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실패한 부동산정책을 또 쓰려는가
(서울=연합뉴스) 서울 강북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허둥대는 정부를 보면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이나 자금출처 조사 등 집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어디선가 많이 듣던 것들이다. 바로 5년 전 참여정부가 투기를 잡을 전가의 보도처럼 의기양양하게 꺼냈던 카드들이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대부분 실패작으로 끝났다. 강남의 국지적 현상이었던 집값 오름세를 잡기는커녕 되레 투기 광풍이 수도권 전역을 몰아치는 촉매가 됐을 뿐이다. 참여정부는 임기 내내 부동산으로 시달리다 민심 이반을 자초했고 결국 대선과 총선 참패로 이어져 정권까지 내줘야 했다. 오죽하면 "정부 방침의 반대로 해야 돈을 번다"든가 "노무현 정권이 다시 집권하면 강남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부동산시장에 나돌았겠는가.
그런데 시장경제를 중시하고 규제를 없애겠다는 이명박 정부도 똑같은 카드들을 들고 나오니 어처구니가 없다. 전 정권의 참혹한 실패를 목도하고도 그대로 답습하려는 용기가 가상할 정도다. 정부는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국세청과 서울시 등이 참석한 '부동산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강북 집값 안정을 위한 단기 대책으로 수도권에서 요건이 충족되는 곳은 예외 없이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강북 집값 불안의 진원지인 노원구는 지난 2월 중계동만 주택거래신고지역으로 지정됐으나 이번 조치로 노원구 전체는 물론이고 서울 도봉.강북.동대문.성북구와 경기도 의정부.광명.남양주시, 인천시 계양구도 포함될 전망이다. 정부는 또 집값 불안 지역을 중심으로 국토해양부와 지방자치단체 합동 단속반을 다음주부터 가동하기로 했고 국세청은 주요 뉴타운 예정지역의 주택 취득자 중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152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새로운 게 없는 내용들을 `종합대책'이라고 치장해 봐야 효과는 뻔하다.
병을 치료하려면 진단부터 제대로 하고 올바른 처방을 써야 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강북의 중소형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고 진작부터 경고해 왔다. 이제라도 중장기 수급 안정을 위해 다세대 및 다가구 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임대주택을 늘린다니 다행이나 시기를 놓친 감이 있다. 그리고 최근의 집값 불안은 신규 아파트 분양 등에 따른 투기 수요보다는 총선 과정에서 뉴타운 개발공약 남발로 기대심리가 부풀려진 탓이 크다고 본다. 그렇다면 엉터리 공약에 의한 기대심리부터 해소하는 게 순리다. 아울러 개발 이익을 철저히 환수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공급 지연을 초래할 뿐인 재개발 시기 조정은 대책이랄 것도 못 되고 약발이 오래 가지 못하는 투기 조사도 매한가지다.
강남 집값이 이미 오를대로 올랐고 1가구2주택 중과세 등 투기 규제도 강력한 만큼 강북 집값 불안이 5년 전 강남발(發) 투기 광풍의 재판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집값 급등으로 `내집' 마련 꿈이 더 멀어지고 강북에서마저 쫓겨나게 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문제다. 금융 감독 당국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출건수 등의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한다지만 지금은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고 전세자금을 풀어 진짜 돈 없는 서민들이 살던 곳에서 살 수 있게 해 주는 게 대책이다. 그리고 수급 불균형은 단기간에 해결될 일이 아니므로 정책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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