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시사게시판에 글을 올립니다.
사실 한국교회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부시가 이라크 침공을 '성전'으로 표현하기도 했지요?
이 글속에는 미국 사회의 종교,정치,인종 등에 관한 실상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미국에 갈 때면 항상 피부로 느끼는 문제이지만, 미국인들 입으로는 잘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주로 감추고 누리죠. 그에 대한 글입니다.
"미안하지만 미국은 예수가 아니다"
[오마이뉴스 김명곤 기자] 미국의 한 대형 보수교회 목사가 수차례의 설교와 저작을 통해 9·11 테러사건과 이라크전 이후로 미국 보수 복음주의권 교회들이 지나치게 정치적이고 우경화되고 있다고 거센 비판을 가해 교계는 물론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은 미네소타 세인트 폴의 우드랜드 힐스 교회에서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그레고리 보이드(49) 목사. 보수교회 목사인 그는 왜 교회와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날리게 된 걸까.
한 보수교회 목사의 변신
보이드 목사가 교회와 정치권을 비판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4년 미 대선 직전부터. 보이드 목사는 당시 '십자가와 검'(The Cross and the Sword)이라는 제목으로 여섯차례에 걸쳐 "미국을 '기독교 국가'로 불러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주제로 설교를 하면서 교회를 정치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미국 교회는 도덕적 차원의 성적 이슈에 대한 논쟁을 중단해야 하며, 미국이 벌이는 전쟁에 축복을 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교회가 세속적 논쟁에서 승리하고 세상을 지배하게 될 때 더욱 세속화 되며, 검에 대해 신뢰하게 될 때 십자가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보이드 목사는 지난 8일 NPR 뉴스의 '복음주의 기독교인과 정치'라는 대담 프로에서도 비판적 발언을 계속했다. 그는 미국의 대형교회 지도자들이 세속적 우파 이데올로기와 공화당의 리더십에 이끌려가는 우를 범하고 있다면서 "교회의 종교적 권리 추구는 결국 교회로 하여금 정치권력을 우상화하는 위험에 빠트린다"고 경고했다.
그는 몇 년 전 한 대형교회가 예배를 끝낼 때 '신이여 미국을 축복하소서'라는 노래를 합창하고 전투기가 십자가 위를 날아다니는 비디오를 상영하는 것을 보고 매우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보이드 목사는 신학자들로부터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열린 신학', '열린 유신론'을 추구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9·11 테러사건과 이라크전 이후로 미국 복음주의 교회들이 보인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다. 보이드 목사는 그때부터 미국교회의 '타락'에 신앙고백적 메스를 가하며 보수교회의 세속화에 대한 경고를 본격화했다.
"교회가 검을 신뢰하게 될 때 십자가를 잃게 된다"
보이드 목사는 "기독교인들은 정부통제, 입법, 전쟁 등을 통해 다른 이들을 지배할 것이 아니라, 예수가 했듯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밑에서 자신을 희생하고 봉사함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다른 대형교회의 유명한 목사들과 마찬가지로 선거를 앞두고 보수적인 정치인들로부터 축복을 내려달라는 부탁을 여러 차례 받은 적이 있지만 번번이 거절해왔는데, 그럼에도 계속되는 부탁에 이제는 질릴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보이드 목사는 "미국은 신정정치를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니라 그로부터 탈피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정치와 종교를 분리시키기 위해 헌법을 제정했다"면서 "교회 지도자들이 '미국은 기독교 국가이고, 교회의 역할은 이 같은 신념을 보강시켜 주는 것'이라는 잘못된 신념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미안하지만 미국은 세계의 등불이나 희망이 아니며, 세계의 등불이자 희망은 예수 그리스도"라고 강조한다.
그는 또 미국의 보수교회들이 종교의 자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를 잘못 읽고 있다고 비판한다. 교회가 제대로 된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그리고 사회에 바른말을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철저하게 분리되어야 한다는 것.
보이드 목사는 동성애, 낙태, 슈퍼볼에서 자넷 잭슨이 가슴을 보여준 사건 등에 초점을 맞추는 기독교인들의 '위선과 속 좁음'을 비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의 기독교인들은 정작 본질적인 문제는 비켜지나가고 공공장소에서의 신앙표현을 막는 행위나 성적인 이슈 등에는 지나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데, 예수는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신도 5000명 중 1000명이 떨어져나갔지만...
보이드 목사의 이런 주장들은 결국 정치적으로나 신앙적으로 보수적인 중산층 교인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보이드 목사는 교회기금모금 기간에 이 같은 내용의 설교를 해 목표액인 700만달러에 훨씬 못 미치는 400만달러만을 모금하는데 그쳤다.
우드랜드 힐스 교회에 출석했다가 얼마 전 교회를 떠난 변호사 윌리암 버겐은 <뉴욕타임스>에 "아내와 함께 6년 전 처음 그 교회에 출석했을 당시만 해도 보이드는 보수교회 목사 그대로였다"면서 "나는 그가 현재 주장하고 있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무엇보다도 이로 인해 5000여 명의 신도들 가운데 약 1000여 명과 50명의 교회간부 중 7명이 교회를 떠나는 아픔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다른 신도들은 두려워하며 꺼내기를 꺼리는 주제들을 과감하게 전하는 그의 설교에 감동을 하여 눈물을 흘리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오늘날 보이드 목사와 같은 사람을 보수 복음주의 교회에서 찾기는 매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그가 일으키고 있는 새 바람은 미국의 복음주의 신학교나 교회에서 어떤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지 그 일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분명한 것은 미국의 보수 복음주의 교회가 이라크전을 통해 공화당이나 미국 민족주의와 연계하는 경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교계 일각에서나마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에 대한 책들도 출판되었다.
우선 보이드 목사의 설교에 바탕을 둔 <한 기독교 국가의 신화 : 정치권력에 대한 추구가 어떻게 교회를 파멸시키는가>(The Myth of a Christian Nation: How the Quest for Political Power Is Destroying the Church)라는 책이 그 가운데 하나다. 바나드 대학의 종교학 교수이자 복음주의자인 랜달 바머의 <너의 왕국이 도래한다 : 어떻게 종교적 권리가 신앙을 왜곡하고 미국을 위협하는가? 한 복음주의자의 탄식>(Thy Kingdom Come: How the Religious Right Distorts the Faith and Threatens America - an Evangelical’s Lament)이라는 책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책들은 미국에서 보수 복음주의를 내세우는 교회들 중 상당수가 정치권력과의 결탁에서 얻어낸 세속적 파워를 향유하며 순수복음과 교회를 타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교회가 2000년 전 예수가 보여주었던 십자가의 자리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충고한다.
보수교회 제자리 찾기 운동의 향방은?
현재 우드랜드 힐스 교회의 중산층 백인들이 떠난 자리는 흑인들, 히스패닉들, 아시아계 이민자들로 채워졌다. 평소 교회성장론이나 리더십에 대한 주제를 입에 올리지 않는 보이드 목사는 이를 오히려 자신의 목회 목적에 들어맞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교회가 인종적, 경제적으로 다양해져야만 하며 이것이 예수의 가르침이라고 말한다.
그와 그의 아내를 비롯한 다른 세 가족은 3년 전 교회의 주택에서 세인트 폴의 흑인주거지역으로 이사했다. 그가 목회하는 교회의 4000여 신도들은 여전히 그의 설교를 좋아하고 있다.
과연 보이드 목사를 비롯한 소수의 목회자들이 시도하고 있는 '보수교회 제자리 찾기 운동'이 종교적 기득권 획득에서 정체성을 찾으려는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대세를 거스르고 어떤 결말을 도출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김명곤 기자
덧붙이는 글위 글은 <코리아 위클리>에도 실렸습니다. 기사 작성에 마이애미 안태형 주재기자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기자소개 : 김명곤 기자는 재미 언론인으로 이민자들이 타 문화권속의 변두리인이 아닌 창조성 있는 선구자로 살아가도록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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