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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 지씨 카드내역 무차별 조회… ‘조선’ 상세내역 공개
시사종교 > 상세보기 | 2006-08-05 15:27:17
추천수 2
조회수   2,124

제목

외환은, 지씨 카드내역 무차별 조회… ‘조선’ 상세내역 공개

글쓴이

이명재 [가입일자 : 2002-07-08]
내용
‘지충호 카드내역 공개’는 알 권리? 불법조회?

외환은, 지씨 카드내역 무차별 조회… ‘조선’ 상세내역 공개



다수의 알권리를 위해서는 ‘중요 범죄 혐의자’의 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돼, 언론에 공개되어도 되는가.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하던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문구용칼로 테러한 지충호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이 사건 발생 직후 조선일보를 통해 ‘낱낱이’ 공개되었다. 중대한 범죄 혐의자이긴 하지만 한 개인의 은밀한 정보인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 일간신문을 통해 상세히 공개된 것이 논란으로 이어졌다. 경찰은 이 정보를 조선일보에 넘겨준 외환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고, 조선일보쪽은 4일치 1면고 4면에 기사를 실어 경찰의 수사에 대해 항의하며 “이는 ‘계륵대통령’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몰아가고 있다.



야당대표를 테러한 지충호씨는 1심 법원에서 ‘살인 의도’는 없었다는 재판부 판단 아래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았다. 테러범 지충호씨의 ‘은밀한 개인정보’는 공익을 위해서 공개되어야 하는가, 아닌가? 뜨거운 논란을 살펴본다. <편집자>





경찰 “조선일보 기자 요청에 외환은행 직원이 열람 뒤 정보 제공”





경찰은 4일 “지씨가 카드내역을 조회한 사람을 수사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현재 9명이 카드내역을 조회·열람했으며, 조선일보 외환은행 출입기자에게 넘겨졌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홍보팀 직원에게 지씨의 카드사용내역 정보를 요청했고, 이 직원은 특수관리팀에 부탁해 정보를 넘겨줬으며, 이 과정에서 상부의 지시나 동의는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특수관리팀 외에도 지방의 가맹점팀과 전산운영부, 카드회원센터 직원 등이 호기심에 지씨의 계좌 정보를 열람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은행 직원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 해당 기자를 불러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박 전 대표 피습 이후 지씨의 배후와 자금줄은 수사당국과 여론의 최대 관심사였다. 당시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은 여권의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고, 지씨의 계좌나 카드정보는 이런 의혹을 밝힐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이 정보는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조차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받아야만 조회가 가능하다.





실명거래법 “본인 동의없는 금융정보 제공 5년이하 징역” 규정





결국 이 언론사가 지씨의 카드사용내역을 공개할 수 있었던 데는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외환은행 직원들이 불법으로 계좌정보를 넘겨줬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3~4일치 신문에서 이 사실을 단독보도했다. <경향>은 경찰의 말을 인용해 “모 일간신문 기자가 외환은행 직원에게 지씨의 카드내역을 요청했고, 직원들은 관련 정보를 건넸다”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현행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4조1항은 금융기관 종사자가 명의인의 요구·동의를 없이 금융거래의 정보·자료를 제공·누설하거나, 제3자가 금융기관 종사자에게 거래정보의 제공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4일치 신문에서 “지충호의 배후를 추적보도한 본지 기자에 대해 서울경찰청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하창우 변호사의 말을 따 “야당 대표에게 테러를 가한 사람에 대해 언론이 보도한 것을 두고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는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침해”라고 반박했다. 당시 조선은 지씨의 신용카드 사용내역, 계좌 내역, 휴대전화 요금 내역 등을 구체적 액수까지 상세히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는 또 서울경찰청 김영기 수사2계장에게 “계륵대통령 때문에 (수사)한 거예요?”라고 묻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점을 들어 이번 수사가 ‘계륵 대통령’ 칼럼을 게재한 데 따른 탄압인 것처럼 보도했다.





지씨 신용카드 내역 요구한 기자에 대한 수사 “언론탄압 아니다”





그렇다면, 조선 기사에 대한 조사가 언론탄압일까? 언론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법은 형사 피의자라도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또 현행법에는 금융거래 정보제공·누설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법원의 영장 등 수사상 필요한 경우에도 최소한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한 일간지 기자가 보험설계사로 일하던 특수관계인을 통해 유력 정치인 부인이 보험을 유치한 내역을 빼내 보도한 것이 법원에서 유죄(벌금형)을 받는 등 피의자에 대한 개인정보 공개에 대해서 법원은 일관되게 유죄라는 입장이다.



<조선>은 ‘다수의 알권리’ 차원에서 지씨의 계좌내역을 공개했고 경찰 수사가 언론탄압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지씨의 기본권(개인정보 호보)이 침해해도 된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경우 신문윤리강령이 명시한 대로 사건의 중대성이나 다른 수단을 통해 취재할 방법이 없었느냐를 봤을 때 언론·취재 윤리를 위반한 측면이 크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김영욱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은 “현행법을 어겨가며 피의자의 금융거래 내역을 공개한 것은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며, 취재윤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며 “이 경우 경찰로서는 당연히 불법을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거래내역을 공개한 것이 언론윤리 차원에서 정당성을 인정해줄 수는 있겠지만 실정법 위반 자체를 면책시켜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이번 사건은 신문윤리강령에서 불법적으로 취재하지 않도록 명시한 내용을 어긴 것이며, 실정법에도 위반된 것”이라며 “취재윤리 차원에서도 정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기자가 현행법에 위배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은행 직원에게 불법행위를 요구한 것 자체가 정당하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언론탄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영욱 위원은 “조선 기자에 대한 조사가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볼 수 없으며, 지씨의 경우 보도내용이 중대한 것이라고 볼 수 없기 언론·취재윤리 차원에서도 정당성을 인정해 줄 수 없다”며 “해당 기자는 실정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도 “이번 사건으로 국민 대부분이 이익을 받았다고 볼 수 없고, 다른 방법으로 취재가 불가능한 사안이라로도 볼 수 없으며 불법행위를 요구한 것이 핵심”이라며 “경찰수사가 언론탄압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누리꾼, “내 계좌도 기자가 요구하면 공개된다고?”





누리꾼들도 기자의 요구만 있으면 개인의 계좌정보가 공개될 수 있고, 피의자 신분일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조선의 보도에 발끈하고 나섰다. <네이버>의 ‘hanjs115’는 “개인의 계좌를 빼돌려 공개하고도 민주신문이라고 말할 수 있나”며 “경찰은 철저히 수사해 법대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xtt2’도 “허가없이 개인의 정보를 들여다 본 신문사는 폐간시켜야 한다”고 했고, ‘jhk1713’은 “조선일보는 기자에 대한 수사에 대해 반발하지만, 개인정보 열람한 것은 쏙 빼고 있다”며 “조선일보라는 빽만 있으면 내 계좌도 다 열람되는 것이냐”며 혀를 찼다. ‘nonfresh’은 “언론이라는 미명 하에 계인의 계좌까지 뒤질 수 있다니 섬뜩하다”며 “그 특권의식도 참으로 놀랍다”고 지적했다.



<조선닷컴> 기사댓글에서 김인영씨는 “지충호를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며, 불법적으로 개인신용정보를 취득한 기자와 은행 직원 역시 엄벌해야 옳다”며 “도둑질한 돈을 가난한 사람에게 나눠주면 죄가 안되나”고 말했다.



반면 같은 사이트에서 박영석씨는 “야당대표 테러범의 신상정보 및 각종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든 정부가 던져주는 정보 외에는 묻지도 말고 감히 캐려고도 하지 말라는 뜻이냐”며 경찰의 수사를 비난했다.



한편, 외환은행은 “당시 언론사한테서 취재 협조 차원에서 외환카드 회원 여부확인 요청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고객보호 차원에서 카드관련 정보를 일절 제공할 수 없음을 통보해 준 사실이 있다”며 “은행이 고객정보를 임의로 유출했다는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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