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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cia Popp - My Precious!
음반리뷰추천 > 상세보기 | 2008-08-09 08:40:26
추천수 6
조회수   2,959

제목

Lucia Popp - My Precious!

글쓴이

이승태 [가입일자 : 2007-11-15]
내용
Related Link: http://kr.youtube.com/watch
유일하게 Inessa Galante 를 즐겨 들으신다는 아래의 김용석님 글을 읽고서 비슷한 경우라고 생각되어 저도 유일하게 100% 만족감을 느끼면서 즐겨 듣는 한 여성 가수와 앨범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이나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처음 클래식을 접했을 때 기악곡이나 남성 성악곡과는 달리 이상하게도 여성 성악가들의 노래에는 묘한 거부감을 느껴왔었습니다. 그녀들의 목소리가 왜 그렇게 귀에 거슬렸는지 지금도 이해가 잘 안되지만, 아무튼 FM 에서 여성 성악곡들이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볼륨을 줄이든가 아예 전원을 내려버릴 정도였고, 가끔씩 마음속에서 신봉선이 나타나 한마디 하곤 했었죠.



“이, 뭐라 쳐 씨부리 쌌노!”



그래도 그녀들의 목소리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만은 계속하였고, 특히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흘러나오던 ‘저녁바람이 부드럽게’ 라든가 사라 브라이트만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 같은 몇 몇 곡들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으면서 결국은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던 장벽을 뛰어 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볼륨을 줄이든가 전원을 내리는 일도 없고 마음속 깊이 또아리를 틀고 있던 신봉선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생각하건데 아마 이 때 개콘으로 갔을 겁니다.......^^



시험점수(가수나 음악의 선호도)를 매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이 2가지가 있겠죠?



0 점에서 정답(좋은 부분, 내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을 맞춘 문제의 개수를 더해가기. 이 가수는 목소리 좋고(+5점) 가창력 있고(+5점) 예뻐서(+80점) 90점.



100 점에서 오답(싫은 부분, 내 마음에 쏙 들지 않는 부분) 점수를 빼나가기. 이 앨범의 노래는 좋지만 녹음상태 불만에(-5점) 비싸서(-5점) 90점.



일단 힘들게 벽을 넘기는 했는데 여성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서는 항상 두번째인 뺄셈 방법으로 일종의 검열이 이루어지더군요.



목소리는 맘에 드는데 너무 가냘프고 힘이 없어.

성량도 풍부하고 정열적인데 이상하게 발음이 조금 어색해.

곡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지는데 음색이 내 취향이 아니야.

메조 소프라노군. 난 소프라노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매력적인데 혹시 그녀의 외모에 더 마음이 끌린 것 아닐까. 우선 목소리로만 평가하고 싶어.

:

:



아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매사에 이런 식이었습니다. 가사도 전혀 이해 못하면서 발음은 왜 따졌던 걸까요. 아무튼 이제는 더 이상 귀에 거슬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음속 깊이 호소하는 가수도 없는, 노래를 듣더라도 좋은 점보다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구실만 찾아내는 나날이었습니다. 이렇듯 내가 원하는, 내 기호와 감성에 딱 맞는, 내가 원할 때 언제든지 찾아서 들을 수 있는 여성 성악가를 찾을 수 있기를 막연하게 바라고 있던 중에 드디어 지성이면 감천인지 고클에서 한 여성의 이름을 알게 되었습니다.



루치아 포프(Lucia Popp)!



단지 교황(Pope)과 비슷한 Popp 라는 이름 때문에 호기심이 생긴 것 외에는 전혀 알지도 들어본 적도 없던 가수였지만, 소개하는 분의 글이 추천하는 앨범 중에서 CD 2장으로 구성된 베스트 앨범이 가격은 의외로 저렴하여 눈 딱 감고 구매한 것이 제게는 교황님이 내려준 은총이 되었습니다. 할렐루야!!!



오페라 전곡 앨범은 너무 길어서 지루할 것이고 또한 뭘 노래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하는지라 아예 들어볼 생각도 없었고, 그래서 실황 녹음이 아닌 스튜디오 녹음에 알짜배기 곡들로 꽉 채워진 베스트 앨범이야말로 저 같은 사람이 성악곡을 감상하기에는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하였는데, 루치아의 베스트 앨범이야말로 제격이요 맞춤이었고 마음속에서는 어떤 뺄셈작용도 일어나지 않더군요. 그래서 100점!



나중에 더 비싼 CD 한 장짜리의 실황 녹음 앨범도 샀는데 이것은 음량도 약하고 좋지 않은 녹음상태 때문인지 별로였습니다. 딱 한곡 마음에 들었던 노래로부터 베토벤도 피델리오라는 오페라를 작곡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유일한 소득이었지만 라이브 녹음에도 익숙해지면 들어볼 생각으로 아껴두고 있습니다.








어느 글에서 읽기로는 루치아가 모차르트와 슈트라우스에서 레전드급이었다고 하는데, 과연 이 앨범에는 모차르트는 10곡, 슈트라우스는 5곡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노래를 들어보고 나서야 그녀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찾아본 것이라 루치아가 레전드급의 가수라는 것을 알게 된 기쁨도 있었습니다. 이름과 명성이나 평판에 이끌려서 좋아하게 된 가수가 아니라 백지상태에서 순수한 음악적인 교감만으로 매혹당한 경우라서 그 기쁨이 더 큰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길래 보석인 것 같아서 집어들었더니 그게 바로 다이아몬드였습니다.



절대반지를 손에 쥐고 펄쩍거렸던 골룸처럼 저도 이렇게 외치고 싶었습니다.



“My precious!”



골룸의 절대반지는 그의 정신을 잠식하고 결국 황폐화시켰지만 루치아의 베스트 음반은 제 정신을 살찌우고 풍요롭게 해주고 있습니다. 주체할 수 없는 소유욕과 지배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음반이나 가수의 목소리를 찾으려는 욕망마저 사라지게 해버렸으니, 이 세상의 모든 음반을 지배하는 절대 음반은 아니지만 소가 몸을 비비는 언덕처럼 내 영혼의 비빔질을 위한 마음속의 언덕이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CD 1의 첫 번째 트랙인 드보르작의 루살카, ‘달에게 바치는 노래’ 부터 마음을 홀딱 뺏겨 버렸습니다. 스메타나와 그리그의 곡까지 이어지는 6개의 트랙은 후반부의 슈트라우스와 CD 2 의 모차르트를 감상하기 위한 준비운동이자 전초전이지만 결코 노래의 아름다움이나 감상의 즐거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어지는 오르프의 곡들은 노래 자체도 그렇지만 워낙에 카르미나 부라나의 대표주자인 힘차고 장엄한 합창곡 ‘오, 운명의 여신이여’ 때문에 조금 심심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요람을 흔들면서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주는 어머니의 노래 소리 같다고나 할까요. 오르프가 카르미나 부라나를 작곡하면서 중세의 음유시인들이 부르던 노래를 많이 인용했다고 하는데, 혹시나 당시의 자장가를 모티브로 사용했는지도 모르겠군요. 이어지는 슈트라우스와 말러의 곡들은 처음 들을 때는 귀에 착착 감기지 않고 곡의 전개가 낯설어서 건너뛰었지만 지금은 제법 몰두하면서 들을 수 있는데, 루치아와 함께 호흡하면서 의식적으로 음의 고저와 강약이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려고 하는 것에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



CD 2 에는 헨델과 모차르트의 곡들이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사실 제가 무척 좋아하는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가 교도소 소장실에서 확성기를 틀어주는 장면에 흘러나오는 피가로의 결혼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 야말로 그렇게도 듣기 싫어하던 여성 성악가들의 노래에 대한 인식을 180도 바꿔준 결정적인 곡의 하나였는데 2중창이어서 그런지 베스트 앨범에 들어가 있지 않은 점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이 아쉬움은 밤의 여왕 아리아로 충분히 보상을 받습니다. 그전까지는 조수미의 노래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루치아의 목소리로 듣는 밤의 여왕이 더 매력적이고 아름답습니다. 마지막 부분에서 슈베르트의 가곡에 이어지는 레하르의 즐거운 미망인, ‘빌랴의 노래’ 는 ‘달에게 바치는 노래’ 만큼이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곡입니다.








루치아 포프는, 1939년 슬로바키아 태생의 오스트리아 국적의 소프라노이고 본명은 루치아 포포바(Lucia Poppová)입니다. 그녀가 태어난 당시의 오스트리아는 쇠락해가고 있었지만 과거 합스부르크 제국으로 상징되는 다민족 국가의 중심지였으며 오스트리아, 모라비아, 헝가리, 루마니아의 피가 섞여있는 자신의 혈통을 매우 자랑스러워 했다고 합니다. 의학공부를 하기도 했고, 배우가 되기 위해 다니던 아카데미에서 연극을 공연하던 중 우연히 루치아가 부르는 노래를 들었던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성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에서 23살 때 무대 데뷔를 했는데 역시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역할이었고, 바로 카라얀의 눈에 띄어서 비엔나 궁정 오페라 극장(Vienna State Opera)에서 노래하게 되었으며, 공연이 아주 성공적이어서 곧 이 오페라단으로부터 정식계약을 제의받게 되면서 경력과 명성을 쌓아나가게 되고, 1979년 음악인으로서의 최고 영예인 오스트리아 궁정가수(캄머쟁거린,Kammersängerin)의 지위를 얻습니다.



저는 오드리 헵번, 줄리 앤드류스, 사라 브라이트만 같이 단순히 기량이나 외모만이 아니라 손짓이나 발짓, 얼굴의 자연스런 표정, 어떻게 시선을 유지하거나 움직이는지 등등 몸의 전체적인 동작으로부터 전해지는 제스처나 태도가 자연스러우면서 아름답고 품위가 있는 배우나 가수들을 무척 좋아하는데,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몇몇 동영상에서 나타나는 루치아의 공연 모습을 볼 때마다 이분 역시 자태가 곱고 상당히 우아한 여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됩니다. 아마도 젊었들 때 배우 수업을 받았던 영향일 수도 있겠고 아니면 타고난 천성에서 나오는 자연스런 모습일 수도 있겠죠.



밤의 여왕 아리아는 가사 내용이 분노와 복수심에 가득찬 것이라서 크리스티나 도이테콤이 아주 격정적으로 부르는 노래를 최고로 친다고 하는데, 루치아의 밤의 여왕은 그런 격렬한 감정과 복수심을 드라마틱하게 담아내기에는 너무 순수하고 깨끗한 목소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조수미의 노래를 듣다가 루치아의 노래를 들어보니 마치 정화의식을 거친 육체나 영혼처럼 소리가 더 투명하고 정갈하게 느껴졌다고 할까요. 최고는 아닐지라도 밤의 여왕을 언급할 때는 반드시 손가락에 꼽을 정도는 되니 개인적 취향의 문제라고 해야겠지요. 1993년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 루치아는 겨우 54 세의 나이였습니다. 그녀보다 더 젊은 시절에 요절한 많은 예술가들도 있지만 루치아 역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떠났으니 절세가인에 미인박명이라고 해도 부족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유튜브에 달려있는 다음과 같은 댓글들이 그녀의 이른 죽음을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마음을 잘 나타내주고 있습니다.



루치아 포프가 지상에서 노래한다면, 과연 천국에는 무엇이 존재할 수 있을까?

If Lucia Popp sang on Earth, what could there possibly be in heaven?



그녀의 이른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는 천국에서 천사들의 노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신의 결심 때문이다.

The only reason I can rationalize her dying so young is that God decided the angels singing in heaven weren't good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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