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원의 말 : 아름다움은 인간이 발견할 수 있는 지고의 것입니다. 정신의 극점이요, 모든 미학이 집약된 관념으로서의 실날같지만 선명한 한장의 사진입니다. 그 사진이 담고 있는 그림에 인간 정신의 순수한 가치가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물론 알파치노의 말처럼 여자의 아름다움도 빼놓을 수 없는 장관이죠. 소녀의 아름다움, 그것은 실재적인 것입니다. 유미주의는 예술가가 따라야 할 진리요, 천국보다 더 섬세한 향기를 선사하게 해주는 입구입니다.
제목 : 그녀 자신, 꿈.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환상, 꿈의 궁전이 21세기 빈민가 한구석에서 죽어가는 소녀의 들뜬 어린시절의 미학 속에 숙연히 가라앉아 있다.
더러운 현실을 피해 달아남, 그녀는 두 눈을 감는다. 어느덧 초원, 쓸쓸함이 뭍어 있는 초원 한가운데서 꿈의 궁전을 응시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의미 없는 도트가 지워져가는 해변의 한장면과도 흡사하게 초원의 초록색을 그린다.
미묘한 정취가 풀 곳곳, 나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시인들이 19세기 파리를 동경하듯 그녀는 광활히 펼쳐진 구름을, 구름의 순수함을 동경한다. 그 휜 빛과 푸른 빛의 유려한 조화를.
환상의 늪에서 건져 올린 진선미의 푸른 보은. 그녀는 그 경계 속으로 빨리듯 들어간다. 침잠한다.
꿈결같은 중세 유럽의 아늑한 풍격, 그 고풍스러움을 아득히 적시한다.
비길 데 없이 유연한 궁전의 고딕 양식. 유럽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의, 미래의 근원으로부터 발촉된 시간의 흐름이 이 궁전 곳곳에, 이를테면 벽면 정교하면서 규칙적인 벽돌 선 하나하나에 끝없이 강렬히 녹아있다.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그녀는. 수채화의 유미로운 진경이 지금 이 하나의 장면, 하나의 시각이라고 그녀는 생각한다.
가차없는 미의 추상에 육박했으므로, 가차없는 환각의 소묘 속에 입단했으므로, 그의 기다림이 오로지 그녀 영혼 하나만을 위한 것이라고 그녀는 깨달았으므로.
왕자의 초상은 하얗게 젖어 그녀의 촉촉한 눈을 구원의 파노라마 끝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그녀에게 약조하고 있다.
거대한 시계가 성[城]의 탑 위족에서 은은히, 뎅뎅뎅 하고 더러운 21세기의 빈익빈 부익부 그리고 외모지상주의의 참상을 견조하고 있다. 절정에 오른 미지의 세계, 무형의 아련한 세계는 여느떄나 마찬가지로 그 환상의 원은 그녀의 인식의 피안을 꿰뚫고 있다.
시간이 끝난 것일까.
보이지 않는 눈물줄기가 그녀의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제목 : 캠퍼스에서의 우수
정숙한 봄볕에 문득 스웨터는 서글픈 상실감에 젖어들어간다.
쓸쓸한 기분으로 캠퍼스에 앉아 생동하는 봄의 초연스런, 뭍혀져
버린 과오의 짙푸른 공기를 맡는다.
사랑으로 파생한 편린은 지금 이대로의 서정에 파뭍이고, 캠퍼스
는 건조한 쓸쓸함의 고독한 고뇌의 감미함에 햇살의 소소함으로써
보답받는다.
잡고 싶어도 잡히지 않는 실연의 꿈에, 시간의 옅은 끝없는 향조
의 감정에, 이 고요한 대학가의 풍경에 가슴을 맡긴 채 깊은 잃
어버린 공허에 빠진다.
지금 이 시원에 그녀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공기의 따스한
푸르름이 안타까움을 자극한다. 햇살이 내 얼굴을 분해하는 기
분이다. 하얗게, 그렇게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색된다.
그동안의 추억에 대한 내 인상은 부드러운, 보다 동양스럽고 개
탄한 비애적 재잘거림이었다. 잘 지내고 있지 너... 이렇게 자신
의 비련한 영혼에 몰두하다보면 슬픔 : 모든 생경한 애조에의 섬
세함/에 빠르게 취하곤 한다.
그리고 공기 저 너머로, 아마 저 끝엔 누구도 알지 못하는 슬픔이
있으리라.
제목 : 푸른하늘
푸른 하늘의 밝은 부드러움은 어쩌면 보다 무한히 유려할지도 모른다.
푸른 하늘의 교교함은 유년기의 풋내나는 우수의 향취와도 같은 것.
끝도 없이 펼쳐져 광막한 저세계로 여행하고픈, 모험하고픈 유년스런 동경이 바로 예술세계의 심미한 유랑에 있어 최초의 심층적 근원이라.
푸른하늘의 미적인 고적함을 뭘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푸르름이란 시간 짧은 가시감이 있지도 않은 노스텔지아에, 위선스런 패배적 의식이 그것에 지향성을, 즉 작위적인 비련함이란 그늘을 인간영혼에 덧씌우고자 하는 매혹적인 고귀한 예술작품이라.
무엇이 그들을 쉽사리 영멸하는 별세계의 응시행위에, 사색행위에 끌어들이는가? 무엇이 그들을 이유 없는 회환과 불멸의 환멸감에 젖게 하는가? 무엇이 그들을 회구하는 모범적 영혼의 전형으로, 있지도 않은 과거가 압도하는 서정적 후회심의 어긋난 표상으로 불러 일으키며 또 거기에 광적으로 사로잡히게 되는 근거인가?
말하자면 길다. 별이 뜨고 이내 가라앉는 것처럼 푸른 어느 여름날의 하늘은 우리를 어떤 비애와 도도한 감성의 쓰라림의 뒤섞임과 함께 어디로 데려가는가?
향내나는 최초의 푸르름은 섬세한 하늘의 느낌에서 비롯된 것, 그 유순함과 유들함은 근원의 시초에서 발병한 것, 그 자연한 세련됨이며 영원한 가변성은 끝나지 않을 이야기와도 같은 것, 하나같이 교조된 미시적 파장이다?
가련한 영면 결국 소환하는 세계 영혼이 소유한 감성은 그곳에 불려간다......
제목 : 과거
과거는 움직이지 않아 슬픈 것이다. 지금껏 마치 하나의 수채화처럼 멈춰있는, 마치 모든 생동감으로 충만한 동시성의 한순간의 집약적 고찰로써 멈춰있는 또다른 세계처럼 과거는 여태껏 움직인 적이 없었다.
과거는 그속에서 헤매면 헤맬수록 수렁에 빠지는 명멸하는 구렁텅이이며, 소리치면 소리칠수록 꺼져가는 불꽃과 같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 아름다움의 실질적 표상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게 삶은 이미 삶이 아니듯, 과거를 따라, 그 영원한 극점을 따라 움직였던 정신의 여행은 일련의 객기였다. 나는 로맨티스트가 아니라 단지 위선자였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한 소년에서 이미 움직일 수 없는 모든 걸 소진한 청년으로 변모해 있었다.
자기 기만, 말하자면 선연한 패배스런 로망이 끝자락을 타고 점멸해가고 있었는데, 난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마지막을 지켜볼 뿐이었다. 변화 시킬 수가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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