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듯한) 현재의 한반도 정세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허겁지겁) 밀어붙이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는 그 사안의 중대성만큼 논란과 파장이 갈수록 확대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현재 진행중인 논란은 정치적인 입장을 기준으로 한 찬성이나 반대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느낌이 지나치게 강합니다.
이런 와중에,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작심이라도 한듯이 또 엄청난 말폭탄을 그것도 시리즈로 터뜨렸네요. "대통령이 미국 하자는 대로 '예, 예' 하길 국민이 바라느냐"고요???? ㅎㅎㅎ 어이가 없습니다. 누가 '예, 예' 하라고 강요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아니면, 그동안 한국 대통령은 미국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다녔다는 말인가요?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한국이 미국의 괴뢰정부로 남아 있기를 원하느냐'는 말로 들립니다.
미국에 무슨 엄청난 '억하심정'이나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의 발언이 아니고서야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놓고 쏟아내는 세계11위 경제국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이 과연, 스스로 환수의 가장 중요한 논리로 내세우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국민의 '자존심'을 한 번이라도 생각하고 뱉어내는 것인지 참으로 어처구니가 집을 나가버릴 지경입니다.
게다가, 이 문제가 수면위에 떠오르면서 시작된 타당성 논란에 대해, 이를 밀어붙이는 정부와 국방부 쪽에서는 조기경보기 도입 등이 완료되는 2012년이면 '가능하다'는 당위논리를 앞세웠지만, 어제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지금 당장 환수되더라도 작통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큰소리입니다. 그의 말을 빌자면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가 나올 법도 합니다.
찬성-반대의 논리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군이 단독으로 전시작전통제권을 행사할 경우, 이전까지 유지되어온 미군주도의 한미연합 통합작전 수행만큼의 효과를 그때까지 갖출 수 있느냐 하는 기본적인 의문을 기초로 하는 것임에도 '지금 당장도 가능하다'고 큰소리 치는 대통령의 의중에는 도대체 무슨 생각과 논리가 자리잡고 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알 수가 없습니다.
오늘 당장 가져오더라도 행사를 할 수 있다,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본질적인 문제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뭐, 좋습니다. 백번을 양보해서, 시기가 언제이건 중요치 않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전시작전통제권을 이렇게 (허겁지겁) 가져옴으로써 우리 국가와 국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그것을 알고 싶네요. 조기환수의 가장 우선적인 논리로 앞세우는 '국가적 자존심'이, 그것을 위해 포기해야 할 다른 모든 가치에 비해 얼마나 큰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곳에서 반대의견에 그토록 열을 올리면서 반박하는 찬성론자 여러분의 찬성이유를 부디 좀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
++++ 안보 / 미국과 관련된 노무현 어록중 극히 일부 ++++
[2002-05-28] 남북대화 하나만 성공시키면 다 깽판쳐도 괜찮다
[2002-09-12] 미국 안갔다고 반미주의냐. 반미면 또 어떠냐
[2003-05-12, 방미중] 만약 53년전 미국이 한국을 도와주지 않았을 경우 나는 지금 이 자리가 아니라 정치범 수용소에 있을 지도 모른다
[2003-11-19] 북핵문제 만큼은 정말 섬세하게 한발한발 물어보고 짚어보고 정말 신중하게 한다. 속된 말로 통박을 굴린다
[2004-02-18] 남의 나라 군대를 앞에 방패막이로 딱 세워놓고 인계철선이 어쩌고, 미국 사람들은 얼마나 기분 나쁘겠나
[2004-03-01] 간섭과 침략과 의존의 상징이던 용산 미군 기지가 우리 국민들의 손에 돌아온다
[2005-03-30] 한미동맹을 토대로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수행할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