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인사, "美 대북 정책 잘못">
김대중 前대통령 "악마와도 대화해야"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18일 '세계지식포럼 2006'에 참석한 해외 석학들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목소리로 강경 일변도인 미국의 대북 정책을 비난했다.
이들은 현재의 북핵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열망하고 있지만 부시 정부는 이를 거부해왔다"며 "그 결과 미국은 큰 실패를 가져왔고 북한은 마침내 미사일 발사를 다시 시작했으며 핵실험까지 강행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핵 문제가 군사적 수단이나 경제적 제재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이는 자칫 민족 공멸을 초래하거나 오히려 북한의 결속만 도와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닉슨과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적대국이었던 중국과 소련을 대화를 통해 개방과 개혁으로 이끈 사례를 소개하며 북한에 대한 부시 정권의 대화 노력을 촉구했다.
김 전 대통령은 "국가 이익이나 세계 평화에 필요하다면 악마하고도 대화를 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핵문제를 해결할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이 대화하지 않고 어떻게 이 문제가 해결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동시에 북한에는 "핵을 완전히 포기하고 철저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의 귀재'로 유명할 뿐 아니라 진보적 자선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 회장도 부시 정권의 잘못된 대북 정책이 북한 핵 문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부시에 비판적인 소로스 회장은 이날 강연에서 "현재의 북핵 상황이 부시의 잘못된 정책(테러와의 전쟁) 결과라고 보나"라는 질문에 "부시 대통령이 선출된 직후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해 햇볕정책을 요구, 콜린 파월 장관은 이를 지지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결국 반대해 상황이 나빠졌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은 탄압이 심한 체제인데다 서울이 휴전선에서 워낙 가까워 군사적 선택이 쉽지 않고 다루기 힘든 나라"라며 "그럼에도 미국은 악의 축 등의 표현으로 북한을 비난하고 정권 교체를 거론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미국 정권이 교체될 경우 북핵 문제를 포함한 국제 정치의 '불균형' 상태가 다시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0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머스 셸링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역시 북한과의 양자 회담을 계속 거부하는 미국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북한과 양자 회담을 하면 북한을 인정하는 것으로 인식, 이를 꺼리고 있다"며 "그러나 직접 대화가 교착 상태를 타개할 수 있다면 이같은 생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만약 북한 정권이 자기 방어를 위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한다면 유엔 결의 등을 통해 다른 나라들로부터 주권을 인정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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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터 "94년 제네바합의 휴지조각 됐다">
"부시 취임후 모든 틀 파괴돼"
(애틀랜타<미국>AP=연합뉴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부시 행정부가 북한에 등을 돌리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면서 1994년 자신의 중재로 성사된 북-미간 제네바 기본합의가 "휴지조각이 됐다"고 18일 한탄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지 "1년여만에 모든 틀이 파괴됐고 북한은 '악의 축'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으며 북한에 대한 태도 역시 급속도로 변했다"면서 제네바 합의와 그 후속 조치들 "모두가 휴지조각이 됐다"고 말했다.
1994년 카터 당시 대통령은 사망한 전 북한 최고지도자 김일성을 만나 북한의 핵무기 개발계획 동결과 핵연료 재처리 중단, 유엔 사찰단 수용, 한국과의 대화 등의 합의 내용을 이끌어 냈다.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후계자가 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역시 클린턴 행정부측에 합의 내용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그에 따라 북한에는 제재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고 중유도 제공됐다.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내용을 다룬 책 '위기의 순간(A moment of Crisis)'을 저술한 매리언 크릭모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난 2002년 이후 북한이 6~10개의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재처리한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국대사를 역임한 제임스 레이니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직전에 분명한 전쟁 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카터 전 대통령 역시 지난 1994년에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위기가 있었다면서도 북한 핵실험 강행으로 촉발된 이번 위기가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이번에는 덜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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