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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패배를 알고 패배한 이유를 생각하는 것이 승리하는 것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1)(펌)
시리아, 북한, 키예프, 대선 그리고 서프 (1)
이제 대선이 며칠 남지 않았죠? 대선을 코앞에 둔 서프의 모습을 보며, 꽤 오래전부터 써야겠다고 생각한 글입니다. 크게 두 꼭지의 글 타래로 이뤄져 있습니다. 지루하실지도 모르겠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죠.
올 9월 6일에 이스라엘 전폭기들이 시리아의 어딘가(?)를 폭격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뭐 늘 있는 이스라엘의 군사보복인가보다 했는데 내용이 앞뒤가 맞지를 않는 겁니다. 왜냐하면, 폭격 사실을 이스라엘 정부는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정작 폭격을 당한 당사자인 시리아는 이스라엘 전폭기들이 영공을 침범하기는 했는데 자신들의 방공부대의 반격에 황무지에 폭탄을 떨어뜨리고 달아났다고 발표를 하니까요.
이후 날이 갈수록 이 사건의 자세한 내용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면서 사건개요가 묘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하더라고요.
즉 이스라엘 전폭기들이 시리아 북동부, 다시 말해서 이스라엘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시리아 내륙지방의 한 곳을 폭격했다는 얘기가 나오더니, 사람들의 궁금증이 뭘 폭격했는지에 미칠 즈음해서 뉴욕타임스 10월 14일 기사에 다음의 제목으로 본색이 드러나더군요.
"이스라엘 시리아 핵 프로젝트 폭격 (Israel Struck Syrian Nuclear Project, Analysts Say)" ☜
얘기의 주된 내용은 …
아, 내용 들어가시기 전에… 조중동 기사 중에 "~라면" 기사라고 들어 보셨죠? 기사 앞머리에 모든 것이 분명한 건 없지만, 만약 "~라면"이라고 한마디 하고는 이후 전체기사를 추측기사로 채워 놓으면 독자들은 앞의 "~라면" 부분은 잊어 버리고 추측기사 자체를 진실로 믿어 버리는….
그런 식의 기사가 미국에도, 특히나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에도 있답니다. 한번 보시죠.
기사에 보시면, "이 원자로 건설에 북한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자세히 밝혀진 것이 없지만"이란 전제를 한번 깔아주고는 익명의 정부관리의 언급을 근거로 북한이 시리아에 영변 원자로와 비슷한 형의 원자로 건설을 지원했다는 냄새를 풀풀 풍기고는 결론 부분에 딕 채니 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 즉 북핵이 완전히 해결되기 전에는 북한과 유화국면을 이루어서는 안 된다는 내용으로 결말을 맺고, 마지막 문장은 영변의 원자로가 작기는 하지만 매년 플루토늄 원자탄 한 개를 만들 수 있다며 끝맺는 센스를 보여주더군요.
자~~
이제 대충 감이 오시나 모르겠네요.
미국 내 네오콘의 대명사인 채니 부통령을 중심으로 한 대북 강경파들이 자신들이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소스의 정보들 중에 정보의 신뢰도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일부 정보만을 언론에 흘리고, 일부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면, 그 기사를 근거로 현재 대북협상을 좌초시킬 계획을 꾸미고 있었던 거죠.
이런 걸 전문 용어로 '난로연통(stovepiping)' ☜ 이라고 하죠. 즉 난로연통처럼 온갖 미확인, 그리고 반대편의 역공작이 가득한 가공되지 않은 수많은 정보 소스 (raw intelligence)중에서 자신들이 미리 설정해 놓은 계획에 들어맞는 내용만 골라서 정부 정책에 반영하려는 시도랍니다.
이미 예전에 네오콘들의 이 수법으로 이라크 침공을 시작해서 쏠쏠히 재미를 봤고 이참에 대북협상 자체를 말아먹으려고 장기간에 걸친 공작 끝에 언론을 통해 이슈화를 시도하던 초기입니다. 아마 우리 언론에도 간간이 흘러나온 걸로 아는데…. 아무튼…
이런 식으로 주류언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수세력의 힘은 진보진영이나 개혁세력의 그것과는 비교 자체가 안됩니다. 돈과 권력이란 측면으로 보면, 처음부터 게임이 안되니까요. 실제로 노통 집권 5년간이 저런 식의 언론 플레이에 국민들이 전부 놀아난 걸 생각해 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럼… 미국에서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 노력에 찬물을 퍼부을 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미국은 대부분의 방송사가 민영 방송사입니다. TV야 당연하고 라디오 역시 그렇죠. 그런데 National Public Radio 라고… 청취자들의 몇십 불에서 백불 정도의 후원금만으로 운영되는 라디오 방송국이 있죠. 이 중에서 다이안 레임 쇼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주로 중요한 현안에 대해서 양쪽 입장을 대변해 줄 사람들을 모아 놓고 아침시간에 토론을 벌이죠.
여기서 위에 언급한 뉴욕 타임즈의 기사를 쓴 데이빗 생어 기자와 몇몇 전문가를 모시고 다음날 (10/16) 바로 토론을 시작하더군요.
Israel, Syria, and U.S. Diplomatic Efforts in the Middle East ☜
(링크를 누르시면 전체 토론 내용을 들으실 수 있답니다. 영어가 되시는 분들은 한번쯤 청취를 권합니다. -.-;)
뉴욕타임스 기자인 데이빗 생어가 바람을 잡고 마틴 인다이크 (Martin Indyk)라고 이스라엘 대사 지내고 지금은 브루킹스 연구소의 사반 센터 소장을 하는 사람이 장단을 맞추며 거의 북한이 시리아에 원자로 공급을 한 걸로 이야기를 몰아가더라고요. 교묘하게 확정적이지는 않다고 중간에 슬쩍슬쩍 양념을 치지만, 시리아가 원자로를 건설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그걸 북한이 지원하고 있다는 걸 기정사실화 하더군요…… (겁 대가리도 없이)
그리고는 현재 부시 정부의 대북외교 노력을 까대기 시작하는데…… -.-;
그걸 라디오로 들으면, 뭐 이런 내용이 있나 싶었는데, 다이안이 조셉 실린시온(Joseph Cirincione)이라고 아메리칸 프로그레스 센터(The Center for American Progress)의 부총재를 모스크바로부터 전화 연결하더군요.
이때부터 대반전이 일어납니다. 이 조셉이란 친구는 방금 전까지 북한이 시리아 핵개발에 관련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해 대던 뉴욕타임스 기자, 데이빗 생어에게 차분하게 하나씩 질문을 던지더군요.
첫째, 교전 중이 아닌 국가를 공습한 이스라엘의 행위에 대해 지적을 하고
둘째, 지금까지 시리아가 핵개발을 하고 있고, 이를 북한이 돕고 있다는 최근의 각종 언론매체의 헤드라인 기사들에 대해서 전혀 근거로 삼을만한 증거들이 없다는 사실을 얘기하죠.
그러니까 사회를 보고 있던 다이안이 궁금해 하면서 그렇다면, 시리아가 건설 중이던 시설물이 핵시설일 가능성이 있기는 하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조셉은 다시 차분히 다음의 논리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만약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이런저런 정보에 근거해서 시리아가 핵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믿는다면, 전폭기를 동원해 폭격을 하는 대신에 IAEA를 통한 특별 사찰을 받게 하면 된다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거기에 더해 전날 IAEA가 시리아에 건설 중인 핵시설물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발표했다는 사실도 청취자들에게 알려줍니다.
그리고는 영변의 원자로가 건설에 6년이 걸렸고, 이란의 아락 발전소의 경우 8년 이상 걸릴 걸로 보고 있다는 얘기도… 결국 전혀 폭격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걸 너무나 논리적으로 설명해 주더군요.
갑자기 방금 까지 북한이 시리아 핵시설물 건설을 도와주고 있다는 데이빗 생어와 전 이스라엘 대사인 마틴 인다이크가 주장하는 근거가 쑥~~ 사라지니, 어리둥절한 다이안이 조셉에게 다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다면, 지금 전 언론매체의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그러자 조셉이 뉴욕타임스 기자인 데이빗 생어가 무지 아파할 이야기를 털어놓죠.
이라크 침공 전쟁 전에 부시 행정부가 뉴욕타임스에 그 유명한 알루미늄 튜브에 대한 정보를 흘리고 이 정보에 근거해 뉴욕타임스가 기사를 쓰니, 이 기사를 근거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 핵 프로그램이 있다고 주장을 하고 이라크를 침공했다고. 지금 상황은 그때의 판박이이라고.
그리고 현재 언론의 1면에 나온 기사들은 순항중인 북미협상을 좌초시키기 위한 어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이와 같은 기사들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 받는(our most prestigious) 신문(뉴욕타임스)의 지면에는 절대 올라서는 안 되는 내용입니다."
이 말을 이어폰으로 들으면서 부럽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더군요. 가령 손석희씨가 진행하는 토론 프로에서 조선일보 기자가 허위사실에 근거한 기사를 썼을 때, 이를 반박하는 상대 측이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한다면 얼마나 더 모욕적일까…… 그냥 허위기사라고, 쓰레기 언론사라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저렇게 표현하는 걸 보면서 토론의 문화랄까? 아무튼, 지독한 놈이라는 느낌이 들더군요.
때린 데 또 때려 KO를 시키는 걸로 봐야 할까요? 다음의 표현으로 대못을 박더군요.
"기자는 단 한 명의 공직자를 인용하지 않은 채 풀 페이지 기사를 써서는 안 된다. 데이빗 생어는 탁월한(excellent) 기자다. 이 기사에는 단 한 명의 관리도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런 식의 저널리즘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참 죽이지 않습니까? 상대에 대한 예의를 갖추면서도 도무지 빠져나올 틈을 주지 않고 조여 버리는……
다이안이 데이빗 생어에게 반론의 기회를 줍니다. 뭐 반론의 기회를 줘 봐야 뭘 반론하겠습니까? 완전히 두 손 들고 항복하는 수밖에요. 그래도 대단한 건 찌질거리지 않고 순순히 다 인정하더군요. 어떤 미국관리나 이스라엘 관리의 이름도 거명되지 않았고 혹시라도 핵시설물이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IAEA를 거쳐 해결해야 하고 이스라엘의 조처도 잘못된 거고 이라크 침공 당시의 저널리즘의 잘못 역시 인정하고 지금 상황에서 누가 북미 핵협상을 죽이고 싶어하겠느냐고 아예 손발 다 들고 깨끗하게 물러나더군요.
이제 다시 공격의 화살을 전 이스라엘 대사인 마틴 인다이크에게 돌리더군요. 동맹국 간의 정보교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스라엘의 잘못을 지적할 권리가 미국에게 있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하면서 마틴을 조여나가자 마틴은 자신은 전직 관료로서 자신이 근무하던 시절 얻은 정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묵비권을 행사하며 입 싹~~ 씻고 모르쇠로 돌아서더군요. 비겁한 놈… 방금까지 북한이 시리아를 도와 핵발전소 건설한다고 오만 이야기를 다 퍼 놓던 놈이…
다시 조셉이 데이빗 생어와 마틴 인다이크가 풀어놓은 이론에 자물쇠를 채우는 발언을 합니다. Globalsecurity.org에 가면 이스라엘이 공습한 곳의 인공위성 사진이 나온다… 거긴 그냥 농장이더라… 그리고 10월 11일에 시리아 관리가 뉴욕타임스 기자를 데리고 폭격 되었다는 곳에 데려갔는데 아무 자국도 없었다는 뉴욕타임스 기사도 언급하고 (지독한 놈 -.-;)
결론으로 이런 류의 기사들은 제가 위에 언급한 "난로연통"의 전형이란 결론을 내립니다.
뭐 토론은 그 이후 더 진행이 됐지만 상황은 이 순간 완전히 정리됐죠. 이후 데이빗 생어와 마틴 인다이크는 단 한마디도 북한 관련설이나 핵시설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고 자신들이 흘린 소리를 담고 변명하느라 남은 시간 다 보냈습니다.
자~~ 보셨죠?
지난 5년간 조중동의 왜곡 보도에 손 한번 제대로 써 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이미지 망가지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죠? 만약 우리나라 TV 던 라디오 방송이던, 저런 식으로 왜곡 보도를 한 기자들이나 전직 관리들을 다 잡아 조져버릴 수 있는 공정한 방송과 내공이 있는 게스트와 진행자가 있었다면, 지난 5년간 조중동의 왜곡기사 질이 이렇게까지 발을 붙일 여지가 없었을 겁니다.
만약 그랬다면 지금 저 말도 안 되는 위인이 거의 대통령이 된 듯이 으스대고 그 주변에 쓰레기만도 못한 정치 집단이 위세가 등등한 채 언론과 심지어 네티즌들까지 고발해 버리겠다고 나설 생각도 못했겠죠.
지금 서프에는 각종 격문과 분기탱천해서 올리는 수많은 글들이 있죠? 그리고 김근태 의원은 국민들이 노망이 든 것 같다고 하고… 아뇨…
지금부터라도 어떤 기자던 언론에서 개소리를 하면 바로 기사가 나간 다음날 토론회에 불러 저런 식으로 조져버리고 국민들 모두에게 그 실상을 알리지 않는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이명박은 계속 나올 테고 소위 개혁진영의 얼굴 마담들(유시민)의 이미지는 과격하고 신뢰할 수 없는 정치인으로 계속~~~ 남아 있게 될 겁니다.
현재 서프 사장님이신 독고탁님께는 죄송한 얘기지만, 인터넷 기반 네티즌 개혁 정당 창당하셨죠? 뭐… 그것도 필요한 일일 수 있죠. 하지만, 지금 무슨 정당을 창당해서 가장 순결하고 고귀한 인물들로만 당을 꾸린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언론 시스템하에서는 무슨 짓을 하던, 무슨 노력을 하던, 이미지 조작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지난 5년간의 경제적 부흥과 안정을 이룬 정권이 나라 말아먹은 정권으로 둔갑 당하듯이 조중동이 원하는 소설 그 어떤 내용으로도 전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황당무계한 상황은 쭉~~~ 지속될 겁니다.
참… 제가 이 글에 말씀드린 다이안 레임쇼 내용이 아침 출근 시간에 방송 나가고 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예상하시겠죠? 바로 그 순간부터 전 미국 언론에서 북한의 시리아 핵개발 관련 기사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습니다.
이게 진짜 진실에 근거한 언론의 힘이죠.
이제 결론을 말씀드리죠. 여기 서프에 보니까 안희정씨나 유시민 의원, 그리고 소위 개혁진영의 얼굴 마담들 보좌관들도 종종 들어오시는 것 같더군요. 당연히 독고탁님이야 사장님이시니 올라오는 글들 모니터링 하고 계실 테지만.
이제 노통 물러나고 개혁 진영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될 일은 국민들에게 정말 여야 진보 보수를 떠나 공정하고 합리적인 토론이 진행되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라디오 방송국을 하나 설립해야 된다는 점입니다. 최소한 수도권에서 아침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에 조중동과 대별되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면서 사실에 근거한 내용을 시간마다 뉴스로 내 보내고, 조중동에서 왜곡 보도가 나오면 위에 데이빗 싱어와 마틴 인다이크가 꼬리를 말고 두 손을 들 듯이 사실과 논리에 근거해서 더 이상 그런 류의 기사가 나오지 못하도록 단도리를 할 토론을 국민들에게 지속적으로 공급해야죠.
만약…
노통을 중심으로 뭉쳤던 비서진들과 개혁의 얼굴 마담들, 그리고 서프가 이 일에 정말로 진지하게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5년 역시 국민들은 여전히~~ 김근태 의원 말마따나 노망인 상태로 쭉~~ 있게 될 거고, 한나라당이 성추행을 하던, 술 먹고 추태를 부리건, 나라 살림을 말아먹던, 집값을 하늘 높이 띄워 놓건, 남북 관계를 망쳐 놓고 상관없이….계속 지지를 받게 될 겁니다.
일단 서프에서부터 라도 앞장을 서면 좋겠네요.
써 놓고 보니 너무 길은 것 같습니다. 두 번째 글 타래는 내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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