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좌파라고 생각하지 않는 진짜 좌파 빨갱이들이 정치하는 법
--------------------------------------------------------------
연봉 6900만원을 '진보구청장'답게 쓰는 법
[희망버스-울산③] 이갑용 전 울산 동구청장의 구정 보고
오마이뉴스(news)
이갑용 전 동구청장의 '진보 행정' 일면을 소개하기 위해 이 전 구청장의 양해를 구해 구정보고 중 한 개를 요약해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 이갑용 전 울산 동구청장
ⓒ 오마이뉴스 이주빈
제 월급은 연봉으로 6900만원이고 이것을 12달로 나누어서 다달이 받습니다. 한 달에 570만원인데, 이중 10%는 세금으로 떼고, 공무원연금, 의료보험료 등으로 60만원 정도를 더 제해서 실수령액은 480만원입니다.
구청장은 퇴직금과 상여금이 없고, 공무원연금은 60세에 찾을 수 있다는데 정확히 얼마를 연금으로 받을지는 모릅니다(퇴직금이 없는 것은 단체장 협의회에서 헌법소원을 낸 걸로 압니다).
매달 초 월급과 별도로 구청장 활동비, 직책수당, 직무수당, 식대 등을 합한 구청장 활동비 143만원이 고정으로 들어와 한 달에 받는 돈은 모두 합해 623만원(2005년 기준)입니다. 무척 큰 돈인데 어떻게 하는 것이 진보정당의 구청장 답게 쓰는 것인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연봉 6900만원을 4천만원으로 줄이다
처음 아내와 월급에 대한 원칙을 정하는데, 저희가 정한 기준은 해고자 생활할 때 기준으로 살자였습니다. 해고자 때 현대중공업노조에서 받는 돈을 연봉으로 따져 보니 약 3500만원 정도였는데, 둘이 계수 조정할 때 4천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우선 달초에 수당처럼 받는 143만원은 제가 가져와 두었다가, 해고자들의 투쟁비, 노동자 행사 지원비, 어려운 단체 후원비, 당 선거시 특별 당비, 노동자 후보 지원금, 비정규직 투쟁 지원비 등으로 거의 다 사용합니다.
480만원 월급은 다달이 200만원씩 고정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불우이웃에게 기부하는데, 100만원은 현대중공업해고자의 후원금으로 지정 기탁하고, 100만원은 장기수 선생님들께 돌아가면서 지정 기탁해 왔습니다(장기수 선생님 후원은 많이 어려운 분은 100만원 전액을, 그렇지 않은 경우는 50만 원을 하고 나머지는 지역의 불우이웃에게 기탁하였습니다).
처음 몇 달은 직접 보내드렸는데 선거법에 걸릴 수도 있다 하고, 이왕이면 세액공제도 받고, 사회적으로 민주노동당의 구청장이 이런 기부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이용했습니다.
따라서 한 달 수입에서 제가 고정으로 쓰는 돈은 300만원이 조금 넘고, 나머지 300만원 정도를 생활비로 썼습니다. 제법 저축도 많이 하였고(주식 투자는 하지 않는 것도 원칙입니다) 제 용돈은 출장비 같은 걸 아껴 쓰는 것으로 조달해 별 어려움 없이 살았습니다.
구청장의 월급에 대해서도 국회의원과 같이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구청장은 국회의원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같이 적용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4년 동안 구청장을 해 본 사람들이 있으니 경험자들의 의견을 수렴했으면 합니다.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구청장의 쌈짓돈으로 이해하고 있는 판공비(업무추진비)에 관한 내용입니다.
처음 취임해서 판공비를 제대로 이해하고 쓰는데 석 달이 걸렸습니다. 물론 그 뒤에도 어떤 경우에는 이해가 부족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부끄럽지 않게 썼다고 자부할 만합니다.
판공비는 두 가지로 나눠져 있는데 기관운영업무추진비와 시책추진업무추진비입니다. 흔히 판공비는 구청장만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부구청장과 실국장, 과장 등 부서별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기관운영업무추진비는 단체장의 통상적인 조직운영과 홍보, 대민활동, 유관기관과의 협조 및 직책수행 등의 직무수행에 소요되는 제반경비이고, 시책추진업무추진비는 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주요행사, 대단위 시책추진사업, 주요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경비입니다.
판공비는 해마다 행자부가 정한 지침이 있는데, 동구의 경우 2005년에는 총 2억3500만원입니다. 동구는 이 금액에서 1억9350만원으로 4천여만원을 줄여 편성하였는데(대부분 정한 대로 쓰려고 하지 줄이지는 않습니다), 구청장의 기관업무추진비는 4770만원, 시책업무추진비는 6300만원으로 책정하였습니다. 부구청장은 기관 3330만원, 시책 1620만원을, 각 국장들과 과장들이 나머지 시책추진비 약 3천만원을 부서별로 나누어 책정하였습니다.
이것을 2006년에는 총금액을 기준으로 기관업무추진비를 동일하게 책정하였고, 시책추진비는 구청장과 부구청장 합해서 4660만원으로 일원화했습니다. 또한 3260만원을 국과장들에게 편성하였는데, 이는 구청장 개인의 할당액을 되도록 줄여 세금이 실제 구 업무에 쓰일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재량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판공비를 추경예산 때 올려달라거나 한 일도 없습니다.
판공비는 총액기준으로 70%는 카드로 써야 하고, 30%는 현금을 쓸 수 있는데 현금사용은 불우이웃돕기, 각종 격려금(체육대회, 구청과 관련된 격려) 등으로 용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용도가 구청장 개인의 조직관리용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제한을 하는 것이고, 시민단체들도 개인 돈처럼 쓰는 것을 막기 위해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것입니다.
저는 판공비 카드를 총무과와 비서실에 맡겨 두고 필요할 때 쓰도록 하여 되도록 가지고 다니지 않았습니다.
각 국실별로 사용하는 것은 알아서 구청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판공비 사용내역에 구청장 명의로 공개하는데, 지난 번 경로당에 귤을 사들고 간 것도 사회복지과와 총무과에서 실행하고 제게 보고하지 않아 선관위에 고발당하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음을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은 부서들에서 쓰는 게 거의 용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문제가 될 줄 몰랐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더 철저하게 책임자로서 점검을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판공비 공개
저는 선거 때 공약으로 판공비 공개를 약속했고 당연히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당선되고 보니 전임 구청장이 공개를 한 일도 없고, 특별히 당에서 지침도, 방식도 일러준 적이 없어 어떤 방식으로 해야 제일 나을 것인지 그리고 판공비라는 게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파악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행자부지침을 보고 불법사용여부에 저촉되는지를 주로 봤는데, 이것은 사실 눈 가리고 아웅 할 소지가 다분 한 게, 현금을 자기가 착복하고 몇 달 뒤에 감사나 의회가 열릴 때 영수증을 위조한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총무과 직원이 휴일에 사용한 판공비 영수증을 주니 휴일에는 개인용도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안 된다고 하여 그런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구청장은 평일 휴일 개념이 없이 많은 행사나 업무를 보기 때문에 관계 없었습니다. 계속 그 업무를 담당한 직원인데 이제 막 취임한 제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민주노동당의 구청장을 더 단속하기 위한 기대와 견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경각심을 가지고 나름대로 공개의 형식과 방법을 고민한 끝에 취임하고 두 달 후부터 공개를 시작했는데, 넉 달 동안은 한 달에 한 번씩 한 달 동안 쓴 내역을 한 번에 공개하다가, 6개월 부터는 인터넷에 판공비 공개 난을 만들어 날마다 공개하였습니다. 공개 내역은 전날 어떤 용도로 몇 사람이 어느 곳에서 현금 혹은 카드를 얼마를 사용했다는 내용으로 공개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