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요? 논문입니다. 교수님이건 대학원생이건 제가 태어나도록 하셨을 땐 저를 이성적 존재로 만들고, 적절한 구조적 틀 속에서 완성시키셨어야죠. 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하시지 않고 왜 잡생각을 하다가 이렇게 슬픈 꼴을 자초하셨나요?”
로렌스 스턴의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라는 소설을 읽다가 문득 떠오른 단상이다. 잉태 작업을 하던 부모가 방사에 전념하지 않았기에 주인공 트리스트럼은 기구한 운명을 겪게 된다. 그 우스꽝스런 상황을 그린 이 소설은 언어로 실험할 수 있는 극한까지, 그리고 그 너머를 탐색한 실험 정신의 소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출간 즉시 유럽의 여러 언어로 번역된 이 소설은 제임스 조이스나 버지니아 울프처럼 문체 실험을 하던 후대의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출간 이후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독창성 때문에 칭송을 받아온 이 작품에도 표절 시비가 붙었다. 때때로 스턴이 소설 속에 삽입시켰던 설교나 법률 문서가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껴 쓴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표절 문제를 면밀히 검토한 스턴 연구의 권위자는 표절 의혹을 제기한 자들이 간과한 사실을 지적했다. 스턴은 그 작품이 “더 해학적으로, 또는 더 감상적으로, 또는 더 리듬감이 있게” 읽히도록 배려한 것인데, 비판자들은 스턴이 고민했던 “더 고차원적인 예술적 목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최종적 평결을 내린 것이었다.
스턴은 이 소설을 피트 장관에게 헌증했다. 나는 그 헌사를 청문회장에서 창의와 표절을 결부시킨 그 사람에게 바치고 싶다. “제가 공손히 청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께서 시골에 쉬러 가실 때 부디 이 책을 가지고 가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그곳에서 이 책이 선생님을 웃음 짓게 만들었거나 한순간이라도 고통을 잊게 만들었다는 말을 듣게 된다면 저는 한 나라의 국무장관 못지않게 행복하다고 여길 것입니다.” 물론 그럴 일은 없으리라 확신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