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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청준 선생님 묘소에 다녀와서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4-09-27 03:05:26
추천수 39
조회수   1,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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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제목

이청준 선생님 묘소에 다녀와서
내용









소싯적부터 이청준 선생님의 작품을 무척 좋아했었습니다. 교원대에 와서 문학평론하는 권오룡과 친하게 지냈는데, 어느날 술자리에서 하는 얘기가 다음날 이청준 선생님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었죠. 문학과지성사에서 "이청준 깊이 읽기"라는 책을 내는데 그 책의 총편집을 맡았던 것 같습니다.

내가 얼마나 이청준 선생님의 광팬인줄 아느냐고 거의 떼를 쓰다싶이 하며 그 인터뷰 자리에 나도 가게 해달라고 청했습니다. 처음엔 농담으로 받다가 제 진정성(?)을 알아챈 권선생이 허락하여 다음날 올림픽아파트 근처의 찻집에서 인터뷰를 하는데 그 자리에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이윽고 인터뷰가 끝나고 술을 곁들인 저녁자리가 만들어졌는데, 그때부터 제가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청준 선생님의 소설들 하나하나마다 제게 어떤 의미를 주었는지 말씀을 드렸죠. 심지어 신문에 발표했던 꽁트까지... 점차 대화의 주체가 선생님과 저로 바뀌었고, 2차에 가서도 대취하도록 마셨는데, 자리를 파한 뒤에도 선생님께서 제 손을 잡고 당신의 집으로 가서 한잔 더 하자시며...

그때 발렌타인 17년짜리 새병을 따서 물컵에 콸콸 소리가 나도록 따르시며 "조선생 드셔..." 거의 인사불성의 상태로 선생님 댁에서 나와 고교 동창인 권선생의 집으로 가서 하루밤을 의탁했습니다. 다음날 권선생이 부러움을 토로하더군요. 지는 같이 문학하는 사람으로 오랫동안 만났는데도, 이선생님 댁엔 어제 처음 가본 것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그런 연유로 "이청준 깊이 읽기"에 제 팬레터와 비슷한 "그 참담했던 시절의 한 줄기 빛"이 실렸던 것이죠. 오래 전에 그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거기에 그런 사연이 담겨있었습니다. 이후 이청준 선생님께서 그 책에 글을 기고한 사람들을 초청하여 저녁 자리를 만드셨습니다. 거기에 갔었죠. 모두가 문학과 관련된 사람들이었는데, 저만 다른 분야에 있었죠. 2차로 맥주를 마시러간 자리에서 선생님께서 제 옆에 다가와 말씀하시더군요. "옛날에도 조선생 같은 독자가 있었던 것을 알았더라면 더 치열하게 글을 썼을 텐데..." 저로서도 황공한 말씀이었죠.

그렇게 몇 차례 더 뵈었습니다. 그리고 투병생활을 하실 땐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초라한 몰골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선생님의 뜻이 커서 그랬겠지만, 그때 뵙지 못한 것이 종내 한이 되어 있었습니다. 경향신문에서 "책 읽는 경향"이라는 꼭지를 신문 1면에 계속하여 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게도 기회가 와서 저는 이청준 선생님의 소설에 대해 쓰면서 "꼭 건강을 되찾게 되시길 바란다"고 마무리를 했는데, 그 꼭지가 실리기로 예정된 날 하루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마무리를 "극락왕생하소서"로 바꿨었죠.

그때 선생님을 뵙지 못했던 게 한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번 답사지 중에 장흥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원생들에게 선생님과의 인연을 얘기했더니 답사예정지 중 한 곳을 포기하고 선생님의 생가과 문학비가 있는 묘소를 찾기로 모두가 동의해주었습니다. 고마울 뿐입니다.

이렇게 선생님을 다시 뵙게 되어서 한을 하나는 푼 뜻깊은 답사였습니다. 선생님 첫 작품집 "별을 보여드립니다"를 열림원에서 새로 내며 그 책과 관련된 출판업계분들과 선생님의 글을 모은 책도 함께 냈었습니다. 거기에 "그 참담했던.." 그 글이 관련자가 아닌 사람의 글로는 유일하게 실리는 영광까지 누려봤습니다. 아직도 추모의 념과 감흥이 사라지지 않아 여독을 조금 풀자마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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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욱 2014-09-27 03:07:40
답글

그때 김병익 선생님의 주도로 문학비 건립을 추진하던 분들이 모금을 했었죠. 어떻게 얼마나 해야하는 줄 몰라 부끄러울 정도의 액수를 보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도 저 명판에 제 이름이 실린 송구스러움도 있습니다.

이문석 2014-09-27 08:23:40
답글

조교수님의 글을 보니 제가 대학생시절 최고로 좋아했던 이청준선생님이 다시 생각납니다.

조한욱 2014-09-27 19:52:15

    이렇게 선생님 팬들을 온라인에서라도 만나니 반갑습니다.

lalenteur@hotmail.com 2014-09-27 10:45:04
답글

故이청준선생의 저작은 저도 어려서부터 읽었었습니다. 논리 정연하게 글을 풀어 나가는 솜씨를 보고 소설은 이렇게 쓰는 것이구나 를 알았습니다. 이청준선생의 작품들은 하나 같이 주옥같아서 선뜻 대표작을 꼽기가 여간 어럽지 않습니다. 제가 이청준 선생의 책을 모은다고는 했는데 몇 권 이가 빠져 있습니다. 그리고 전집은 아직 구하지 못했습니다.

조한욱 2014-09-27 19:51:30

    저는 개인적으로 초기의 단편들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이번 답사에서도 주로 그 작품에 대해서 대학원생들에게 얘기를 했었죠.

박대성 2014-09-27 11:56:27
답글

저도 이청준 선생의 광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다면 당연히 이청준 선생이어야 된다고 늘 얘기했었지요...
선생이 돌아가시고 이후로 국내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고 있읍니다.
앞으로 10주기까지는 예의를 지킬 작정입니다.

답사로 심신이 피곤하실텐데, 바로 글 올려주셔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한욱 2014-09-27 19:49:53

    저보다도 더 광팬이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다른 작가들 작품을 읽어주시면 이청준 선생님께서 더욱 기뻐하실 것 같네요. 그때 2차 맥주 자리에서 다른 문인들에 대한 얘기도 나와서, 제가 몇 분에 대해서는 약간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적이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그들을 모두 감싸안으시더군요. "소설가는 잡놈이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시면서요.

yws213@empal.com 2014-09-27 12:11:25
답글

좋은 사연과 사진, 감사합니다.

덧붙여서 현대 소설 읽기 링크 올려 봅니다.
http://snsj7537.com.ne.kr/ssmok.htm

조한욱 2014-09-27 19:52:45

    좋은 링크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용정훈 2014-09-27 14:51:26
답글

유명한 분들이 많지만 명판에 유난히 조한욱님의 이름 석자가 눈에 띄네요.

개인적으로는 병신과 마저리부터 시작되었던 이청준 읽기의 가장 돌출되는 지점이 비화밀교였습니다. 적지 않게 이청준을 읽어왔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이렇게 선뜻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을 꼽을 수 있는것 은 제 읽기가 얼마나 피상적이었는가를 반증해주는 것이겠죠. 정말 배울 것은 너무 많은데 삶은 너무 짧습니다. 열번을 넘게 읽어도 늘 새로운 작품은 또 얼마나 많은가요. 혹시 여유가 되신다면 비화밀교에 얽힌 조한욱님의 개인적인 감상과 의미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자리를 베풀어주셨으면 합니다.

한 사람의 생각과 글이 또 다른 한사람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오늘 올리신 글은 특히나 감동적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조한욱 2014-09-27 19:47:01

    정훈님, 비화밀교를 읽긴 했지만, 유학시절 누군가가 방학 때 갖고 왔던 책을 빌려서 읽었어요. 그리고 그때는 소설에 전념할 수 있는 때가 아니어서 그 작품에 대한 감상평을 할 위치에 있지 않네요. 나중에 다시 볼 기회가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용정훈 2014-09-28 03:33:17

    그러셨군요. 예전에 쓰신 칼럼에서 선생님 유학하시던 시절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접할 기회가 있었죠.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학문에 매진하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을 보면 항상 존경스럽습니다.

lalenteur@hotmail.com 2014-09-28 08:19:33
답글

정훈님. 거창한 주문을 조선생님께 하십니다요. 이청준 선생의 작품세계는 인류의 문호 '율리시스' 의 제임스 조이스, '마의 산' 의 토마스 만, '대지' 의 펄벅여사, '무기여 잘 있거라' 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과 견주어도 전혀 뒤질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질문은 젊고 유능한 문학도들의 몫이 아닌가 합니다.이청준 선생의 문학을 깊이 있게,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여, 논문으로 세상에 널리 알리는 사명이 주어진 것이지요.

조선생님을 너무 괴롭히시면 아니 되십니다. (정색하며) 죠크에요. 정훈님.

조한욱 2014-09-28 10:24:33

    언젠가 여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때가 되면 만과 카프카와 호프만슈탈과 바흐친을 선생님과 엮은 글을 써볼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lalenteur@hotmail.com 2014-09-28 10:40:13

    정훈님과 저의 합동&양동작전(?)이 성공일보 직전입니다. 정훈님께는 이 공을, 조선생님께는 영광을 바칩니다!

이수길 2014-09-28 16:42:18
답글

덕분에 좋은 작가 분을 알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도서관에서 읽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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