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 경례 거부, 중징계당하는가
학부모들의 진정으로 경기도 교육청 징계위에 회부된 현직교사 이용석씨…“국기·국가 부정하는 교육했다”는 이유지만 실제론 사설 모의고사 거부 탓
▣ 부천=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군대에서 함장 자리에 일반 군인이 앉지 못하는 법인데, 어디 교장 선생님 자리에 앉아? 어서 저리 비켜!”(김아무개 연구부장 교사)
7월6일 오전 부천 상동고 교장실. 마침 이용석 교사가 앉은 자리가 사각 테이블의 맨 끝쪽이었다. 의자엔 아무 표시가 없었지만, 교장 외엔 아무도 앉아선 안 될 자리였던 것이다. 부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이 이 교사에 대한 징계 방침에 항의해 이 학교 김장석 교장을 방문한 자리였다.
개량한복 입는 것까지 시비 걸어
처음부터 소란스럽게 시작한 양쪽의 만남은 결국 서로 언성을 드높이며 파장으로 끝났다. 가치관의 격차는 거대해 마치 다른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만난 듯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이용석 교사는 6월26일 경기도교육청이 보낸 징계의결요구서를 받았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교사가 ‘편향된 가치관 교육으로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했다’며 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징계사유서에는 이 교사가 “학교 운영위원회와 학교 조회 때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함으로써 대한민국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수업 중 학생들에게 국기와 국가를 부정하는 교육을 했다”고 적혀 있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 교사의 국기 경례 거부 외에도 양심적 병역거부 교육, 이순신 장군에 대한 언급이 “학생들의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가치관 정립에 심각한 우려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교장과 보직교사, 일부 학부모들도 이를 뒷받침하는 진술서를 경기도교육청에 보낸 터였다.
7월5일 취재진을 만난 이용석 교사는 “2년 전부터 국기 경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매주 월요일 교무회의에 앞선 국민의례 때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동료 교사들도 이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문제로 불거진 건 지난 4월이었다.
“교무실 칠판에 사설 모의고사 실시일이 적혀 있는 거예요. 학원에서 치르는 사설 모의고사는 교육부가 금지한 만큼 치러서는 안 된다고 3학년 부장교사에게 말했지요.”
이 교사는 지난해에도 사설 모의고사를 ‘저지’한 전력이 있었다. 곧바로 학부모들이 학교에 찾아와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이 교사에게 “자식을 키우는 학부모 심정을 이해해달라”며 사설 모의고사를 ‘눈감아’줄 것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 교사의 개량한복을 보고 맘에 안 든다는 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이 교사는 “그 자리에서 국기 경례 문제는 이야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학부모 진정만으로 안되자 <조선일보>에 제보
학부모들은 5월9일 140명의 서명을 받아 경기도교육청에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됐다”며 진정서를 냈다. 그러나 진정서에는 사설 모의고사는 쏙 빠졌고 대신 국기 경례 거부 사실이 들어갔다. 이들은 전교조 소속 교사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하는 등 대한민국 정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군대에 가지 말아야 한다는 등 편향된 가치관 교육을 하고 있다 △개량한복을 입어 투쟁적 분위기를 부추긴다 △2005년 학내 문제로 정문 앞 피켓시위를 벌였다며 처벌을 요구했다.
민원이 접수되자 경기도교육청은 5월15일 학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처리 결과를 통보했다. “담당 장학사가 지도를 하여 관련 교사가 학교 현장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갖고 학생 교육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 교사뿐만 아니라 다른 교사들도 국기·국가·국가 원수에 대한 예절을 잘 지키라는 교육 자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이 사실을 <조선일보>에 제보했고, <조선일보>는 6월19일 ‘전교조 교사 편향교육에 학부모 화났다’는 기사와 함께 칼럼까지 써가며 여론몰이를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신문이 나온 날 오전 상동고에 재차 조사를 나갔고, 그 뒤 이 교사에 대한 징계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안재형 전교조 부천중등지회장은 어처구니없어 했다.
“이미 장학지도가 내려간 사안인데, 다시 징계를 하다니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 겁니다. <조선일보>가 화낸다고 징계를 하다니요.”
안 지회장은 “징계위 회부는 이 교사의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며 “신문에도 나오는 시사적인 내용에 대해 편향 교육 운운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은 7월6일 오후 상동고 앞에서 이 교사 퇴진을 요구하는 피케팅 시위를 벌였다. 학부모 모임을 주도한 오아무개 학부모회 대표는 “우리 입장은 <조선일보> 기사에 다 나와 있으니 그것을 보라”며 <한겨레21>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이용석 교사는 7월13일 징계위에서 파면·해임·정직 등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성실의 의무와 제63조 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다. 과연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 게 공무원의 성실과 품위 유지에 반하는 것일까. 국기 경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은 폭력적이지도 공격적이지도 않다.
“만약 경기도교육청이 징계를 강행한다면 위헌의 소지가 있습니다. 아울러 교육의 자주성과 독립성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죠.”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사형선고 내릴 것인가
김진 변호사는 경기도교육청의 징계가 헌법이 규정한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학생 학부모의 진술서를 받았고 징계 사유로 충분하다”고 밝혔다.
학교는 지식을 주입해 수능을 준비하는 곳이고, 교사는 이를 위한 충실한 수행자여야만 하는가. 주류 사회가 원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교사만이 교단에 설 자격이 있을까. 이 교사가 결국 법적 절차에 따라 퇴출된다면, 이는 학교 교육의 다양성에 대한 사형선고가 될 것이다.
불과 3년 전 국기 경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박준규(17)군은 의정부 영석고로부터 입학을 거부당했다. 영석고의 이 조처에 대해 ‘문제 없음’ 결정을 내린 곳도 바로 경기도교육청이었다. 이제 경기도교육청은 교사 이용석씨의 사상과 양심을 거머쥐려 하고 있다.
지난 7월5일 오후 1시 상동고 정문 앞에서 ‘이용석 교사 징계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용석 교사는 기자회견 군중 한쪽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우리 독서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은 선생님의 의견을 말한 것뿐인데, 일이 커졌어요.” 닫힌 교문을 사이로 얼굴을 빠끔히 내민 상동고 3학년 학생이 스승의 뒷모습을 보며 힘없이 말했다. 교문을 붙잡고 매달린 20여 명의 아이들은 점심시간 종이 울릴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
국기 경례를 거부한 교사가 징계를 당했습니다.
이에 대한 와싸다 회원님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너무 황당합니다. 아이들 학교 보내기가 싫어지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