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정치개혁을 원하면서
우리 정치는 지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 권력형 부정과 비리가 더욱 심화되고, 국회는 욕설과 투쟁의 장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시대적 소망이자 국민적 여망입니다.
저는 지난 12월 11일, 우리 당이라도 바로 서야 한다는 생각에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참여를 선언하면서, 비생산적인 대결의 정치를 종식시키고 국민이 신뢰하는 정치, 국민의 힘을 모으는 화합의 정치에 앞장설 것을 다지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보다 먼저 한나라당의 1인 지배체제의 늪에서 벗어나 국민정당, 민주정당으로 거듭나야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동안 저는 한나라당에 깊은 애정을 가진 당원으로서, 또 당을 바른 길로 이끌 책임을 가진 부총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습니다.
대선 전에 정당개혁을 이루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수권정당으로 거듭나야만 정권교체의 의미가 있다는 확신 아래 정당개혁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원칙을 밝혔고, 이를 위해 대선 전에 총재직을 폐지하여 1인 지배체제를 마감하고, 상향식 공천제도를 도입하여 국회의원과 당원이 중심이 되는 정당, 투명한 당 재정운영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누누이 강조해왔습니다.
이러한 정당개혁이 이루어져야만 한나라당에 희망이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1인 지배체제의 틀 안에서 국민참여경선의 모양새만 갖추는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국민참여경선제는 제왕적 총재의 1인 지배체제가 종식될 때에만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책임있는 민주정당, 국민정당으로 거듭나 국민의 신뢰를 받느냐, 아니면 총재 1인을 위한 정당으로 남느냐 하는 기로에서 국민적 여망을 외면하는 불행한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시대정신과 국민의 여망을 저버릴 때,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한나라당을 누구보다 소중히 여겨왔습니다. 97년 대선에서는 구태의연한 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자발적으로 이회창 총재를 지지했었습니다. 그리고 당내 어느 누구보다도 열심히 한나라당이 희망의 새 정치에 앞장설 테니 지지해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해왔습니다.
그것은 저의 신념이었고, 국민과의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현재와 같이 변화하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국민이 원하는 정치를 거부한 채 어떻게든 집권만 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생각에 더 이상 동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제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소중히 여겼던 당을 떠나야 하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합니다. 지금껏 한나라당 내에서 저를 지지해주시고, 부총재로 뽑아주셨던 분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개혁을 바라던 분들을 생각하면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정당보다는 나라가 우선이라는 소신으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대한민국의 정치발전과 국가발전을 위해 비록 험하고 힘들지라도 바른 길을 가겠습니다. 국민의 소리를 겸허하게 경청하고, 늘 바른 마음으로 국가와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잃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항상 국가를 위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정치인으로 남겠다는 것을 약속드립니다.
2002년 2월 28일
박근혜
이상 박근혜 탈당 기자회견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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