 지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