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정진(去勢精進)
한자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남자의 생식기를 제거하고 어떤 일에 힘써 나아간다”는 뜻이 된다.
옛날 명나라 때 무림의 최고수에 등극을 하고자 하는 자가 있었다.
그런데 무술을 연마하여 대회만 나가면 늘 준우승만 하기를 수차례 하였다.
아무리 노력해도 지존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게 되자 유명한 도인을 찾아가 방법을 물었다.
그 도인이 무예에 관한 비서(秘書)를 한 권 주었는데 거기에는 36가지의 무예에 관한 수련법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러한 기술들을 반드시 거세정진(去勢精進)하여야 최고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 자는 고민에 빠졌다.
무림의 고수에 등극하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지만 거세까지 해가면서 정진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워낙 지존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지라 스스로 거세를 하고 무예를 연마하였다.
이듬해 그는 드디어 연마한 무예로 무림의 최고수에 등극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존의 자리가 덧없고 거세에 대한 후회가 밀려와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그 비서를 준 도인을 다시 찾아가 물었다.
“왜 그런 기술들은 꼭 거세하고 정진해야만 무림의 지존이 될 수 있었나요?”
그 도인이 말하기를
“사실 나는 그 책의 저자가 아니고 번역만 했다. 원저자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있으니 꼭 알고 싶으면 그 사람에게 물어보라”고 하였다
물어물어 조선의 태백산중에서 수련 중이던 원저자를 찾아갔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자기도 젊었을 때 쓴 책이라 기억이 아삼삼하다며 다락에서 먼지묻은 원서를 찾아 들고 왔다.
그 책은 한글로 쓰였을 뿐 자신이 연마한 내용과 똑같은 바로 그 책이었다.
그런데 책 마지막에는....
“이러한 기술들을 반드시 좃빠지게 연마해야만 최고수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즉, 거세정진(去勢精進)의 원서 표현은 ”좃빠지게 노력하라”였다.
번역오류로 인한 민폐를 끼친 대표적인 case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