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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자식들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4-09-04 01:29:36
추천수 46
조회수   1,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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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조한욱 [가입일자 : 2010-05-05]

제목

종의 자식들
내용





헤로도토스는 문명의 충돌을 다룬 <페르시아 전쟁사>에서 동방 전제군주들의 악행을 소상히 전해주는데, 그중에서도 다음 두 기담이 가장 끔찍하다.

 

메디아의 왕 아스티아게스는 딸의 신생아가 왕위를 빼앗으리라고 해몽된 꿈을 꿨다. 왕은 심복 하르파고스에게 외손자를 죽이라고 명령했고, 심복은 어떤 목동에게 아이 살해를 사주했다. 마침 사산으로 슬픔에 빠졌던 목동의 아내가 죽은 그들의 아이를 증거로 제시하고 대신 왕의 아이를 키우자고 애원하여 목동이 동의했다. 심복은 왕의 명령이 시행된 것으로 알았으나 훗날 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왕은 내색을 하지 않고 심복을 저녁 만찬에 초대했다. 참석자 모두 양고기 요리를 대접받아 배불리 먹었는데, 심복의 옆엔 뚜껑이 덮인 그릇 하나가 더 있었다. 열어 보니 거기에는 아들의 머리와 손발이 놓여 있었다.

 

크세르크세스가 그리스 정벌을 준비하며 리디아를 지날 때였다. 그곳의 제후 피티오스가 군인들을 환대함은 물론 전비까지 부담하겠다고 제의했다. 왕은 그의 재산 상태를 묻고 그것이 금화 400만에서 7천이 모자라는 거금임을 알게 되자 오히려 7천을 채워줬다. 왕의 호의에 고무된 제후는 오형제 중 맏아들 하나만 자신을 보필하도록 남겨둘 것을 청했다. 그러자 왕이 진노했다. “내가 진두에 서서 내 형제, 내 자식, 내 친족을 이끌고 진군하는데 감히 종놈이 제 자식을 염려하다니!” 왕은 그 맏아들을 찾아 두 동강을 낸 뒤 두 몸통 사이로 군대를 행진시켰다. 왕의 권력 앞에서는 제후까지도 종에 불과했고, 종에겐 혈육의 정도 허용되지 않았다.

 

모두가 서력기원이 시작되기도 훨씬 전 전제군주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동방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헤로도토스의 서술은 막강한 동방 전제군주의 군대도 자발적으로 자유를 수호하려는 자유민의 투지를 이길 수 없었다는 해석을 담고 있다. 그런데도 이 땅에 전제군주연하는 인간들이 창궐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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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lator@hanafos.com 2014-09-04 02:52:19
답글

그런데도 이 땅에 전제군주연하는 인간들이 창궐하는 까닭은 정신적인 문화가 성장하기도 전에 밀려든 물질 문명과 급격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주도해온 경제 성장으로 인해 물신주의, 천민자본주의에 빠져들어 잘 먹고 잘 살기만 하면 종으로 살아도 좋다는 비굴한 정신을 지닌 자발적 종놈들이 많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그런 자발적 좀놈들이 대량으로 생겨난 뒤로 줄어들기는커녕 더 늘어나가까지 한 데는 민족반역자 놈을 위대한 지도자로 탈바꿈해서 주입시킨 거짓 세뇌교육과 권력의 개가 되어 왜곡 조작 보도를 일삼아온 주구 언론이 크나큰 기여(?)를 한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겠고.

근데 조교수가 제목을 "종의 자식들"이라고 해놨길래 본문 글 보기 전에는 이거 혹시 노비 이덕쇠 새끼들인 쥐박이 족속 얘기 아녀? 했다는...

아, 그려! 나 원체 단세포적이래서 조교수가 쥐박이 족속을 "종의 자식들"로 지칭하지는 않으리란 거 본문 글 읽기 전에 미리 알아챌 줄은 모리는 단순무시컨 화상여! 워쩔 텨?

조한욱 2014-09-04 03:12:31

    혼자서도 잘 해요. 짝짝짝

14.47.***.80 2014-09-04 03:02:03
답글

원래 조한욱님의 글은 몇 번 생각해봐야 아하 하고 무릎을 치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대가 시대인만큼 조한욱님의 글도 점점 더 직설적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또 이런 글을 봐야 가슴이 뻥 뚫리는듯 시원해지는 이 시대가 참 서글픕니다.

아마도 그 국민들은 그 국민들 스스로에게 가장 걸맞는 지도자를 가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예전에 진중권의 책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진중권이 우연히 두 독일인이 한국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걸 들었는데 남북한 사람들 모두 마술적인 지배자를 원하는 성향이 있는것 같다고.

그런데 아스티아게스 이야기는 꼭 미케네의 아트레우스와 튜에스테스 이야기와 테베의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짬뽕시킨듯한 이야기네요. 당시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이야기소였나봐요.

용정훈 2014-09-04 03:02:55

    드디어 저도 이름 안올라가는 경험을 해보네요.ㅋㅋ

조한욱 2014-09-04 03:15:23

    딸의 이름은 만디네입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그녀의 방뇨에 전 도시가 물에 잠기는 꿈을 꿨고, 그리하여 일부러 평민과 결혼시켰는데도 임신 중에 포도나무 한 그루가 음부로부터 자라나 아시아를 뒤덮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죠. 그것을 신관들이 해석한 것이고요. 이 외손주가 훗날 그 유명한 키루스(또는 키로스)대왕이 되는 겁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믿기 어려운 설화가 많이 들어있긴 하지만, 그래도 그 당시 시대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추적하려고 했던 그의 노력은 크게 봐야겠죠. 저는 방뇨 이야기를 읽으면서 오히려 라블레의 "가르강투아"를 떠올렸답니다.
정훈님 오랜만이에요.

조한욱 2014-09-04 03:16:53

    저도 점차 직설적으로 되어가는 것을 느끼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용정훈 2014-09-04 03:26:28

    아하 이게 퀴로스 대왕의 이야기군요.

당연히 헤로도투스를 폄하하려고 쓴 이야기는 절대 아닙니다. 전시대의 비전을 뛰어넘는 역사의식을 보여준 역사가의 대명사인데요.^^;

요즘은 직설이 진정으로 필요한 시대니까요. 사실 그런 직설을 보여주셔서 더 감동적인 것이고요. 한겨례신문 목요일판을 받아볼 때마다 가장 먼저 읽는 꼭지입니다.^^

조한욱 2014-09-04 03:55:06

    정훈님 같은 독자 덕분에 쓰는 보람이 생기죠^^

김재만 2014-09-04 08:26:47
답글

김유신의 여동생 김보희가 꾼 꿈과 흡사한 사례가 있었군요. 꿈에 대한 해석과 대응이 서로 다른 점도 흥미롭습니다.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조한욱 2014-09-04 08:40:06

    아, 이제야 저도 그 꿈이 생각나는군요. 상기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승규 2014-09-04 08:37:52
답글

추천과 공감의 글을 남기지 않을 수 없어 그 어려운 로그인을 했습니다.. ^__^;

답답한 현실에서 교수님의 글이나마 한번씩 위안이 됩니다..

조한욱 2014-09-04 08:41:05

    글만의 위안을 넘는 그 무엇이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김주항 2014-09-04 09:29:53
답글

도시가 잠길 정도로 방뇨하는 꿈을 꾸다 보면
실제로도 오줌 싸게 되지 않을까 걱정 댐니다....~.~!! (딴지)

조한욱 2014-09-04 09:32:14

    수항을쉰 그 꿈 꾸지 마세요^^

lalenteur@hotmail.com 2014-09-04 10:08:22

    주항 어르신께서는 어젯밤에 라이타 가지고 불장난? 하신 것이 틀림이 없습니다.

여담입니다만 광주의 도살자 전모씨가 그런 꿈을 꾼 듯 합니다. 서울의 63빌딩의 절반이상 잠긴다는, 전국민을 상대로한 수공의 협박범은 코흘리게 쌈지돈 까지도 후려치는, 저 놀라운 08이 솜씨는 가히 자연스레이 손사레치게 합니다.

ccpns@hitel.net 2014-09-04 09:50:45
답글

한 나라의 대통령이 전제군주 행세를 할 수 있는데는 그를 대통령이 아닌 왕으로 생각하는 국민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황보석님 첫 댓글에서 정신이 물질을 따라가지 못하고있다고 지적하셨는데 저도 매우 공감합니다.
대통령이 아닌 왕을 원하는 국민들이 일을 잘했던 못했던 대통령다운 대통령들이 나타나자 그를 참지못하고 괴로움에 몸부림치더니 급기야 악정을 일삼는 왕들을 뽑아냈죠.
그들은 만족스러울 겁니다. 폭정이 됐건 악정이 됐건 그들은 왕노릇을 하고 있거든요.

ccpns@hitel.net 2014-09-04 09:57:22
답글

제가 개인적으로 가끔 거론하는 것이 엑소더스입니다.
이집트에서 노예살이하던 이스라엘 민족을 실컷 탈출시켰더니 바로 불평불만이 시작되죠.
이집트에서는 비록 노예였지만 뭐도 먹었고, 뭐도 입었는데 느닷없이 사막으로 나와서 이게 뭔 쌩고생이냐는 거죠.
그래서 사막에서 40년 뺑뺑이를 돕니다.
이집트에서 가나안까지 직선으로 가면 삼보일배가 아니라 일보삼배로 간다고 하더라도 40년이 걸릴 거리가 아니죠.
그냥 사막에서 정신차릴때까지 계속 뺑뺑이를 돌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정신을 못차렸고 결국 이집트에서 노예살이를 경험한 세대가 모조리 다 늙어죽고서야 가나안에 들어갑니다.

노예근성의 무서움이자 결국 역사의 발전은 세대가 바뀌는 진통끝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은 적어도 박정희의 세뇌교육을 받아본 세대가 사라지고 난 다음에야 진정한 민주주의가 들어서지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김용민 2014-09-04 10:01:19
답글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민주정을 여자들이나 하는
연약한 놈들의 짓이라 비웃었으나,

다리우스가 그리스를 침공했을 때
자신들의 도움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전으로 마라톤 전투를 승리로 이끈 아테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요.

lalenteur@hotmail.com 2014-09-04 10:02:44
답글

저는 정신적인 문명은 전래부터 면면히 내려오고 있었다고 봅니다. 다만 대체(바꿈)를 염두에 두지 않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용도 폐기를 한 것이 오늘날의 정신이 사라진 원인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맞는 정신문화를 창조하지 못한 것은 불문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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