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로도토스는 문명의 충돌을 다룬 <페르시아 전쟁사>에서 동방 전제군주들의 악행을 소상히 전해주는데, 그중에서도 다음 두 기담이 가장 끔찍하다.
메디아의 왕 아스티아게스는 딸의 신생아가 왕위를 빼앗으리라고 해몽된 꿈을 꿨다. 왕은 심복 하르파고스에게 외손자를 죽이라고 명령했고, 심복은 어떤 목동에게 아이 살해를 사주했다. 마침 사산으로 슬픔에 빠졌던 목동의 아내가 죽은 그들의 아이를 증거로 제시하고 대신 왕의 아이를 키우자고 애원하여 목동이 동의했다. 심복은 왕의 명령이 시행된 것으로 알았으나 훗날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왕은 내색을 하지 않고 심복을 저녁 만찬에 초대했다. 참석자 모두 양고기 요리를 대접받아 배불리 먹었는데, 심복의 옆엔 뚜껑이 덮인 그릇 하나가 더 있었다. 열어 보니 거기에는 아들의 머리와 손발이 놓여 있었다.
크세르크세스가 그리스 정벌을 준비하며 리디아를 지날 때였다. 그곳의 제후 피티오스가 군인들을 환대함은 물론 전비까지 부담하겠다고 제의했다. 왕은 그의 재산 상태를 묻고 그것이 금화 400만에서 7천이 모자라는 거금임을 알게 되자 오히려 7천을 채워줬다. 왕의 호의에 고무된 제후는 오형제 중 맏아들 하나만 자신을 보필하도록 남겨둘 것을 청했다. 그러자 왕이 진노했다. “내가 진두에 서서 내 형제, 내 자식, 내 친족을 이끌고 진군하는데 감히 종놈이 제 자식을 염려하다니!” 왕은 그 맏아들을 찾아 두 동강을 낸 뒤 두 몸통 사이로 군대를 행진시켰다. 왕의 권력 앞에서는 제후까지도 종에 불과했고, 종에겐 혈육의 정도 허용되지 않았다.
모두가 서력기원이 시작되기도 훨씬 전 전제군주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동방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헤로도토스의 서술은 막강한 동방 전제군주의 군대도 자발적으로 자유를 수호하려는 자유민의 투지를 이길 수 없었다는 해석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땅에 전제군주연하는 인간들이 창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