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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숙제가 너무 많다....는 의견에 대해
시사종교 > 상세보기 | 2006-09-08 06:54:59
추천수 2
조회수   662

제목

초등학교 숙제가 너무 많다....는 의견에 대해

글쓴이

이재천 [가입일자 : 2003-10-10]
내용
자게에 한 분이 초등학교 아이 숙제가 너무 많다고 하신 글을 읽고 생각이 나서 써본 글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해서 시토에도 올려 봅니다. 혹시 시사 문제가 아니라고 하시면.. ㅠ.ㅠ





글을 읽으시기 전에 미리 양해 드리자면, 이 경우는 학부모와 교사 둘 다 당사자이므로 부러 높임말을 쓰지 않았습니다. 양 쪽 다 잘한 것이 없다고도 생각이 되기도 해서요... 해서 선생과 부모 라고 쓰겠습니다. 귀에 거슬리는 분은 그냥 넘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숙제의 양이 조금 과한 점은 있지만, 찾아보는 과정에서 학생의 지적인 능력이 향상되기를 기대하면서 내준 숙제 같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숙제한다고 께작거리는 것이 답답해서, 혹은 아이가 나는 못해 하니깐 마지못해 대신 해 주곤 하더군요. 마치 저희 부모님 세대들이 저희가 학교서 배운 내용을 잘 모르면, 넌 왜 그것도 모르니 하시면서 답답해 하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게 도와주시다 보니 숙제의 양이 너무 과하니 이런 소리도 나오게 되고, 학생의 수준에 너무 지나친 숙제라는 소리도 나오고 그러는 것이겠지요. 헌데 부모님들의 이런 태도가 여러 가지 문제를 낳게 된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그 버릇이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계속 된다는 점입니다. 세 살 때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언제까지나 남에게 의존하게 되더군요. 초등학교 때는 엄마 아빠가 대신 해 주고, 중고등학교 때는 엄마 아빠가 못 도와주니깐 돈 받아서 학원이나 과외 하고, 더 크면 그냥 돈만 대주고... 대충 이런 도식이 성립되는 것이지요. 사교육이 문제라고 너도 나도 떠들면서 실제로는 너도 나도 사교육의 시발점을 만들고 있는 셈인게지요.



혼자 해 보는 버릇이 들지 않은 학생이 어느 순간부터 스스로 할 가능성은 극히 적습니다. 되려 혼자 해 버릇하던 학생들도 학습 수준과 양이 늘어나게 되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형편입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넘어가면서 요구되는 학습량과 수준은 갑자기 뛰어오릅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은 말할 것도 없구요. (요즘 대학은 예전의 대학과는 많이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한 학기에 5번 수업 듣고도 학점 따고 그랬습니다만,,, 지금은 5번 빠지면 F라고 하더군요.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는 제 선배의 이야기니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겁니다. )







두 번째로 "이리 내! 내가 대신 해줄께.." 하는 순간 아이의 지적인 발달은 저 멀리 멀리 떠간다는 점입니다. 인간의 지적인 능력은 아주 천천히 어떻게 보면 답답해서 속이 터질 만큼 늦게 발전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지적인 발달은 수많은 다양한 자극이 축적되면서 성장합니다. 다시 말해 수많은 자극을 받고 거기에 대해 보이는 반응들이 조금씩 세련되어 가는 과정을 인간의 지적발달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이 너무 지난하다 보니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속이 터지고 답답하기가 이를 데 없게 됩니다. 그래서 많은 부모님들이 “이리 내!” 하시는 것이겠지요. 오죽하면 그런 이야기가 있겠습니까? 남의 자식은 가르쳐도 제 자식은 못 가르친다고...



허나 조금만 생각해 보시면, 나도 저렇게 답답한 과정을 통해서 이렇게 컸구나 하는 점을 느끼실 수 있답니다. 또한 후세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이 그런 과정을 통해 지적인 능력을 키워나가야 하구요.



그건 잘 알겠는데 숙제가 왜 그러냐구요? 현재 한국의 교육 제도는 급격한 변화를 격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즉, 부모들이 다니시던 당시의 학교 교육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점을 인식해 주셨으면 합니다. 과거의 교육이 지식의 습득이 주안점을 두었다면, 현재 교육은 어떻게 지식을 습득하는가 하는 방법론의 체득에 주안점이 두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우는 내용도 상당부분 축소되었고, 또 축소될 예정입니다. 더군다나 교육하는 내용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예전의 수학이나 과학 교과서들은 공식을 기억하고 적용하는 훈련에 주안점이 두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교과서는 가장 먼저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질문으로부터 단원이 시작됩니다. 언어 교과서도 마찬가집니다. 예전의 교과서가 중요한 문학 작품을 가지고 뭐가 어떻고 저렇고 하고 시시콜콜 가르치도록 구성이 되어 있었다면, 지금의 교과서는 논설문이면 논설문, 설명문이면 설명문을 읽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고 나서 여타의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그 방법론을 적용시키길 요구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와중에 있는 한국의 교육계로서는 새로이 바뀌는 교과과정에 적응하고 따라가기도 바빠 보입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새로운 교과과정을 전달하고, 숙제를 어떻게 내주고, 평가는 어떻게 하고 등등의 많은 문제들에 표준화된 매뉴얼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으로도 보이구요. 결국 현장에서 어느 정도의 융통성들을 발휘해가면서 일들을 처리해가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기저기서 볼멘소리들이 터져 나오는 것이지요. 특히 부모들의 불만들이 대단하더군요. 그러나 이 문제를 개인적인 차원의 원망이 아닌 조금 더 넓은 차원에서 해결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세 번째로 아이의 숙제를 도와주시면서 또 다른 귀중한 점을 놓치고 계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의 자립심을 못 키운다는 말씀은 이미 드렸고... 다른 말씀을 드리자면, 아마도 아이가 감당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숙제를 내주는 선생은 십중팔구는 초보에 가까운 선생일 것입니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 정도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양인가 아닌가도 구별을 못하고 일단 내 주고 보는 것이겠지요. 부모는 이 ** 가 숙제도 많이 내줬다고 투덜거리시면서 숙제를 대신 해 줄 거구요.



문제는 그 과정에서 선생에게 피드백이 전혀 되지 않는 다는 점입니다. 아이의 숙제를 검사하면서 ‘어! 이건 부모님이 해 주신 것 같은데!’ 한다면 그것은 노련한 선생입니다. 초짜들은 그런 거 몰라요. ^^ 이정도로 내줘도 해오는구나. 그럼 이 정도 내주면 되겠네 할 뿐이지요. 결국 사회적으로는 여러 가지의 손실이 일어납니다. 학생은 자립심을 키우고, 지적인 발달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부모님은 시간 낭비하고, 교육계로서는 선생 훈련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조금은 냉정한 말씀이지만, 아이가 숙제를 못하면 못하는 대로 학교로 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선생도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이 괘씸한 놈이 숙제도 안 해와 하지만, 계속 안 해오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혹시 이 아이가 숙제를 고질적으로 안하는 버릇이 든 것은 아닐지, 아니면 내가 내주는 숙제의 양이 너무 많은 것은 아닐지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선생이 생각을 많이 해야 학생은 배우는 게 많습니다.



많이들 착각하고 계시는 것이 선생이 많이 배워야 학생도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시는데... 단호히 말씀드려 전혀 아닙니다. 특별한 교육(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영재 교육을 받는다거나, 대학에서 학문에 뜻을 둔다거나..)을 받는 경우라면 선생이 많이 알아야 합니다. 이건 절대적입니다. 아는 만큼 가르칠 수 있는 상황이고, 학생의 발달 정도에 따라 아주 높은 수준까지 제시를 해 주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나 보통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에서는 선생이 많이 알고 적게 알고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느 수준 이상만 알면 배우고 가르치는데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경험과 고민의 정도입니다. 많은 고민을 해 본 선생이 지식의 전달도 잘 합니다.









따라서 가급적이면 아이의 숙제를 대신 해주는 네거티브한 피드백보다는 숙제는 아이에게 하게 하시고 선생과 이야기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단, 숙제가 너무 많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왜 그런 숙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라든지 그 선생이 생각하는 교육관을 먼저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하나 더 권해 드리자면, 가급적 엄마보다는 아빠가 선생과 만나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보통 엄마들은 아이에 대해 객관적인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내 아이가 힘드냐 안 드냐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지, 어떤 방법이 더 좋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잘 못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중국 고사 이야기를 하나 하고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조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옛날 중국에 어떤 농부가 밀이던가 보리를 심어 놓고 매일 나가서 봤더랩니다. 오늘은 얼마나 자랐나 하구요. 그렇게 매일 보다 감질이 나서 에이 하고는 매일 조금씩 위로 당겨줬다네요. 빨리 자라라는 의미에서요. 그런데 그 결과는 이미 아시는 데로, 밀이던가 보리던가 하는 것이 말라 죽었다고 하죠?



교육도 마찬가집니다. 서두를수록 안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교육입니다. 어차피 때가 되면 심고 가꾼 대로 자라고, 꽃 피우고, 열매 맺고 할 것을 조바심 낸다고 빨리 자라지도 않고, 기도한다고 해서 밀이 쌀로 바뀌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기도하고 조바심 낼 시간에 좋은 씨앗을 심어줄 생각을 하고, 좋은 햇빛과 물 그리고 적당한 양분을 공급할 생각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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