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옹호글 일색 ‘FTA 댓글’ 수상하다
[경향신문 2006-09-15 09:24]
#1. 지난 6일 미국 시애틀에서 한·미 FTA 3차 협상이 시작된 뒤 네이버·다음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FTA 관련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 특이한 점은 “내일이면 늦으리” “자신있게 도전해보자” 등과 같이 우리측 FTA 협상대표단에 힘을 실어주거나 한·미 FTA 체결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댓글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는 것이다.
이튿날인 7일에는 ‘한·미 FTA 3차 협상이 큰 진전없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일간지 기사들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게재됐다.
한 네티즌이 “학교 다닐 때 큰 아이한테 말 못하는 꼴”이라며 우리측 협상대표단의 협상자세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곧바로 “협상단을 믿어야 합니다” “모든 것은 우리하기 나름” “잘 할 수 있습니다” 등과 같이 우리측 협상단을 옹호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2. 지난 4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올려진 경향신문의 ‘외국산 농산물에 등터진 신토불이’ 기사도 마찬가지다. 한 네티즌이 쓴 “한·미 FTA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농민들의 고통을 아느냐”는 글이 올라오자 “도전없는 성공은 없다” “경쟁력 강화로 헤쳐나가자” “FTA는 대세다” 등과 같은 7개의 댓글이 순식간에 올라왔다.
최근 들어 인터넷 상에서 한·미 FTA 협상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이른바 ‘한·미 FTA 찬성 알바(아르바이트)’의 존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반적인 네티즌들이 다양한 주제의 기사에 대해 댓글을 올리는 것과 달리 ‘한·미 FTA 찬성 알바’로 추정되는 이들은 유독 한·미 FTA 관련 기사에만 댓글을 달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여자 얼굴을 ‘아이콘’으로 영문 ID 뒷부분에 ‘○○○3716’ ‘○○○2030’ 등 고유번호가 표시돼 있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서로 다른 IP주소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네티즌들의 글이 올라오면 여러명이 한꺼번에 한·미 FTA를 옹호하는 댓글을 다는 등 조직적인 행동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최근 인터넷에는 이들을 청와대에서 고용한 ‘한·미 FTA 찬성 알바’로 의심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한·미 FTA 찬성 알바’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한·미 FTA를 옹호하는 댓글 달기를 시작한 때는 8월10일 전후로 청와대가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를 발족한 시기(8월11일)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나석권 과장은 “위원회가 발족하면서 ‘한·미 FTA 바로 알리기’ 일꾼 4명을 계약직으로 채용했지만 이들은 9월부터 활동하기 시작한 데다 인터넷에 글을 올릴 때는 반드시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미 FTA 찬성 알바’ 의혹을 받는 네티즌들의 IP주소가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의 IP주소(211.250.180.XXX)와 일치하는 경우는 아직까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미 FTA 찬성 알바’ 의혹을 받는 네티즌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강진구기자 kangj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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