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후 국익에 도움이 안되면 동맹도 없다, 라는 발언을 했다가 언론의 우려를 산 일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 발언을 바꿔보면 외교도 철저히 실용에 기반을 두고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 나서겠다는 발상이다.
원칙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틀린 것이 아니다. 주는 것이 있으면 최소한 그 만큼 받아야 하고 준 것 이상의 결과물을 얻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과 행위에 앞뒤가 안 맞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를 예로 들어 보자.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를 통해 얻어낸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준 것은 무엇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방미 선물로 먼저 소고기 개방을 준비했다. 이유는 한미 FTA 조속 비준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것은 핑계로 보인다.
소고기 개방은 캠프 데이비드 초대에 대한 선물일 뿐 이였다. 소고기 개방은 엄밀하게 따져 FTA 협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소고기 협상을 한미 FTA와 연계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오판이다. 참여정부에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엄격하게 따진 이유도 소고기와 FTA가 별개라는 인식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별개가 맞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이를 FTA와 스스로 연계시켜 소고기 개방 했으니 비준에 동의해 달라고 해 버렸다. 미국측에서 소고기 개방 하면 FTA통과시켜 주겠다고 그 누구도 말 한적이 없다. 오히려 미국측의 요구는 자동차 등 FTA과정에서 합의된 사항에 대한 재협상이지 소고기는 아니다. 소고기는 애당초 한미 FTA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소고기를 주고, 한미 방위비 부담금을 높여줬다. 그렇다면 받은 것은? 한미 동맹 공고화 합의. 주한미군 숫자 현행 유지. 두 가지 이다. 누가 이득일까? 미국 언론에서 10년이래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는 기사를 싣는 걸로 봐선 분명히 미국의 현격한 이득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미국측이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 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 초기 주장했던 국익 최우선 외교는 어떻게 된 것인가?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도 없다던 사람이. 한미 동맹 공고화가 소고기 주고 부담금 올려주는 것을 상쇄 할 만큼 대단한 것인가?
얻은 것은 추상적이고 잃은 것은 가시적인 것이라면 실용을 강조하고 즉각적이 해결책을 선호하는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 분명한 손해를 본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끓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좋다고 저러고 있다.
캠프 데이비드에서의 환대(?)에 감격하여 베스트 프렌드 운운하며 입이 귀에 걸려있다. 미국에는 아낌없이 퍼 주고 북한은 쥐어짜는 것이 실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선시대에서 보던 사대주의 와 조공 외교를 21세기에 다시 보는 것 같아 정말 입맛이 쓰다.
강한 자 앞에선 한 없이 움추러 들고 약한 자 앞에선 독설을 퍼붓는 전형적인 사대주의 사고방식, 이게 외교면 이완용이 자행한 을사늑약도 외교다. 이완용도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일본과 같은 강대국의 힘에 의지하려던 외교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 중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일까? 최악의 레임덕에 시달리는 지는 해 부시 만나기에만 열중하고 뜨는 해 세 사람 과는 그 어떤 접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의 브라운 총리도 교황 방미로 냉대를 받았다지만 그래도 영국 대사관에서 미국의 대선 후보 세 명 모두를 만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7개월 지나면 사라질 대통령 보다 7개월 후 등장 할 새로운 대통령과 대화를 하는 것이 더 실익이 있는 것 아닌가? 부시가 7월에 방한하면 현안 문제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할 것이라고 하는데 임기 달랑 몇 달 남긴 대통령과 무슨 현안을 결정 할 수 있을 것인가.
만일 오바마나 힐러리와의 면담이 성사돼 한미간 현안을 논의 했다면 오히려 한미FTA 비준이 더 탄력 받는 것은 상식적인 생각 아닌가? 의회의 다수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민주당의 위상을 생각하면 말이다. 유일하게 만난 민주당측 인사인 하원의장에게 들었던 소리는 자동차 재협상 소리였으니 왜 민주당 유력 후보들과의 면담이 중요 했는지는 다시 거론 안 해도 알 것이라 생각 된다.
아마 이명박 대통령측이 민주당 후보들과의 면담을 생략한 것은 부시와의 면담에 부담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의 대통령이 자신 이외에 차기 후보들과 만나는 것이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정말 국익을 생각 했다면 민주당 유력 후보와의 면담은 반드시 관철 시켰어야 했다.
그런데 대통령은 진정한 국익을 포기하고 부시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했다. 정작 이명박 대통령이 상대 해야 할 사람은 사람은 부시가 아니라 오바마나 힐러리 라는 것을 이명박 대통령이 모르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도대체 왜 간 건가? 한국 대통령이 취임하면 습관적으로 미국에 방문하는 것, 관성의 법칙에 따라 간 것 말고 다른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아니면 대통령 당선 기념으로 동네방네 과시 한번 하려고 갔던가.
미국 방문 중 남북 연락소 운운은 차치하자. 별 생각 없이 대충 생각 나는 대로 발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 상 연락소 발언은 귀 담아 둘 필요도 없다. 실용을 강조하고 경제를 강조하던 대통령의 첫 외국 방문 치고는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말 하나 하나가 허장성세인 대통령에게 뭘 기대 하겠냐만은 최소한 이득은 못 볼 지언정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미 한국 경제를 막장으로 만들어 놨듯, 외교도 취임 두 달 만에 막장으로 만들어 놨으니 그 재주가 남다른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그 사람이 임기가 4년8개월이나 남은 한국의 대통령이라 문제는 문제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한미 동맹 강화가 조공 바치고 머리 숙이는 거라면 그런 동맹은 안해도 된다. 지난 10년동안 그런 동맹 안해도 한국이나 미국이나 별 문제 없었다. 그리고 10년간 한, 미 누구도 공조가 깨졌다고 말 한 사람 없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빼고.
파탄나지도 않은 경제 파탄났다고 하는거나 깨진것도 없는 공조 깨졌다고 하는거나 다를 바는 없지만 자신들의 집권을 위해 없는 말을 만들어 냈다면 그 말들이 임기 5년 내내 자신들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것을 불교 용어로 "업보" 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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