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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 새누리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14-07-31 00:55:23
추천수 17
조회수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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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진혁 [가입일자 : 2010-04-08]

제목

시 - 새누리
내용
 















...오늘

그리고 예견된 미래..



............................................................................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새누리가 낀다. 







이 읍에 처음 와 본 사람은 누구나 

거대한 새누리의 강을 거쳐야 한다. 

앞서간 일행들이 천천히 지워질 때까지 

쓸쓸한 가축처럼 그들은 

그 긴 방죽 위에 서 있어야 한다. 

문득 저 홀로 새누리의 빈 구멍 속에 

갇혀 있음을 느끼고 경악할 때까지. 





어떤 날은 두꺼운 공중의 종잇장 위에 

노랗고 딱딱한 태양이 걸릴 때까지 

새누리의 군단(軍團)은 샛강에서 한 발자국도 이동하지 않는다. 

출근 길에 늦은 여공들은 깔깔거리며 지나가고 

긴 어둠에서 풀려 나는 검고 무뚝뚝한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은 느릿느릿 새어 나오는 것이다. 

새누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처음 얼마 동안 

보행의 경계심을 늦추는 법이 없지만, 곧 남들처럼 

새누리 속을 이리저리 뚫고 다닌다. 습관이란 

참으로 편리한 것이다. 쉽게 새누리와 식구가 되고 

멀리 송전탑이 희미한 동체를 드러낼 때까지 

그들은 미친 듯이 흘러 다닌다.





가끔씩 새누리가 끼지 않는 날이면 

방죽 위로 걸어가는 얼굴들은 모두 낯설다. 서로를 경계하며 

바쁘게 지나가고, 맑고 쓸쓸한 아침들은 그러나 

아주 드물다. 이곳은 새누리의 성역(聖域)이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새누리는 샛강 위에 

한 겹씩 그의 빠른 옷을 벗어 놓는다. 

순식간에 공기는 희고 딱딱한 액체로 가득 찬다. 그 속으로 

식물들, 공장들이 빨려 들어가고 

서너 걸음 앞선 한 사내의 반쪽이 새누리에 잘린다. 





몇 가지 사건도 있었다. 

한밤중에 여직공 하나가 겁탈당했다. 

기숙사와 가까운 곳이었으나 그녀의 입이 막히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지난 겨울엔 

방죽 위에서 취객(醉客) 하나가 얼어 죽었다. 

바로 곁을 지난 삼륜차는 그것이 

쓰레기 더미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적인 불행일 뿐, 새누리의 탓은 아니다. 





새누리가 걷히고 정오 가까이 

공장의 검은 굴뚝들은 일제히 하늘을 향해 

젖은 총신(銃身)을 겨눈다. 상처 입은 몇몇 사내들은 

험악한 욕설을 헤대며 이 폐수의 고장을 떠나갔지만, 

재빨리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났다. 그 누구도 

다시 읍으로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으로 샛강에 자욱이 새누리가 낀다. 

새누리는 그 읍의 명물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새누리의 주식을 갖고 있다. 

여공들의 얼굴은 희고 아름다우며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 모두들 공장으로 간다. 







...

......



개인적인 불행일뿐, 새누리의 탓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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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lenteur@hotmail.com 2014-07-31 09:31:11
답글

새누리가 더 이상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것이 아니군요. 또한 그곳은 어둠의 자식들만 양산해 내는 버림받은 을씨년스런 샛강 모래성의 돌탑. 우리가 잘 아는 어느 곳이 연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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