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2. 20 조선일보 칼럼
남미팀장 칼럼, 차베스 긍정 평가한 'KBS스페셜' 질타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에 대한 조선일보의 진심은 무엇일까. 최근 조선일보에는 차베스와 관련돼 사뭇 논조가 다른 칼럼이 하루 간격으로 나란히 실려 눈길을 끌었다.
먼저 조선일보 20일자 칼럼은 차베스를 '독재자'로 평가했다. 전병근 기자(국제부 남미팀장)가 쓴 이 칼럼의 제목은 <조선데스크: KBS가 차베스를 띄운 이유>다. 전 기자는 "황금 같은 주말 오후 8시, (18일)에서는 남미의 '좌파 영웅'이 소개되고 있어 시청자들은 잠시 혼돈스러웠을 것"이라며 "이 다큐에 따르면 차베스는 분명 남미의 기대주이자 새 희망이었다"고 지적했다.
전 기자는 "하지만 이것이 차베스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언급한 뒤 "차베스에 대한 평가는 중남미에서조차 논란거리이며, 이 지역 대표 지성 중의 한 명인 멕시코의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지난 1일 한 시론에서 차베스를 '좌파인 척하는 열대의 무솔리니'라고 평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다큐는 차베스 '미화'에 급급했다"면서 "선거기간 중 석유 수익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국민의 통제 밖이다. 언론법을 만들어 보도내용을 정부가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전 기자는 "KBS는 이 다큐를 통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지도자 차베스의 길이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뛰어넘는' 대안이라는 강한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남겼지만 과연 그 길이 옳은지에 대해 시청자들이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면서 "왜 지금 남미 반미좌파의 선봉인 베네수엘라 지도자의 영웅담을 그 나라 국영TV도 아닌 KBS에서 봐야 하는가"라며 < KBS 스페셜>을 강하게 비난했다.
2006. 2. 21 조선일보 특파원 칼럼
조선일보는 21일자 30면 <특파원 칼럼: 남미의 빈부격차 해소법>(김기훈 뉴욕특파원)에서 △전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남미의 빈부격차로 인해 최근 20년 만에 다시 좌파정권이 득세하기 시작했으며 △이들 중 차베스를 비롯한 좌파지도자들은 높은 성장을 통해 빈부격차 해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특파원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남미 국가들도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각종 재분배 정책을 시행 중"이라면서 "하지만 재분배 정책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것은 높은 경제성장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미의 좌파 지도자들 가운데서 목소리를 높이는 키르치네르(아르헨티나), 바첼렛(칠레), 차베스(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공통점은 경기호조"라면서 "반미 기치를 높이 든 베네수엘라는 고유가 덕택에 최근 3년 간 10% 안팎의 높은 성장을 하면서 막대한 정부세입을 의료·교육 등 빈부격차 해소에 쏟아 붓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 칼럼은 "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분배'는 포퓰리즘의 고향인 남미의 실용좌파마저 버린 지 오래된 논리"라며 국내의 분배 우선 논리를 비판하는 데 활용됐다.
하지만 적어도 조선일보는 이 칼럼에서 차베스를 포함한 이들 남미 좌파정권들이 높은 경제성장률을 바탕으로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각종 재분배 정책을 시행 중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로 인정했다. 바로 전날 차베스를 혹평하며 "왜 지금 남미 반미좌파의 선봉인 베네수엘라 지도자의 영웅담을 그 나라 국영TV도 아닌 KBS에서 봐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던 것과는 매우 상반된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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