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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같이 어제 말씀하시것 올립니다.
현직기자가 전직고해하며 쓴 문국현실체!
솔직한 고해를 하고 시작하자. 필자는 유한킴벌리에 재직했었다. 지금으로부터 2년전까지. 햇수로 약 3년을.
한때 몸을 담았던 회사의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더군다나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여간 조심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점점 이미지 정치가 판을 치고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정확한 사실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멀리했던 키보드를 다시 두드려 본다.
공룡 P&G를 꺽은 세계에서 유일한 기업, 유한킴벌리
어느 정치인이 그랬다던가? 문국현씨는 화장지 만드는 회사 사장님이었던걸로 안다고….
정확한 인식이다. 맞는 대답이다.
유한킴벌리는 화장지 만드는 회사다. 하지만, 화장지만 만드는게 아니라 유아용품인 기저귀나 물티슈를 만들고, 여성용품인 생리대도 만든다. 유한킴벌리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해하는 사람들도 유한킴벌리가 내어 놓는 생활용품 브랜드는 익숙하다. 기저귀의 대명사 하기스, 화장지의 다른 이름 뽀삐, 크리넥스, 비바, 여성들에게는 친근한 화이트, 좋은느낌 등등.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각 부분에서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당연히 마켓쉐어는 1위를 달린다.
물론 마켓쉐어 1위 기업이 유한킴벌리뿐은 아니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유한킴벌리라는 회사의 마켓쉐어 1위는 좀 특별하다.
전 세계적으로 생활용품업계의 1위는 요지부동으로 P&G라는 미국의 거대 다국적 기업이 휩쓸고 있다. 가까운 동남아나, 중국이나 일본이나 혹은 미국에서조차도 생활용품 업계 선두기업은 당연히 P&G다. 샴푸, 과자, 화장품, 기저귀, 화장지, 생리대 등등 거의 모든 제품들이 세계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P&G의 마케팅력은 우리나라 경영학도라면 대학시절 대부분 한번쯤은 연구해보는 교재처럼 인식까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공룡같은 P&G가 한국에서만큼은 유한킴벌리의 아성을 넘지 못한다. P&G가 다른 나라에서 거둔 수익을 바탕으로 한국시장에 엄청난 홍보와 비용을 쏟아 붓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유한킴벌리라는 회사의 시장 장악력을 넘지 못하고 있다.
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맞는 유한킴벌리의 제품력과 기술력, 그리고 전 임직원의 헌신하는 땀 때문일 것이다. 당연히 문국현 전 사장의 혼자 힘으로 공룡 P&G를 막아냈다는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CEO로서 그의 힘과 비전이 분명 일조를 했다는 건 새삼 말하지 않아도 될 사실이다.
문국현이 만든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많은 사람들이 유한킴벌리는 몰라도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공익 광고는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안다. 정부의 삼림청에서나 만들었음직한 이 희한한 공익 광고는 문국현 전 사장의 아이디어로 지난 십수년간 계속되어지고 있다. 물론, 그 공익광고 덕택에 회사의 이미지 개선에 톡톡한 재미를 본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부동산투자로 자산을 늘리고 주식증여로 후계자 만들기에 바쁜 우리 나라 재계에서 공익 광고 캠페인을 십여년 동안 계속 해오는 회사가 유한킴벌리 말고 또 있을까?
더구나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캠페인은 단순한 캠페인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수동에 조성된 서울숲도 유한킴벌리의 숨은 후원이 있었고, 천리포 수목원도 문 전사장이 이사로 있을만큼 직간접적으로 유한킴벌리의 후원이 있었다. 더구나 문 전사장이 재임시절 유한킴벌리는 우리나라뿐만아니라 중국에까지 나무심기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황사를 원천적으로 줄여보자는 의도로 전 임직원들이 중국으로 가 한 두그루 씩의 나무를 직접 심고 돌아오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넘어 해외에까지 가서 공익활동에 매진하는 회사. 유한킴벌리. 솔직히 필자의 재직시절에는 이 공익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드리운 적도 있다. 사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어야 하는데, 이익보다 공익에 더 큰 중점을 둔게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들 정도였고, 약삭빠른 이해타산을 하며, 현실적으로 나무 심는 비용을 줄이면 직원들의 복리 후생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까지도 들었으니까….
내 자식들은 유한킴벌리 들어올만큼의 능력이 되지 못한다
필자의 재직시절 어느 워크샵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워크샵에 참석해 문 전사장이 했던 여러 말들중에 유일하게 아직까지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대목이 있다.
"내 자식들은 우리회사에 들어올만큼의 능력이 없다".
아무리 전문경영인이라도 자신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에 어느 정도 입김은 작용할 수 있다. 마음만 먹는다면 문 전 사장의 두 딸중 한명이라도 회사에 입사시키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재계에는 불법, 탈법적인 주식증여로 후계자 작업을 하는게 이미 흔한 뉴스가 되어버린 현실까지 감안하면 말이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많은 임직원들 앞에서 자신의 자식들의 회사에 들어올만큼의 능력없음을 말하며,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출중한 능력들과 노력들을 추켜세웠었다.
뜻밖의 멘트였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신물나는 재계의 후계자 싸움 뉴스에 식상해진 탓이었을까. 이명박 한나당 대통령 후보가 서울 시장 재임시절 자신의 아들을 불러내 히딩크감독과 사진까지 찍게했다는 뉴스마저도 큰 이슈가 되지 않았던 현실이었으니.
필자에게는 그의 말이 참 신선하게, 그래서 회사를 퇴사하고 나온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워크샵마다 따라 다니며 문 전 사장이 했던 무수한 말들중에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기분 좋았던 대목이다.
대졸 연봉 사원이 부러워하는 공장 근로자들
유한킴벌리 재직시절의 특이한 경험은 몇가지 더 있다. 아마 그 중에 제일 큰 부분이 공장 근로 환경에 대한 것이다. 이제는 유명해진 4조 교대근무 뿐만 아니라, 공장 근로자라고 차별없이 평생학습을 강조하고, 임금수준까지도 대졸 연봉사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간혹 공장에 회의차 내려갈때면 이른 오후 시간에 맑은 햇빛을 받으며 넓은 공장 부지에서 롤러 브레이드를 한가로이 타고 있는 공장 근로자들을 볼때면 오히려 본사근무자들의 우스운 볼멘소리가 튀어나올 정도였다.
"대학가지 말고 차라리 공장에 빨리 입사할걸…."
혹독했던 IMF 시절 정리해고라는 말이 습관이 되고 당연이 되던 그 시절, 문 전 사장은 단 한명의 해고 없이도 유한킴벌리의 매출 신장을 이어갔다는 사실에 간혹 일반인들은 상위 몇프로 안에 드는 인재들만 선별 채용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심도 갖는 줄 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절대 그렇지 않다. 물론 요사이 발생한 학력인플레로 인하여 세칭 명문대 출신들이 많아지기는 했지만(그건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근래 입사하는 모든 직원들이 명문 출신은 아니다. 단적인 예가 현재 부장급 인사중엔 매장에서 판매를 담당하던 여직원 출신인 분도 있다. 오히려 예전 필자의 선배뻘 되는 분들 중에는 세칭 명문대라는 출신들이 오히려 적어 보였던게 사실이다.
문국현, CEO 보다 정치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
문국현 전 사장은 예전부터 유한킴벌리에서는 얼굴 보기가 힘든 사장이었다. 회사 사장이라는 직함 말고도 시민단체와 환경단체에 속한 직함이 무려 20여개나 된다고 하는 그였으니, 언제부턴가 사내에서 우리 회사 사장은 회사에서보다 신문에서 얼굴보기가 더 쉽다는 농담까지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단순히 직함들의 수 뿐만 아니라 그가 유한킴벌리라는 회사를 가지고 만들어낸 성과는 단순히 CEO라는 직함보다는 차라리 정치인을 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몇년 전부터 했었던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에 유일무이하다시피 한 숲가꾸기 캠페인인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나 평생 학습과 윤리 경영을 전면에 내세워서 매출을 끌어 올리며, 주주나 기업의 이익 앞에 직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했던 점이나 우리나라 정치인으로서는 드물게 실천해오는 많은 액수의 기부사례를 볼때도, 그는 기업의 CEO임과 동시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정치적 행위를 실천해온 정치가 였다는 느낌이 훨씬 강했다. 그래서 그가 성공한 CEO임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정치를 한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필자는 재직시절 슬며시 아무도 모르게 해왔던게 사실이다.
킴벌리클락 북아시아 회장 vs 현대 건설 사장
우리나라 정치권이나 일반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 중에 하나가 문국현 전 사장은 단순히 화장지나 만드는 회사의 사장이었다는 선입견이다. 하지만 문국현 전 사장은 단순히 유한킴벌리라는 회사의 사장뿐만이 아니었다. 킴벌리 클락이라는 거대 다국적 회사에서 홍콩, 중국, 일본등을 포괄하는 북아시아 회장이었다.
문 전사장의 CEO경험과 늘 비교대상이 되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현대건설 사장 출신이라는 경력은 우리나라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 더군다나 해당 업종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한다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아무리 우리나라 굴지의 건설회사라고 해도, 전 국민이 모두 아는 유명 대기업이라고 해도, 다국적 기업인 킴벌리 클락의 북아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자산가치 40조원이나 되는 킴벌리클락의 북아시아 회장자리가 현대건설 사장이라는 자리보다 못하다고 평가를 받는 건 경영학을 모르거나 세계적인 경제 흐름을 전혀 알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가보지 못한 순진한 어린아이와 같은 발상일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낮추어 잡아도 현대 건설 사장이라는 직함에 비해 킴벌리클락 북아시아 회장의 자리는 모자라지 않는데도, 우리나라의 유명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의 입에서 문 전 사장을 빗대어 화장지 회사의 사장일 뿐이라는 말을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 경제 지식이 전무하여 세계 경제 동향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또 다른 반증일 뿐이다.
그래도 문국현 대통령은 여전히 어색하다
어쩔 수 없다. 문 전 사장을 몇번이라도, 비록 그게 스쳐지날듯 바람처럼이었더라도 문 전 사장을 가까이서 만났던 사람인 필자마저도,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아니라 문국현 대통령이라고 그를 부르는 것은 여전히, 미안하게도 정말 어색하다.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이 이명박 후보의 높은 지지율을 만들어 냈다면, 정치경험이 없는 문국현 전 사장이 대선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전체적인 실망 때문이었을게다. 하지만 그 실망감이 모두 그에 대한 지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더구나 대선까지 겨우 두달 남은 상황에서 그가 헤쳐야 할 길은 여전히 가시밭 투성이의 먼 길일 뿐일게다.
그래도 필자는 상상한다. 유한킴벌리라는 회사의 재직시절에 그가 보여주었던, 공장 근로자들과 본사 근로자들 모두가 공평하게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모습을 (비록 그 당시 필자는 입술을 내밀고 역차별이라며 하며 투덜거렸던 적이 있었지만).
이제는 일개 회사가 아닌 우리 나라 전체로 확대시켜서 가난한 사람들과 부자인 사람들이 모두 웃으며 살 수 있는 세상으로 확대시켜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꿈을 또 필자는 그를 바라보면서 아무도 모르게 상상하고 있다.
어쩌면 그는 대통령이 되지 못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그가 만들어준 필자의 이 작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못하더라도 다시 경제계로 돌아가지않고 계속해서 정치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그가 회사에서 내내 주장했던것이 투명경영이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정치도 이제는 제발 투명해 질 수 있도록 그가 계속 정치를 해나갔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되든지, 대통령이 되지 못 하든지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