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헌법을 통해 집권중이던 1975년 5월13일 대통령 긴급조치 9호가 발동되자, 이틀뒤 조선일보가 실은 사설 내용이다. 사료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돼, 공개한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조선일보 1975년 5월15일치 사설] 새 질서 확립의 이정
-긴급조치선포를 보고
1. 13일자로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가 선포됐다. 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해서라고 목적을 명시한 긴급조치9호의 발동과 내용이 일반에게는 충격적일 수도 있겠으나 그것은 얼마만큼 예상할 수도 있었던 조치였다고 본다.
박대통령은 이미 4월29일 국가안보에 관한 특별발화를 발표하고, 인지반도사태와 북한 공산집단의 동향에 언급하고 특히 1. 공산주의자들과의 힘의 균형을 위한 강력한 국력확보 2. 타국가에의 의존안보사고의 지양, 그리고 3. 국론통일 등 3가지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이 담화는 시국의 중대성에 언급하면서도 이례적으로 그 것에 대처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이다.
긴급조치 제9호는 그 후속조치이며 4.29 담화에서의 강조점을 제도적으로 구축하려는 구체적인 정책선포임이 분명하다. 박대통령도 긴급조치 선포담화에서 4.29 담화를 상기시키고 “국민총화를 공고히 다지고 국론을 통일하며 국민 모두가 일사분란하게 총력안보태세를 갖춰나가기 위해” 라고 그 경위를 밝히고 있다.
급변하는 내외 정세로 우리는 새로운 생활테두리를 맞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시한부이거나 단기성을 띤 과도적 성격이 아닌 함축을 지닌 것이라는 데서 냉정히 이를 음미하고 소화시키는 것이 당면해서의 긴급한 과제가 됐다. 우리는 국가안보라는 큰 테두리를 보전하기 위해 작은 테두리의 생활질서를 이에 종속시키지 않으면 안되게 된 것이다.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한 고유권한에 의해 이와 같은 조처를 취했다.
헌법53조는 대통령은 그러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국정 전반에 걸쳐’ 또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잠정적으로 정지하는’ 긴급조처를 취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2. 우리는 주어진 현실을 외면할 수 없으며 이를 직시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먼저 긴급조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분석, 이해하는 데서부터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이해부족이 낳는 의외의 또는 애매한 질서이탈의 착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긴급조치는 현행 헌법체제에 대한 부정 반대 왜곡 비방 개정 폐지 등에 관련된 일체의 언동을 금하였다. 이는 정부의 그동안의 국가안보에 대한 지향과 결의에서 당연히 긴급조치 내용의 골격을 이루는 사항이다. 72년 유신개헌의 이념은 남북대결의 평화적 극복을 통한 국토통일의 성취에 설정했던 정부의 신념을 다시한번 명시한 것이다.
한편 긴급조치9호는 고려대학의 휴교령을 해제하는 8호조치를 수반하면서 학생들에 의한 일체의 정치적 집회 또는 시위 정치관여행위 등을 금하고 있다. 이 또한 사회적 안정없이 국가안보의 기조를 다질 수 없다는 논리에서 정부의 단호한 조치이다.
사회안정 곧 국민적 일체감 조성과 관련하여 긴급조치는 공무원 정부관리기업체 임직원등의 부정행위를 엄금하는 한편, 도피이민, 재산 해외도피행위 등도 엄격히 규제함으로써 총력 체제재정비를 위한 정부의 의지를 시현했다.
긴급조치는 또한 유언비어의 날조 유포, 사실의 왜곡전파 등의 행위를 금하고, 긴급조치의 시행을 위한 필요한 사항을 각기 주무부 장관이 정하도록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3. 이상과 같은 긴급조치 내용에 따라 우리는 분명히 새로운 생활체제에 직면했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에 따른 대통령 긴급조치권에 의한 새로운 생활질서가 요구된 것이다. 변화된 생활질서에 익숙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물의 변화과정이 그러하듯이 적지않은 시간을 필요로 하리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있어서라도 결코 의외의 또는 애매한 질서이탈의 착오현상이 있어서는 안될 것을 우선 바라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착오현상의 빈발은 변화된 질서에서 오는 긴장을 더욱 가중시키는 작용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긴장을 해소시키고 충격파를 새 질서에의 순치로 유도 전환시키는 작업이 실은 긴급조치 이후의 정부의 가장 큰 과업이 된다. 그것은 정치의 기미이며 보다 높은 이념적 차원에서의 배려에 의해서만 기대가 가능한 작업이다.
가령 유언비어의 금지사항을 다룸에 있어 구체적으로 그 저촉여부를 가리는 작량의 폭이 아주 넓을 수 있다. 사안담당자의 주관에 따라 작량이 좌우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것이다. 그로 해서 의외의 또는 애매한 저촉 사례가 발생하는 경우 사회 분위기는 긴장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상호불신의 심각한 저류를 조성할 가능성마저 없지 않다.
그렇게 되는 경우 그것이 국민 개개인의 생활 감정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가는 물을 나위도 없다. 뿐만 아니라 유언비어 금지사항은 저열한 감정의 사적 보복행위 등에 악용될 여지 또한 있다. 결국 긴급조치의 운영의 묘 여하에 따라서는 국민의 일체감 조성과는 역행되는 현상이 부분적으로 제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당로자는 미리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한 예로 노파심을 곁들였거니와 그것은 결코 긴급조치 선포의 정신이 원하는 바 아님을 확신한다. 국가 안위의 간두에서 부득이 취할 수밖에 없었던 긴급조치를 보다 높은 이념적 차원에서 운영해주기를 바라는 기대가 그래서 절실해지는 것이며 각부 장관은 해당 사안에 대한 보완작업을 서둘러줄 것을 덧붙여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4. 우리에게 가해지고 있는 잠재적 또는 현실적 위협이 용이한 것이 아니라는 시국관에 이의를 달 선량한 국민은 한 사람도 없으리라. 그러한 위협이 우리에게 새 질서의 생활을 요구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분명하게 확인하는 것이며 또한 현실을 직시하려 한다.
우리 사회에는 각종 이익단체와 기능이 존재하고 활동하고 있다. 그 것은 공산주의를 반대하는 사회, 곧 반공산주의 이데올로기사회의 조건이며 특징이다. 그러나 그것들을 포용하고 있는 전체이며 유일한 국가의 존재를 보위하고 유지하는 데 심각한 양상이 제기됐을 때 개개 이익단체는 국가존립을 위한 이익에 우선적으로 종속돼야 한다는 이치와 현실을 우리는 이미 익혀오기도 했다.
이러한 우리의 입지조건을 지양하는 날을 가져온다는 이념과 결의에서 유신을 지향한 헌법이 마련됐고, 그 헌법이 우리에게 요청한 새로운 생활질서를 외면하고 우리가 달리 갈길이 없음을 우리는 이 시점에서 거듭 확인하는 것이다. 그 길이 우리가 처한 여건에 의해 이상적이고 최선의 길은 아니라 하더라도 불가피한 길임을 우리는 확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다함께 새로워져야 한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모든 지도계층의 생활자세의 더한 변화의 시범에서부터 비롯돼야 할 것이다. 긴급조치의 정신이 지향하고 요구하는 이념적 체득이 얼마만큼 절실하며, 그 것이 생활실천을 통해 얼마만큼 참되게 표현되느냐에 오로지 애타게 추구하는 국민총화의 관건은 좌우됨을 우리는 명심코자 하는 것이다.
이정표는 제시됐다. 그곳을 가는 도정에서의 소득이 결코 부 아닌 승의 결과로 요청돼야 한다는 숙제가 남았을 뿐이며 우리가 기대하는 모든 새로운 생활변화에 의해 그 숙제가 풀릴 것은 우리는 확신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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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참 깁니다.
그리고 어제 사설에 대한 답이기도 하죠.
<조선일보> 31일자 [사설] ‘과거사위의 ‘인민재판’에 끌려나온 판사들’
<동아일보> 31일자 [사설] 反화해 과거사委 본색 드러내기
<중앙일보> 2월1일자 [사설] 진실 규명도 화해에도 도움 안된 명단 공개
동아일보는 정말 웃기는 짬뽕이더군요.
유신체제에 저항했던 기자들을 대량해고하고도
이젠 지들이 유신에 저항했답니다.
과거를 과거로 남길 수 없는 이유... 조중동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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