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나 게시판을 접할 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되고
글로 적어 정리를 해보지만 게시판에 올리지는 못했다.
내 글보다 더 논리적인 글과 더 속시원한 글이 많다고 생각되었고
내가 이해하기 힘든 글과 화나는 글도 또 그만큼 많아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이는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내 생각이 좋게 말하면 일관적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굳어버린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이 들었고,
나이가 들어 생각이 굳어버린 정도가 아니라 '광신'의 수준은 아닐까 되돌아 보게 되었다.
정치, 종교, 사회현상에 대한 다분히 직관적인 나의 초기 인식은 나와 다른 내 평가와 반대의 평가와 그 이유를 접하고 나름대로 분석하다보면 되돌리는 경우보다 더욱 확고해졌다.
그리고는 나와 다른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말도 안되는 생각'으로 무시하고 심지어는 '악한 것'으로 규정짓기도 했다.
내가 '광신'의 수준이 아닐까 되돌아보게 된 것은 바로 '악한 것'으로 여기는 것들이 너무나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광신'의 특징 중에 하나가 수 많은 '악'을 규정하고 이를 극단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던가?
물론 나는 광신도와는 달리 '악한 것'에 덤빌 정도의 믿음(?)은 없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니 '악하디 악한 것'을 추앙하는 사람도 있고 '악한 것'을 따르는 무리도 많으며 '말도 안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셀 수 없이 많다. 내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과연 내 생각은 옳은가? 아니 내가 미친 것은 아닌가? 아니면 내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가?
그런 고민을 하다가 내 생각이 확고해지지 않고 바뀐 경우를 찾아 보기로 했다.
그런 예 중에 하나를 창피함을 무릅쓰고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아파트 반상회에 아내가 참석해보니 모인 아줌마들이 아파트 옆 전철역에 덮개를 씌우자는 논의를 하더란다. 한 집에 천만원씩 내서 덮개를 씌워서 소음을 줄이면 아파트 값은 그 몇배가 뛸꺼라면서 말이다.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왜 한심하게 생각했는지는 이 글에서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적지 않는다)
얼마 전 처음으로 집을 사는 과정에서 나는 투기꾼 흉내를 내고 있었다.
참 한심하다고 생각한 것보다 더 한심한 생각을 스스로가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곰곰히 찾아내기 전에는 내 생각은 분명 바뀌었는데 나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변절(?)의 경험을 떠올릴 수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광신도'와 전혀 다르며 일관되지 못한 생각도 많이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한심하다고 한 생각을 내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가지거나 새로운 처지에 놓이면 할 수 있다는 것과 지금 나와는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것을 가지고 있거나 다른 처지,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내 생각 속에서 '악한 것'이 사라진 것은 절대로 아니며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악한 것'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악한 것을 가지고 있거나 악한 처지, 악한 역사로부터 생기는 것이라는 기준을 대어보면 조금 더 선명해진다.
나의 변절(?)을 기억하지 못하고 내 생각은 일관되었다고 자만했던 점을 반성하며
내용없는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만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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