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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출근하다가 정말 오랫만에 좋은 글을 읽어 공유코자 합니다
할말을 한다는 중소기업 '조선일보'가 정신차릴 그날은 안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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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나리가 제주도를 강타할 때 우리 사회에는 '신정아 홍수'가 범람했다. 모든 것이 물속에 잠기고 대선 정국마저 보일락 말락 했다.
일부 보수 신문들을 필두로 도하 각 언론들이 신 씨와 그 배후 권력형 비리 기사로 도배질 하듯 경쟁해 나갔다. 13일 모 유력 일간신문을 펴들었더니 6개 지면에 16개의 신 씨 관련 기사가 실렸는데 여기에 나타난 제목만도 51개였다. 2개면은 전면을 이 사건으로 깔았다.
드디어 이날 알몸 누드 사진까지 보도되었다. 여기서 침묵하던 국민의 질타가 터져 나왔다. 기사를 보면 초대형 핫 이슈의 범죄 혐의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은 충격이었다. 검찰은 경악했고 언론은 허탈했고 국민은 어리둥절했다. 뻥튀기 기계가 고장 나 맥빠진 꼴이었다.
특히 법원은 구속영장을 기각 하면서 이 사건이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실형에 처할 사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별것 아니란 이야기가 아닌가. 이 사건이 고약하고도 흥미 있어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겠다. 하지만 구속사유도 되지 않는 범죄 혐의를 놓고 그동안 언론은 그처럼 요란하게 호들갑을 떨어 댔단 말인가.
이 같은 보도 태도에 시민들은 고개를 저었다. 황색 신문 수준이란 반응이었다. 여기서 국민의 의식은 상당부분 농락 당했고 피의자는 범죄가 확인되기도 전에 이미 반죽음의 상처를 입게 되었다.
일부 언론은 사건의 경중에 상응하는 진실을 전하지 못하고 균형감각을 상실 한 것 같다. 그러면서도 지금이 군사독재 정권하의 언론 탄압보다 더하다고 비판해 대는 광경을 보면 걱정스럽다. 이는 우롱이다. 진상을 모르는 신세대들은 현혹될 수밖에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그것은 '자유'의 문제다. 독제정권하의 벙어리였던 언론들이 자유를 획득 했으나 그 자유를 향유할 품격이 결핍되어 있기 때문이다.
"신은 자유를 수호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자유를 주신다"(웹스터)고 했다.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주어진 자유는 흔히 방종의 수단이며 멸망의 지름길이 된다.
특히 언론의 자유는 무서운 흉기가 될 수 있다. 언어는 인간의 사고를 표현하는 수단인 동시에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고 창조하는 도구다. 언론은 사회적 현상과 진실을 보도하는 수단인 동시에 역사적 사고와 사건을 창조하는 도구이다.
고로 역사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에 구속되지 않는 언론의 자유는 사회적 공기가 아니라 위험한 흉기가 될 수밖에 없다.
칼 발트는 진정한 자유란 "구속된 자유"라고 했다. 진리에 구속된 자유만이 진정한 자유다.
한용상(언론인) nuriys@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