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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이 드디어 오늘 새벽에 일을 저질렀네요. 핵카드에 이은 북한의 미사일 시위를 놓고 혹자는 '일부 언론이 군사적 위기를 조장'히고 있다는둥, '벌써 열 두 번도 발사하고도 남았겠다'는 둥 김정일의 막가파식 자해공갈을 두둔하고자 애썼더랬습니다만... 아무튼, 미국과 일본의 짝짜꿍을 보아하니 이번 문제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상당한 경색-위기국면으로까지 진행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싶습니다.
여기서 제가 이야기하고자는 부분은 그 문제는 아닙니다. 미사일 발사 소식을 전하는 우리 TV는 우리 정부와 국방부 등 책임있는 당국이 수집-분석한 정보를 전하는게 아니라 그저 일본과 미국 뉴스채널을 통해 끌어다모은 미확인 소스만을 전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동시통역을 앞세워 단편적인 내용만을 겨우 읊어대던 CNN 보도마저 없었다면 우리 TV에는 '발사했다'는 원칙적인 부분 외에는 아무 것도 보도할 내용이 없어보이더군요.
미국은 마침 최대의 기념일인 독립기념일로 휴일이었다해도, 무엇보다, 정부측 입장을 말할 책임있는 담국자 하나 출근하지 않은 외교부와 국방부도 한심했고, 긴급안보회의가 소집되었다는 사실만을 던져준 채로 평화로운 정적에 휩싸여있는 청와대는 차라리 절망으로 와닿더군요.
'우리 정부의 입장이 최초로 전해진 건 오전 8시50분께. 이때 정보당국의 고위소식통이 "스커드, 노동, 대포동 미사일이 시차를 두고 발사됐으며 모두 10발"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일본 정부의 대응은 기다렸다는 듯 신속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의 첫 미사일 발사가 있은 지 불과 20분 만인 새벽 3시50분께 관방, 외무, 방위 장관이 모여 대책회의를 갖는 등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이날 오전 8시께 니가타항에 입항할 예정이던 북한 연락선 '만경봉호'의 입항을 6개월간 금지하는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는 등 사실상 경제제재에 돌입했다. 유엔에서도 벌써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안보리를 통한 제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시50분과 8시50분... 무려 5시간 차이입니다. (백에 하나 북한이 우리에게 선제공격을 가한다면) 휴전선 너머 코앞에 전진배치되어 서울을 사정권내에 두고있는 250문의 장사포와 한반도 전역을 사정권에 둔 화학탄두 탑재 스커드 미사일 600여기를 집중적으로 쏟아부어 우리의 전력을 초기에 무력화시키면서 시작될 현대전의 양상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쟁발발시 5시간이면 거의 초기승패가 결정될만한 시간입니다. 아무리 북한 미사일 문제에 피동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우리 정부긴 하지만, 이거 너무 절망적입니다.
군사첩보위성이나 정찰기, 지상관제기, 조기경보기 등 자체적인 군사정보 수집-분석능력이 없다고는 하지만, 미국-일본과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것도 아니라면, 북한 미사일 문제를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한 우리 정부의 무사안일한 자세였을테며, 이것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국가의 최소한의 의무를 걷어찬, 비난받아 마띵한 태도일 뿐이죠.